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투자, 채권서 주식으로… 금리인상 끝·미 연착륙 기대

중국, 인도 등 신흥 시장 관련 투자자들이 글로벌 통화 긴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기대감 속에 채권에서 주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통화 긴축 상황에서는 일반적으로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채권 투자가 선호되지만, 시장에 다시 돈이 풀릴 조짐이 보이자 주식 시장으로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금융권 통계 등을 인용해 지난달 초부터 이런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고 앞선 3주에 이어 지난달 말 이달 초에 걸친 1주 동안 신흥 시장 주식으로 41억달러(약 5조3천500억원)가 더 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신흥시장 자산에 대한 지난달 자본 유입은 5.5% 증가해 작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ETF 투자자들도 지난 4주 동안 신흥시장 주식 ETF에 26억1천만달러(약 3조4천억원)를 쏟아부었지만, 채권에는 2억6천900만달러(약 3천500억원)만 투자했다.

덕분에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 지수는 지난달 거의 6% 상승, 지난 1월 이후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다.

반면 달러 및 현지 통화 신흥시장 채권 지수의 같은 기간 상승 폭은 2%에 미치지 못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올해 신흥시장에서 두드러졌던 현지 통화 채권이 이제 주식과 더 치열한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고 말했다.

거시적인 배경도 개도국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중국, 인도 등이 주도하는 신흥 경제권은 앞으로 3년 동안 3%포인트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이 통신은 분석했다.

미국 투자회사인 루미스 세일즈의 아시시 쿠그 자산관리 책임자는 “(신흥국) 주식시장 실적의 주요 동인은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의 거시 경제 환경이 호의적이고 소비·투자 강세로 인해 이익이 강하게 성장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동시에 현재 투자자들의 현금 동원 능력이 좋은 상황이라 신흥 주식시장 투자는 앞으로 더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GW&K 투자관리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작년 5조7천억달러(약 7천440조원)를 매각했고 신흥 시장의 경우 6천억달러(약 783조원)가량 투자 여력이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의 자금관리자들은 약 2조5천억달러(약 3천260조원)를 현금으로 보유한 상태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신흥시장 전문 조사업체인 텔리머의 투자전략가인 하스나인 말리크는 만약 미국 금리가 실제로 정점을 찍는다면 외국 자본의 복귀 속에 이집트,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터키 등 신흥국의 주식은 더 나은 상황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말리크는 “특히 미국의 연착륙은 중국, 대만, 한국 등 수출 제조업 분야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거대 신흥 시장에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신흥국 주식 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은 기대 수익이 채권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의 예상 수익률은 8.6%인데 중국 채권은 2.6%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격차는 지난 2년간 두 배로 늘어난 상태다.

최근 중국 경제가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여기저기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이에 굴하지 않는 상황인 셈이다.

GW&K 투자관리의 자산관리 책임자 누노 페르난드스는 “우리 포트폴리오의 절반은 중국에 있으며 인도도 두 번째로 중요한 나라”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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