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재명 영장 기각 “증거인멸 적고 자료 부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3.9.26

 

與 “법원이 개딸에 굴복” 검찰 “법원 판단 모순 매우 유감”
검찰, 2년간 총력전에도 구속 실패 수사동력 타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여러 의혹의 정점으로 의심되는 이 대표 신병을 확보해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시절 이뤄진 각종 비리행위의 전모를 밝히려던 검찰의 계획엔 제동이 걸렸다.

반대로 이 대표는 흔들리는 정치적 입지를 회복하고 2년간 자신을 전방위로 압박해 온 검찰에 반격할 계기를 마련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이날 기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59) 대표가 구속을 면한 배경에는 “이 대표의 증거인멸 우려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판단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특히 이 대표가 제1야당의 현직 대표라는 점도 이런 판단의 근거 중 하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이례적으로 긴 총 892자 분량의 사유를 통해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유 부장판사는 증거인멸 우려와 관련해 “위증교사 및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현재까지 확보된 인적·물적 자료에 비춰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수사가 상당 부분 진행돼 검찰이 당시 공문과 녹음파일 등 증거자료를 충분히 확보한 상황인 만큼 이 대표 측이 증거를 훼손하려고 해도 실현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검찰이 중요한 ‘사법방해’ 정황으로도 제시한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그 자체를 증명하기에는 충분한 증거를 확보한 만큼 구속수사가 필요하지는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북송금 의혹에 대해서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가해진 회유·압박 정황을 두고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면서도 “피의자가 직접적으로 개입하였다고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하다”고 했다.

이 대표 주변 인물들의 회유·압박 정황을 문제로 지적하면서도 이 대표가 이런 행동을 직접 지시하거나 요구한 정황은 검찰이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유 부장판사는 “이화영의 기존 수사기관 진술에 임의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진술의 변화는 결국 진술 신빙성 여부의 판단 영역”이라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가 대북송금 과정을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검찰 진술 자체는 유효한 증거로 남아 있는 만큼, 진술이 바뀐 경위를 재판을 통해 따져보면 될 일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유 부장판사는 그러면서 “별건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피의자의 상황,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을 감안할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유 부장판사는 검찰이 이 대표에게 적용한 범죄사실에 대해서는 혐의별로 다른 판단을 내놓았다.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한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며 혐의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반대로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소명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백현동 의혹과 관련한 배임 혐의에는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면서도 “이에 관한 직접 증거 자체는 부족한 현 시점에서 사실관계 내지 법리적 측면에서 반박하는 피의자의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북송금 의혹에 비해 혐의 판단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취하면서도, 이 대표의 방어권에 조금 더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이런 판단을 내놓음에 따라, 향후 보강 수사 과정에서도 검찰과 이 대표 측의 신경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 “법원 판단 앞뒤 모순…납득 어렵고 매우 유감”

하지만 검찰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법원 판단은 앞뒤가 모순됐다”고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은 27일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법원이)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고 인정하고, 백현동 개발 비리에 이 대표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있다고 했다”고 법원 판단을 평가했다.

다만 “대북송금 관련 이 대표의 개입을 인정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진술을 근거로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고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증거인멸 우려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법원 판단을 두고는 “위증교사 혐의가 소명됐다는 것은 증거인멸을 현실적으로 했다는 것”이라며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주변 인물에 의한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들을 인정하면서도 증거인멸 염려가 없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 대표가 허위 진술을 교사한 혐의를 인정하고, 민주당 인사들이 핵심 피의자인 이화영 전 부지사를 회유·압박한 것이 의심된다면서도 증거인멸 우려가 크지 않다고 본 법원의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법과 원칙에 따라 흔들림 없이 실체 진실을 규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與 “법원이 개딸에 굴복…檢, 영장 재청구해야”

국민의힘도 27일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두고 “결국 법원이 개딸에 굴복했다”고 비판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과연 법원은 이제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겠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또 “추상같이 엄중해야 할 법원이 판단이 고작 한 정치인을 맹종하는 극렬 지지층에 의해 휘둘렸다는 점에서 오늘 결정은 두고두고 오점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표는 수사 과정에서 대한민국 법치를 농락해 왔다”며 “각종 지연작전으로 검찰과의 실랑이로 검찰 조사를 방해하고, 단식으로 동정여론을 조성하려는 낯부끄러운 시도까지 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하루 전날에는 사실상 부결을 지시하는 지령문까지 내려보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법원은 이 대표에게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며 “과연 어느 국민이 오늘 법원의 판단을 상식적으로 이해하실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그러면서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제 이 대표와 민주당이 마치 자신들이 면죄부라도 받은 양 행세하며,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는 모습”이라며 “검찰은 하루속히 보강을 통해 다시 영장을 재청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 대표와 민주당 역시 오늘의 결정이 범죄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아님을 직시하고, 겸허한 자세로 더 이상의 사법 방해행위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이날 기각했다. (c)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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