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격에 물러선 영국 박물관… 싱가포르 대학은 ‘음력설’ 굳건

영국의 대영박물관이 ‘한국 음력 설(Korean Lunar New Year)’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가 중국 네티즌들의 공격을 받아 ‘중국 설(Chinese New Year)’로 변경한 가운데, 싱가포르의 명문대학에서도 ‘음력 설(Lunar New Year)’이라는 표기를 선택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 학교는 기존 표현을 고수하기로 했다.

24일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난양공과대학(NTU)은 최근 설 명절을 기념하며 ‘How Lunar New Year Is Celebrated Around Asia’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캠퍼스 곳곳에 붙였다. 음식과 행사 등 설을 즐기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그러자 중국학생들은 이 포스터에 사용된 ‘Lunar’라는 단어를 문제 삼기 시작했다. 일부는 ‘Lunar’를 지우고 ‘Chinese’를 적어 넣기도 했다. 중국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학교가 중국 학생들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그러나 이 학교는 공식 사과나 표현 수정, 포스터 철거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대신 다양성과 표용의 정신을 강조했다.

이 학교 대변인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NTU는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이 기간 동안 새해를 기념하고 축하한다”며 “다양성과 포용의 정신으로 우리는 연례행사에서 ‘Lunar New Year’이라는 용어를 쓴다”고 전했다.

앞서 대영박물관에서는 설맞이 행사를 홍보하면서 ‘Korean Lunar New Year’라고 적어 중국 누리꾼들의 항의를 받았다. 최근 중국인들은 우리나라의 설이 중국의 춘제에서 기원한 것이라며 중국 설이라고 우기고 있다.

대영박물관은 결국 이 글을 삭제한 뒤 토끼를 들고 있는 청나라 여성의 초상화를 올리며 해시태그에 ‘Chinese New Year’라고 적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 누리꾼들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영국박물관이 항복한 셈”이라며 “논리도 없고 억지 주장만 펼치는 행태를 처음 겪었기 때문에 무서웠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박물관이라면 당장의 논란을 피하기 위한 ‘회피’보다는 조금 더 이성적인 ‘처사’를 했었어야 했는데 그저 안타깝고 부끄러운 조치”라고 비판했다.

서 교수 역시 중국인들의 공격 대상이 됐다. 중국 누리꾼들은 서 교수의 SNS에 “중국 문화 훔쳐가는 한국”, “설은 중국인이 발명했다”, “한국인 죽어라” 등 악성 댓글을 남겼다.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과 소녀시대의 멤버 서현도 중국 누리꾼들의 공격을 피하지 못했다. 두 사람은 SNS에 한복을 입은 사진을 업로드하고, ‘Korean Lunar New Year’와 ‘Seollal’이라는 표현을 넣어 중국인들의 댓글 테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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