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창설 56돌…北 “회원국과 관계발전에 관심”

맞은 편에 놓인 남과 북의 자리 (자카르타=연합뉴스) 안광일 북한 주인도네시아 대사 겸 주아세안 대사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참석해 대한민국 맞은편에 마련된 자리로 향하고 있다. 2023.7.14

지역통화 사용 호평… ‘북 ICBM 발사 우려’
ARF 의장성명은 외면

북한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창설 56주년을 맞아 회원국들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 대외선전매체 ‘조선의소리’는 7일 “8월 8일은 아세안이 창설된 지 56돌이 되는 뜻깊은 날”이라며 “우리 공화국은 아세안과 그 성원국들과의 관계 발전에 깊은 관심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아세안은 베트남전, 인도차이나 공산주의 확산 등 급변하는 국제정세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1967년 5개국(인도네시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으로 출범했다.

그 후 브루나이·베트남·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의 순차적 가입으로 10개국으로 늘어났다. 10개 회원국의 총인구는 6억7천여만 명이며 국내총생산(GDP)은 3조3천억 달러에 달한다.

10개 회원국 중 9개국이 북한과 수교했다. 다만 말레이시아는 2021년 불법 자금세탁 혐의 북한인 사업가의 미국 인도 사건으로 국교가 단절됐다.

조선의 소리는 “아세안 성원국들의 공동의 노력으로 국제무대에서 아세안의 지위와 역할은 끊임없이 제고되고 있다”며 특히 아세안의 지역통화 사용에 대해 호평했다.

매체는 “지난 5월 10일 아세안 성원국 수뇌자(정상)들은 지역의 경제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지역 내에서 민족화폐 사용을 장려하기로 했다”며 “그들은 현지화폐를 사용하는 것이 아세안 내에서의 무역과 투자를 발전시키고 지역의 금융통합을 다그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도 지난달 21일 ‘세계 경제계를 휩쓰는 다극화 바람’이라는 기사에서 아세안 등의 지역통화 사용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조선은 6월 당시 국영 인도석유공사(IOC)의 러시아산 원유 위안화 결제와 관련, “정세 분석가들과 전문가들은 세계 원유시장에서의 이러한 변화가 딸라(달러) 지배체계의 쇠퇴, 새로운 국제금융 체계의 대두를 가속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세계무대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는 아세안과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등이 딸라 배제, 민족화폐 사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은 인도·태평양 지역 외교 장관들이 지난달 한반도 긴장에 우려를 표명하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을 채택한 것은 언급하지 않았다.

ARF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외교장관회의에 이어 지난달 17일 의장성명을 내고 북한의 화성-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ARF는 북한이 참여하는 유일한 역내 다자안보 협의체로, 아세안 10개국에 남·북·미·일·중·러 등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과 주변국들이 모두 참여한다.

북한이 ICBM 발사에 대한 아세안의 우려는 외면한 채 지역통화 사용 움직임 등에만 반응하는 것은 미국 달러 주도의 국제통화 체계 붕괴에 대한 희망이 반영된 것으로 관측된다.

김영수 북한연구소장(서강대 명예교수)은 아세안 56돌 기사와 관련, “북한은 남한에 대해 강경하지만 오래전부터 대외적 기조를 폭넓게 하려고 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당국이 달러에 예속되지 않으려고 민족화폐를 강조하지만 정작 장마당에서 주민들은 푸르스름한 달러의 은어인 ‘풀돈’ 소액권을 선호한다”며 “간부 뇌물로는 ‘꿩’으로 불리던 1만엔이 위안화나 유로화보다 인기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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