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종이 온다] ①인간에 의해 국경을 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톰켓이라고 불리는 화상벌레가 경남 진주시 일부 지역에 출현한 일명 '화상벌레'로 불리는 청딱지 개미 반날개. 이 벌레는 주로 산이나 평야, 하천변, 논밭, 썩은 식물 등에 서식한다. 크기는 7mm 정도로 생김새는 개미와 비슷하다. 이 벌레는 '페데린' 이란 독성물질이 있어 피부에 접촉하거나 물리면 화상을 입은 것 같은 염증과 통증을 유발한다. 보건소는 가정 내에서는 방충망을 설치해서 벌레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19.10.8 [진주시 제공] 화상벌래는 새만금 잼버리 대회에도 발견됐다.

상업·반려용으로 도입되거나 국제교류 과정서 유입
2009년 894종→2021년 2천653종…707종은 국내 생태계 정착
기후변화로 정착 쉬워져…”아열대화에 외래종 증가할 것

생물에게는 국경이 없다.

시베리아 동부 습지에서 태어난 흑두루미는 겨울이 되면 한국 순천만과 일본 이즈미(出水)로 내려온다.

한국 백령도와 가로림만에 사는 점박이물범은 늦가을이 되면 번식을 위해 중국 보하이만(渤海灣)과 랴오둥만(遼東灣)으로 북상한다.

인간이 쳐놓은 비무장지대(DMZ) 철조망도, 인위적으로 그어놓은 북방한계선(NLL)도 흑두루미와 점박이물범의 ‘월경’을 막지는 못한다.

비행하는 흑두루미 가족
비행하는 흑두루미 가족

(순천=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지난 11일 전남 순천시에 있는 순천만 대대뜰 상공을 흑두루미 가족이 비행하고 있다. 흑두루미는 가족 단위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 구성원은 보통 3∼4마리다. 2023.1.15 [email protected]

국경이 없다고 해서 어디든 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다리 없는 가시박이 북미에서 한국으로 걸어올 수는 없다.

날개가 작거나 없는 붉은불개미가 남미에서 한국으로 날아오지도 못한다.

그런데도 이들이 국경을 넘는 것은 인간 때문이다.

남미가 고향인 뉴트리아는 도축용으로 한국에 도입됐다. 2001년 기준 농가 470여곳에서 15만마리를 사육했을 정도로 ‘인기’였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출신인 미국가재는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되기 전인 2018년까지 반려용으로 국내에 널리 유통됐다.

뉴트리아와 미국가재가 품고 있는 물곰팡이(aphanomyces astaci)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100대 악성 외래침입종’ 목록에도 올라가 있지만 인간의 욕망에 의해 담을 넘었다.

천안 병천천서 발견된 미국가재
천안 병천천서 발견된 미국가재

(천안=연합뉴스) 충남 천안시 동남구 북면 납안리 납안교 인근 하천(병천천)에서 토종 생태계를 위협하는 ‘미국가재’가 발견됐다. 2023.7.28 [천안아산환경운동연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의도하지 않은 유입도 있다.

올해 5월 서울 강남구 주택에서 발견된 흰개미는 수입 건축자재나 가구와 함께 국내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관찰되기 시작한 ‘러브버그’ 붉은등우단털파리는 국제무역 과정에서 인천항과 김포공항 등을 통해 입국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인간 활동으로 의도적으로 도입되거나 비의도적으로 유입되면서 자연적인 범위를 넘어 분포하게 된 생물을 우리는 외래종이라고 부른다.

11일 환경부 국립생태원에 따르면 정확한 개체수를 파악할 수는 없지만 한국에 들어온 외래종은 2009년 894종에서 2021년 2천653종으로 연평균 16%씩 증가해왔다.

어류가 855종으로 가장 많았고 식물이 778종, 양서·파충류가 363종, 곤충이 211종, 포유류가 201종으로 뒤를 이었다. 조류와 기타 분류군도 245종 있었다.

외래종이 늘어난 것은 국제 인적·물적 교류가 늘어나고 반려동물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국제화물 물동량은 2020년 기준 12억8천만t(톤)으로 2004년보다 74% 많아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15년 1조9천억원에서 올해 4조5천억원으로 커졌고 2027년 6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환경부는 ‘외래생물 관리 종합 대응 매뉴얼’에서 “최근 반려 목적으로 해외에서 (야생동물을) 직수입해 거래하거나 키우는 사례가 증가했다”라며 “과거에 비해 유입종이 다양해지고 무책임한 유기로 인한 생태계 유출이 빈번하다”라고 밝혔다.

붉은불개미
붉은불개미 [농림축산검역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외래종 중에서도 한국 생태계에 정착한 것으로 판단되는 종은 707종(26.6%)에 달한다.

생태계에 정착했다는 것은 야생에서 번식에 성공해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고 개체군 크기가 유지되거나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야생에 분포하는 외래종 가운데 94.8%(670종)를 차지한 식물과 곤충이 야생에 정착할 때 가장 중요한 변인은 ‘최한월 평균기온’이다. 혹한을 견뎌내고 사계절 내내 살아남을 수 있어야 야생에 뿌리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데이터를 보면 최근 50년(1974∼2023년)간 1월 평균기온은 영하 2.2도에서 영하 0.6도로 1.6도, 2월 평균기온은 영하 0.9도에서 영상 2.5도로 3.4도 높아졌다.

이는 상대적으로 저위도에 살던 생물의 북방한계선이 북상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 붉은불개미와 긴다리비틀개미 같은 남방 출신 외래종이 많아지고 있다.

올해 5월 서울 강남구 주택에서 발견된 ‘마른나무흰개미(Kalotermitidae)과 크립토테르메스(Cryptotermes)속 도메스티쿠스(Domesticus)종’ 흰개미는 인도네시아, 스리랑카, 호주, 중국 등 한국보다 저위도에 있는 국가에 주로 분포한다.

 

서울 강남 주택서 발견 흰개미
서울 강남 주택서 발견 흰개미 (서울=연합뉴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주택에서 발견된 흰개미는 세계적으로 목조건축물에 큰 해를 끼치는 외래 흰개미로 잠정 확인됐다. 사진은 환경부에 제보된 흰개미. 2023.5.19

 

7월 제주도 해안에서 발견된 노랑알락하늘소는 인도, 라오스, 대만, 태국, 베트남 등에 서식하는 아열대성 곤충이다.

국립생태원 외래생물팀 이희조 전임연구원은 “한국에서 겨울을 나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종이 정착한 사례도 있다”라며 “한국 기후가 아열대화하면 야생에 정착하는 외래종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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