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 살충제 내성 모기 퇴치 활용 기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남미 등에서 말라리아가 여전히 공중보건에 큰 위협이 되는 가운데 널리 사용되는 살충제에 액체비누를 소량 섞으면 살충제 내성 모기에 대한 살충 효과가 최대 10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엘패소 텍사스대 콜린스 캄뎀 박사팀은 18일 과학 저널 ‘PLOS 방치된 열대성 질환'(PLOS Neglected Tropical Diseases)에서 모기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에 널리 사용되는 주방용 물비누를 소량 첨가한 결과 살충 효과가 10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캄뎀 박사는 “지난 20년간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들은 대부분의 살충제에 강한 내성을 갖게 됐으며 현재 새로운 작용 방식을 가진 대체 화합물 개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이 연구 결과는 개발도상국의 말라리아 대처에 희망적인 소식”이라고 말했다
말라리아는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과 동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등에서 유행하는 모기 매개의 열대성 질병으로 발열, 피로, 두통, 오한 등을 일으키며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적으로 2억4천100만 명이 말라리아에 걸렸고 이 중 62만7천여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는 여전히 기존 살충제에 내성을 보이는 말라리아모기에 사용할 수 있는 유망한 대안이지만 일부 모기 종들은 이미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에도 내성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이 살충제 역시 효능을 강화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텍사스대 교수 임용 전 카메룬 감염병연구센터(CRID)에서 일한 캄뎀 교수는 그곳에서 일상적인 살충제 실험을 하다가 비누의 효능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고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다.
현재 세계보건기구(WHO)는 살충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혼합 살충제에 종자유(seed oil)를 첨가하도록 권고하는 데 살충 효과를 높이는 종자유 성분이 바로 주방용 비누와 같은 종류의 물질에 속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에서 널리 쓰이는 값싼 아마씨유 기반 비누 3종을 아세타미프리드, 클로티아니딘, 이미다클로프리드, 티아메톡삼 등 네 가지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 성분에 첨가한 뒤 말라리아모기에 대한 살충 효과를 조사했다.
그 결과 비누 3종 모두 모든 살충제의 살충효과를 크게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 가지 비누를 첨가한 살충제는 모두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보다 살충 효과가 30%에서 100%까지 증가했다.
다만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pyrethroid)는 비누 성분이 첨가돼도 모기 살충 효과가 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개발도상국 주민들이 쉽고 정확하게 비누 첨가 요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살충 효과를 강화하는 데 필요한 비누의 양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추가 테스트를 실시할 계획이다.
캄뎀 교수는 “아프리카 실내에서 사용할 수 있고 사용자들의 건강에도 해롭지 않은 비누-살충제를 만들고 싶다”며 “이런 제형의 살충제가 모기장과 같은 소재에 잘 달라붙을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방법은 유망하고 매우 흥미롭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협약)
◆ 출처 : PLoS Neglected Tropical Diseases, Colince Kamdem et al., ‘Vegetable oil-based surfactants are adjuvants that enhance the efficacy of neonicotinoid insecticides and can bias susceptibility testing in adult mosquitoes’, https://journals.plos.org/plosntds/article?id=10.1371/journal.pntd.0011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