10월 기준 특정국 절대의존품목 절반 이상이 ‘중국’
“기업 공급망 다변화에 정부 지원 필요” 전문가 제언
중국이 최근 한국으로의 산업용 요소 수출 통관을 보류하면서 ‘중국발(發) 공급망 리스크’에 또다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의 이번 요소 수출 보류가 정치적 의도와는 무관하다고 보고 있다. 중국 내 요소 수급 상황으로 인한 일시적인 수출 보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2년 전인 2021년 하반기 중국이 호주와의 무역분쟁을 겪으면서 요소 수출을 제한해 한국내에 ‘요소 품귀’ 현상이 일어났고, 물류가 마비 직전까지 갔던 점을 고려하면 공급망 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중국은 요소뿐만 아니라 반도체, 전기차,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핵심 소재에 쓰이는 광물의 글로벌 공급망을 틀어쥐고 있다.
미중이 창과 방패처럼 맞부딪치는 전략 경쟁 속에 중국이 핵심광물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 들면서 언제든 한국의 첨단산업을 옥죄어올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갈륨·게르마늄 수출 통제(8월), 희토류 수출 보고 의무화(11월)에 이어 이달 1일부터 흑연 수출을 제한한 것도 미국의 첨단산업 제재에 맞서 중국이 자원 무기화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문제는 한국의 대중(對中) 공급망 의존도가 절대적이란 점이다.
요소 등 범용 제품에서 나아가 반도체, 이차전지, 전기차 등 주력 첨단산업 공급망에서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실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1천만달러 이상 품목 중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90% 이상인 ‘절대의존품목’ 393개 가운데 중국은 216개(55%)에 달했다. 일본(51개·13%), 미국(37개·9.4%)에 비하면 중국 의존도가 확연히 높다.
한국 수출의 중요 축을 담당하는 반도체 생산에도 중국 공급망은 얽혀 있다.
김 의원실이 올해 1∼10월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반도체의 주요 원자재인 실리콘웨이퍼, 불화수소, 네온, 크립톤, 제논 등의 대중국 수입 비중은 최대 80%에 이르기도 했다.
반도체 원자재의 대중국 수입액 비중은 실리콘웨이퍼(35%), 불화수소(62%), 네온(81%), 크립톤(43%), 제논(64%) 등으로 집계됐다.
중국이 이미 수출 보고를 의무화한 희토류금속은 반도체와 전기차의 핵심 소재다.
반도체에 들어가는 이튜륨, 스칸듐을 포함한 희토류금속의 올해 상반기 대중 수입 비중은 79.4%였다. 전기차 전기모터의 성능을 좌우하는 희토류 영구자석의 중국 의존도 역시 올해 상반기 85.8%에 달했다.
지난 8월부터 수출 제한 조치에 들어간 갈륨과 게르마늄의 중국 의존도는 올해 상반기 87.6%였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98%, 게르마늄 생산량의 68%를 차지하고 있다.
이차전지 제조용 인조흑연(93.3%), 산화리튬·수산화리튬(82.3%), 니켈코발트망간 산화물의 리튬염(96.7%), 니켈코발트망간수산화물(96.6%) 등의 중국 의존도도 절대적이다.
이처럼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발 공급망 시스템에 경고음이 울렸을 때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요소 등 범용제품과 갈륨·게르마늄·흑연 등의 수출통제 공급망 문제를 분리해 중국 측과 공급망 대화 채널 등 ‘핫라인’을 가동하기로 했다.
공급망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중국 측의 의도를 재빨리 파악해 국내 기업들과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조치다.
산업부 장영진 1차관은 6일 서울 송파구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에서 요소수 재고·판매 상황을 점검하고 관계자들과 요소 수급 대응책을 찾는다.
한국무역협회 김경훈 공급망분석팀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저렴하고 효율적인 공급망을 찾기 마련이지만, 중국 정부의 예측하기 어려운 조치에 대비해 정부 측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대체 공급선을 찾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며 “정부가 ‘공급망 안정화 기금’ 등을 통해 기업이 긴급한 상황에도 단기적인 이익에 매몰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제도의 보완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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