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 ‘칼 휘두른’ 박민 KBS 사장, 이소정 앵커·주진우 하차시켜

박민 신임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이 13일 서울 한국방송 본사에서 취임사를 밝히고 있다. 한국방송 제공

박민 KBS 사장, 출근 첫날 시사프로그램 삭제·앵커 교체부터
언론노조 KBS본부 “법적 책임 물을 것”

박민 한국방송(KBS) 사장 취임 첫날부터 그간 여권으로부터 ‘편파 방송’이라고 공격받아온 시사프로그램이 갑작스럽게 편성에서 빠지고 출연진이 교체되는 등 한국방송 내부에서 제작 자율성 침해 및 부당 인사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는 13일 박 사장 취임식 직후 한국방송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조치는 방송법에 보장된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민 신임 사장이 취임한 KBS가 ‘뉴스9’를 4년 동안 진행해온 이소정 앵커(사진)와 제1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진행자 주진우 씨를 하차시켰다.

11월10일 뉴스9 갈무리.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사측이 방송법과 단체협약, 편성규약을 위반했다며 반발했다.

KBS는 1TV에서 방송하는 ‘뉴스9’의 평일 새 앵커에 박장범 기자와 박지원 아나운서를, 주말 앵커에 김현경 기자와 박소현 아나운서를 발탁했다고 13일 밝혔다.

아울러 ‘뉴스광장’의 평일 남자 앵커는 최문종 기자, 여자 앵커는 홍주연 아나운서가 맡게 됐다. 홍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뉴스9’의 스포츠 뉴스는 기존 ‘뉴스광장’ 앵커였던 이윤정 아나운서가 맡는다.

이 밖에 ‘뉴스라인W’는 이승기 기자가 단독 앵커로 선임됐고, ‘뉴스12’는 이윤희 기자와 이광엽 아나운서, 주말 ‘뉴스광장’ 남자 앵커는 임지웅 아나운서가 각각 발탁됐다. ‘뉴스6’은 김재홍 아나운서가, ‘뉴스타임’은 장수연 아나운서가 새 앵커가 된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도 바뀌었다. ‘사사건건’은 송영석 기자, ‘일요진단’은 김대홍 기자, ‘남북의 창’은 양지우 기자가 각각 진행한다.

KBS는 또 매일 오후 5시 5분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 ‘주진우 라이브’를 이날부터 ‘특집 1라디오 저녁’으로 대체하고 기존 진행자인 주진우 씨 대신 김용준 KBS 기자를 진행자로 세웠다.

아울러 월∼목요일 오후 2TV에서 방송하는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를 이날 결방하고 대신 드라마와 코미디 프로그램 재방송으로 메꾼다고 밝혔다.

KBS는 “주요 종합뉴스의 앵커를 교체함으로써 KBS의 위상을 되찾고 시청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이번 인사 배경을 설명했다.

박민 사장 퇴임 요구하는 언론노조 KBS 본부
박민 사장 퇴임 요구하는 언론노조 KBS 본부/ 민주노총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조합원들이 박민 사장이 취임한 1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박 사장 퇴임을 요구하는 모습.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제공]

 

언론노조 KBS 본부는 이번 인사와 ‘더 라이브’ 결방에 “박민 사장 취임 첫날부터 편성규약과 단체협약 위반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며 비판했다.

KBS 본부는 “사측이 제작진과 어떤 논의도 없이 ‘더 라이브’ 편성을 삭제했다”며 “당장은 편성 삭제와 대체에 불과하지만, 사실상 폐지 수순에 돌입한 것이라 봐도 무방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라디오 센터장 내정자가 인사도 나기 전에 ‘주진우 라이브’ 담당 PD에게 전화해 주진우 씨 하차를 통보하고 보도국 기자가 진행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제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측은 이소정 앵커에게 지난 일요일 저녁 갑작스럽게 전화해 하차를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KBS 본부는 노사 단체협약과 편성규약에 따라 사측이 개편을 실무자와 협의해야 하고 긴급 편성 때는 교섭대표노조에 통보해야 하는데 이 같은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국방송은 노사 단체협약(2022)을 통해 “편성·제작·보도 책임자는 실무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22조), “프로그램 개편 전에 제작진과 협의해야 한다”(31조) 등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방송법 역시 4조를 통해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있다. 노조는 “박민 체제의 보직자들을 방송법 및 단체협약 위반으로 고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이번 조치들은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누구든 방송 편성에 관해 규제나 간섭을 할 수 없다고 명시한 방송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민 사장 체제와 보직자들에게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라며 “해당 행위를 한 보직자들에 대해 방송법 위반과 단체협약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할 것이며, 편성 삭제와 진행자 교체와 관련해 사측에 긴급 공정방송추진위원회를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정확하고 편견 없는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며 “공영방송을 개인이나 집단의 이념이나 소신을 실현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부. 연합뉴스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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