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용량 아스피린(100mg)을 매일 수 년 동안 복용하면 뇌내출혈(intracranial bleeding) 위험이 38%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모나쉬 대학의 제프리 클라우드 신경과학 교수와 미국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의 제프 윌리엄슨 노인의학 교수 연구팀이 심혈관 질환이 없는 65세 이상 노인 1만9천114명(평균연령 74세, 여성 56.4%)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ASPREE)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헬스데이 뉴스가 2023년 7월 27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9천525명)엔 저용량 아스피린을, 다른 그룹(9천589명)엔 위약(placebo)을 4∼5년 동안 투여했다.
전체적인 결과는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 발생률은 아스피린 그룹이 1.5%, 대조군이 1.7%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뇌내출혈 발생률은 아스피린 그룹이 1.1%(108명), 대조군이 0.8%(79명)로 아스피린 그룹이 대조군보다 38% 높았다.
뇌혈관이 파열돼 발생하는 출혈성 뇌졸중 발생률도 아스피린 그룹이 0.5%(49명)로 대조군의 0.4%(37명)보다 높았다.
이 결과는 저용량 아스피린의 장기 복용이 뇌경색 위험을 낮추는 효과는 거의 없으면서 뇌내출혈 위험을 상당히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오래전부터 중년 또는 노년기에 들어서면 뇌졸중 또는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혈전 위험을 줄이기 위해 ‘베이비 아스피린’이라고 불리는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이 권장되어왔다.
아스피린은 출혈 때 혈액을 응고하는 기능을 지닌 혈소판의 응집을 억제해 혈전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지만 위장 또는 뇌 출혈 같은 내출혈 위험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있다. 그래도 실보다는 득이 크다고 사람들은 믿어왔다.
그러나 미국 심장 협회(AHA)와 미국 심장 학회(ACC)는 최초의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예방 목적으로는 아스피린 사용을 피하고 전에 심근경색, 뇌졸중을 겪었거나 또는 개심술을 받은 일이 있는 사람만 재발 예방 목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AHA의 임상과학 담당 최고 책임자인 미첼 엘킨드 박사는 이 임상시험 결과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AHA를 비롯해 전문 학회들은 연령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심혈관 질환의 1차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연령대가 40~70세이면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이 매우 높고 아스피린에 의한 내출혈 위험이 낮은 사람은 예외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예를 들어 매우 강한 심혈관 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관상동맥 칼슘 수치가 높아 동맥경화 위험이 있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의사 협회 저널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됐다.
“고령층 심장마비 예방목적 아스피린 요법, 득보다 위험이 커”
미 질병예방특위 “아스피린 매일 복용, 내부 출혈 위험 늘려”
60세 이상 고령층이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 매일 복용하는 저용량 아스피린은 예방효과보다 내출혈 위험이 커 아스피린 저용량 요법을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뉴욕타임스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는 2021년 10월 12일(현지시간) ‘심혈관 질환 예방을 위한 아스피린 사용’ 권고 초안에서 심장질환 위험이 있는 60세 이상 노인 중 심장마비·뇌졸중을 겪지 않은 사람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 매일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는 요법을 시작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위원회는 또 40대와 50대에게도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하라던 기존 권고를 의사와 상의해 개별적으로 계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권고 초안이 확정되면 위원회가 2016년 고령층에게 첫 심장마비와 뇌졸중 예방을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을 권고했던 기존 의견을 바꾸는 것이 된다.
그동안 위원회는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은 60대 이상 노인은 의사와 상담을 통해 81∼100㎎ 수준의 아스피린을 매일 복용할 것을 권고했다. 아스피린이 동맥을 막을 수 있는 혈전 형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 아스피린을 먹을 경우 나이가 들면서 커지는 소화기관 및 뇌 내출혈 위험이 더 커지게 된다.
이런 까닭에 위원회는 아스피린 복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잠재적 이익보다 내부 출혈로 인한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 권고안을 바꾸게 됐다.
이런 우려는 이전에도 제기됐다. 미국 심장병 학회와 심장 협회는 2019년 심장마비나 뇌졸중 경험이 없는 40∼70세에게는 아스피린 처방을 매우 선별적으로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식품의약국(FDA)도 2014년 아스피린의 위험성에 주목하며 아스피린이 첫 번째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되어선 안 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다만 이번 권고안은 이미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거나, 이미 심장마비나 뇌졸중을 앓았던 사람, 스텐트 시술을 받은 사람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USPSTF 전문가 패널 회장인 도널드 릴로이드 존스 박사는 “아스피린 요법은 심혈관 질환 위험이 아주 높고 내부출혈 위험은 매우 낮은 성인들로만 제한돼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또 대장암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라고 권고한 2016년 지침도 바뀔 수 있음을 시사했다. 위원회는 최근 연구들에서 아스피린을 통한 대장암 예방 효과에 의문이 드는 결과들이 나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용량 아스피린 고령층 당뇨병 예방…복용엔 의학처방 필요”
호주 연구팀 “100㎎ 아스피린 복용 노인, 2형 당뇨병 위험 15% 감소”
65세 이상 노인이 저용량(100㎎)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제2형 당뇨병 위험이 15%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연구팀은 출혈 위험을 들어 철저한 의학 처방에 따라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주 모나시대 소피아 준가스 교수팀은 2일 유럽당뇨병학회(EASD) 학술지 ‘당뇨병학'(DIABETOLOGIA)에서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아스피린-위약 이중 맹검 대조 임상시험(ASPREE)의 후속 연구를 통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SPREE는 아스피린이 심혈관 질환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2010~2018년 미국과 호주에서 심혈관 질환과 신체장애 및 치매가 없는 65세 이상 노인들을 아스피린 그룹과 위약 그룹으로 나눠 실시한 임상 시험이다.
시험 결과는 저용량 아스피린 복용은 심혈관 질환 발생률을 감소시키지 않으면서도 출혈 위험을 38%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결과는 2018년 의학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발표됐다.
하지만 아스피린이 노년층의 제2형 당뇨병 발병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ASPREE 데이터를 이용해 아스피린이 노년층의 당뇨병과 공복 혈당(FPG)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ASPREE 연구 시작 시점에 당뇨병이 있는 환자는 제외됐으며, 아스피린 그룹(8천86명)은 매일 100㎎ 아스피린을, 위약 그룹(8천123명)은 위약 100㎎을 복용했다.
연구팀은 추적 기간 당뇨병 발병을 당뇨병에 대한 자가보고, 혈당 강하제 복용 시작, 공복 혈당 수치 7.0mmol/L 이상인 경우로 정의하고 컴퓨터 및 통계 모델을 통해 아스피린이 당뇨병 발병과 FPG 수치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했다.
그 결과 평균 4.7년의 추적 관찰 기간에 995건의 당뇨병 발병 사례가 기록됐으며 이 가운데 아스피린 그룹은 459건, 위약 그룹은 536건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아스피린 그룹은 위약 그룹에 비해 당뇨병 발생률이 15% 감소하고 당화혈색소 증가 속도도 더 느렸다고 밝혔다.
당화혈색소는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혈색소(헤모글로빈) 분자가 혈액 속의 포도당과 결합한 것으로 대체로 2~3개월 동안의 장기적인 혈당을 나타낸다. 이 수치가 6.5%를 넘으면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연구팀은 아스피린이 건강한 노인의 당뇨병 발병을 줄이고 공복 혈당 증가도 늦추는 효과를 보였다며 아스피린 같은 항염증제가 노년층의 당뇨병을 예방하거나 포도당 수치를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준가스 교수는 하지만 “ASPREE 결과에 따르면 아스피린은 위장관 출혈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고 현재 주요 처방 가이드라인도 심장 마비 등 의학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노인들에게 매일 아스피린을 복용할 것을 권장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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