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도 손발톱도 모두 음성…마약검사 어떻게 하길래

관세청이 발표한 마약류 밀수 단속 동향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에 국경 반입단계에서 329㎏ 상당의 마약 밀수가 적발됐다.

정확도 높지만 염색·탈색 반복하면 검출 안되기도
한국내 관리 마약류 2천종…신종 약물 검출엔 한계

경찰이 배우 이선균(48)씨와 가수 지드래곤(35·본명 권지용)의 마약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섰지만 검사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이씨의 경우 소변을 활용한 간이 시약 검사와 모발을 채취해 시행한 1차, 2차 정밀감정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고, 권씨도 간이 시약 검사, 모발 정밀감정에 이어 손발톱 정밀감정에서도 모두 음성 반응이 나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경찰의 무리한 수사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마약 감정 결과는 투약 혐의를 입증하는 유일한 증거는 아니다. 수사 과정에서는 이외에도 제보자나 목격자의 진술, 구매 내역, 송금 기록, 함께 투약한 사람과의 대화 기록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본다.

그럼에도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마약 감정 기법과 시료별 검출 가능성은 얼마나 다양하고 어느 정도 신뢰도가 있을까.

25일 국과수 등에 따르면 마약 감정은 크게 간이검사와 정밀검사로 나뉜다.

간이검사는 경찰과 국과수에서 모두 한다. 시료를 검사 키트에 넣어 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은 동일하나 국과수에서는 장비를 이용해서 좀 더 정밀하게 측정한다는 차이가 있다.

간이검사는 메스암페타민(필로폰), 대마, 코카인, 아편류 등을 검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비용이 저렴하고 결과가 빨리 나온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감기약을 복용해도 필로폰이나 아편류 양성 반응이 나올 수 있는 등 다소 부정확한 측면이 있다. 일부 마약류는 간이검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정밀검사는 약물 특성에 따라 ‘가스크로마토그래피 질량 분석법’과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질량 분석법’이 사용된다.

시료에서 검사 대상 성분을 추출해 마약류에 해당하는 물질이 있는지 검증하는 작업이다. 약물의 계열을 알아낼 수 있는 간이검사와 달리 정밀검사는 약물명까지 정확하게 밝혀낼 수 있고 장비에 의한 오차는 거의 없다는 게 국과수의 설명이다.

마약류 감정 간이시약 및 마약 탐지기
마약류 감정 간이시약 및 마약 탐지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사 시료로는 기본적으로 채취·분석이 쉬운 소변이 널리 쓰이고 모발, 혈액 등도 사용된다.

소변 검사는 투약 후 3∼10일까지 마약이 검출되므로 비교적 최근에 투약한 것으로 의심될 때 주로 시행한다.

다만 소변은 소변량과 약물 농도 등 요인으로 인해 약물의 사용 정도나 투약 시간 등은 예측할 수 없다. 또 한 번이라도 약물을 사용했다는 의미는 되지만, 만성중독 여부는 알기 어렵다.

혈액의 경우에도 마약 투약 후 12∼24시간까지만 검출이 가능하다.

가장 정확도가 높은 모발 검사는 머리카락 주요 성분인 단백질 케라틴에 점착된 마약 성분을 검출하는 기법이다. 머리카락이 1개월에 1㎝가량 자란다는 점을 고려하면 길이에 따라 투약 시점을 1년 안팎까지 추정할 수 있다.

다만 염색과 탈색을 자주 하면 모발의 케라틴 구조가 깨져 마약 성분이 빠져나가므로 검출되지 않기도 한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체모와 손발톱 감정이 활용된다. 염색과 탈색 가능성이 적고 투약 증거를 인멸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과수 관계자는 “장기 투약의 경우 최우선으로 취하는 시료는 모발이고 다음으로 체모, 다리털, 손발톱 등으로 넘어간다”고 말했다.

다만 체모와 손발톱은 휴지기가 있고 자라는 속도가 일정하지 않아 투약 시기를 추정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채취량이 부족한 경우에도 감정이 힘들 수 있다.

통상 체모 정밀감정에는 50수(약 30㎎) 이상이 필요하고 털이 짧은 경우에는 100수 이상이 있어야 분석이 가능하다.

풍선 안에 숨겨 놓은 합성대마
풍선 안에 숨겨 놓은 합성대마

[울산 남부경찰서 제공]

신종 마약인 합성대마류는 소변, 모발 등으로도 검출이 잘 안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고해상도질량분석기와 핵자기공명장치라는 고정밀 분석기를 활용하며 감정 결과가 나오기까지 2∼5주의 시간이 걸린다.

국과수가 현재 관리하는 마약류는 약 2천종이다.

최근 국내 마약 동향을 보면, 기존에 마약류로 지정됐으나 국내 남용 사례가 거의 없던 케타민·코카인·엘에스디 등의 남용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 신종 마약인 합성대마류를 비롯해 옥시코돈·펜타닐 등의 남용 증가세도 두드러진다. 작년에는 합성아편류와 신종케타민류의 유입 역시 확대됐다.

신종 마약은 기존 검사 기법으로는 검출이 안돼 투약하더라도 법망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 국과수가 신종 검사기법 연구개발 등에 힘을 쏟는 이유다.

국과수는 올해 초 펴낸 ‘2023 마약류 감정백서’에서 “마약류 남용의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 이제까지와 차원이 다른 마약 문제가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것”이라며 “3년간 10억원을 투입해 신종마약 탐색 플랫폼을 개발하고 국내 마약류 모니터링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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