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00선 위협…원/달러 환율 연고점 뚫고 1,360원대
연휴 기간 대외 충격 한꺼번에 흡수…금융불안 우려 등 부각
미국 국채 금리 급등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4일 국내 금융시장을 덮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장기화 전망에 미 국채 금리가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여파로 긴 연휴를 끝낸 금융시장은 일제히 급락세를 보였다.
이에 한국은행은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모니터링하며 필요시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 코스피 2,400선 위협…국채 금리·환율 11개월 만에 최고치
이날 국내 주식과 채권, 원화 가치는 개장 직후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장 마감까지 낙폭을 확대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장 대비 2.41% 내린 2,405.69, 코스닥지수는 4.00% 내린 807.40으로 집계됐다.
코스피는 장중 2,402.84까지 내려가며 2,400선을 위협받았다.
외국인과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4천45억원, 4천693억원어치 주식 현물을 순매도했으며, 특히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5천억여원을 팔아치웠다.
국고채 3년물과 10년물은 전 거래일 최종호가수익률 대비 각각 22.4bp(1bp=0.01%포인트), 32.1bp 급등한 4.108%, 4.351%에서 마감했다. 이는 채권시장 자금 경색이 두드러졌던 지난해 10∼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 역시 전 거래일 종가보다 14.2원 오른 1,363.5원에 종가를 형성하며 작년 11월 이후로 가장 높은 가격에 마감했다.
(서울=연합뉴스) 미국 긴축 장기화 우려로 코스피가 2% 이상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연고점을 경신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2023.10.4
국채선물시장에서는 10년 국채선물(LKTB)이 사상 처음으로 가격제한폭까지 내리며 코로나19 여파가 미쳤던 2020년 3월 13일 이후로 역대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2.28%), 홍콩 항셍지수(-0.85%)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하락했다.
이날 주식·채권·원화가 한꺼번에 급락세를 보인 것은 지난 6거래일 동안의 긴 연휴 동안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한 영향을 국내 금융시장이 한꺼번에 흡수한 결과로 풀이된다.
글로벌 채권 금리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지난달 27일 연 4.5%대였으나, 3일(현지시간)에는 4.8%를 넘어서며 2007년 8월 이후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날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화 인덱스는 107대까지 올라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006800] 미디어콘텐츠본부장은 “하반기 미국 재무부가 채권 발행을 늘렸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은 예산안 처리 불발 가능성을 키웠다”며 미 국채 10년물에 대한 수급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연준의 고금리 정책이 이어지는 가운데 연준 위원들이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발언들을 하는 등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제한될 수밖에 없고 전체적인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 추세 전환 재료 부재…”단기 충격 불가피·금융불안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시장 분위기를 반전시킬 재료 자체가 없다고 진단하며 대외 여건 불확실성에 따라 금융시장도 불안정한 분위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이날 같은 급락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상영 본부장은 “(현재로선) 미 국채 금리가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실적 시즌이 시작되며 단기 되돌림(반등)은 있겠지만 상승 전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수가 완전히 망가져 폭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바닥을 형성한 뒤 적극적으로 움직임을 보이지도 않을 것”이라며 2,500선에서 100포인트 안팎의 박스권 흐름을 예상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은 “국내 경기 여건을 생각할 때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제한적이라 국채 금리가 미국을 따라 계속 상승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면서도 금융 불안정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전문위원은 “지난 3월 미국 지역은행 위기 때 미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차가 30bp 정도였는데 지금도 그 수준”이라며 “상업용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큰 지역은행과 부동산 섹터 주가가 최근 크게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도 이렇게 금리가 높으면 부동산 분야가 연착륙해야 하는 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이 정도 금리 레벨을 금융시장이 흡수하기는 쉽지 않아 금융 안정과 관련해 경계하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준의 긴축이 시장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달러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도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이날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추석 연휴 기간 국제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유 부총재는 이 자리에서 “연준의 고금리 기조 장기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채권 금리가 상당폭 상승하고 있는 데다, 국제유가도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다”고 말했다.
외환시장 전문가 일부는 환율 상단을 단기적으로 1,4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전망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1차 저항선인 1,360원을 돌파했고, 2차 저항선은 1,400원 정도”라며 “1,4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다만 미국에서도 고금리 여파가 주택시장 등을 통해 점차 유입되면서 11∼12월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다”며 “펀더멘털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들면서 연내 추가 긴축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결과론적으로 연착륙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도 “단기적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1,380원까지는 오를 수 있다고 본다”며 “물가, 경기 등 지표에 따라 환율 방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고,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그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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