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레버·KFC 불매운동 직격탄…”실제론 이스라엘 지지와 무관”
친이스라엘 기업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이스라엘 지지 행보를 보이지 않은 기업까지 명단에 오르면서 억울한 피해 사례가 나오고 있다.
1일 자카르타 포스트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고용주협회(아핀도)의 신타 캄다니 회장은 이번 불매 운동이 이스라엘 지지와는 아무런 관련 없는 일부 현지 기업까지 잘못 겨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피해를 본 대표적 회사로 유니레버 인도네시아를 꼽았다. 유니레버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의 자회사로 인도네시아에서 각종 일용소비재(FMCG)를 만들어 판매한다.
하지만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는 유니레버가 친이스라엘 기업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불매 운동의 중심이 됐고, 주가도 크게 떨어졌다.
유니레버는 자회사 벤앤제리스가 이스라엘이 불법 점령한 팔레스타인 서안에서는 영업하지 않겠다며 반이스라엘적 태도를 보이자 현지 업체에 벤앤제리스의 사업권을 넘겼고, 이 일로 친이스라엘 기업이라는 낙인이 찍혔다.
하지만 신타 회장은 유니레버는 이스라엘에서 사업을 하는 것일 뿐 전쟁을 지원하거나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특히 유니레버 인도네시아 제품은 인도네시아에서,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이, 인도네시아 원료로 생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니레버가 이스라엘의 침략을 지지하는 회사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소매업협회의 부디하르조 이두안자 회장도 KFC가 이스라엘을 지원한다는 소문 때문에 불매 운동의 희생양이 됐다며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피해 사례가 나오는 원인으로 인도네시아 내 이슬람 최고 의결기관인 울레마협의회(MUI)를 꼽기도 한다.
지난달 MUI는 이스라엘 침략을 지지하는 것은 하람(이슬람에서 금지된 것)이라며 이스라엘 제품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이나 시오니즘(유대 민족주의)과 관련된 제품 거래를 자제하라는 칙령(Fatwa MUI Haram Beli Produk Israel)을 내렸다. 하지만 불매운동 대상 기업 명단은 내놓지 않아 많은 이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핀도는 정확한 데이터를 수집해 사람들이 이스라엘 지지와 관련됐다고 생각하는 회사들이 실제로 연관이 있는지를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불매운동으로 인해 인도네시아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구 약 2억8천만의 인도네시아에서 소비는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경제에 중요한 부분이다.
인도네시아 소매업협회(아프린도)의 로이 맨디 회장은 불매운동 이후 특히 FMCG 제품 판매가 크게 줄었다며 소비가 줄어들면 올해 5%대 경제 성장 목표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 형제국’인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지지하며, 이를 가로막는 이스라엘과는 외교관계도 맺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전쟁을 시작한 이후에도 팔레스타인 지지 입장을 천명해왔다. [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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