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제한없이 중도금 대출 허용…청약규제도 확 푼다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한국 국토교통부는 주택시장 경착륙과 미분양 확산을 막기 위해 중도금 대출 규제와 특별공급 등 청약 관련 규제도 대거 해제한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한 과도한 청약 규제가 대부분 풀리는 것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하고 있는 전세사기에도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3일 이 같은 내용의 규제 완화 방안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 비상
아파트 중도금 대출 비상

◇ 12억원 이하 제한 두던 중도금 대출규정 아예 폐지…특공 상한기준도 사라져

국토부는 현재 분양가 12억원 이하만 가능한 중도금 대출 보증을 모든 분양주택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당초 9억원 이하로 제한했던 중도금 대출을 지난해 11월 말 12억원 이하로 완화했는데, 올해는 아예 이 규정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1인당 5억원까지로 제한했던 인당 중도금 대출 한도도 폐지한다.

국토부는 늦어도 3월까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 규정과 은행시스템을 손질해 1분기 내에 이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특별공급의 분양가 상한 기준도 사라진다. 현재 투기과열지구에서는 분양가가 9억원을 넘는 경우 다자녀 등 특별공급 대상 물량에서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시행된 2018년 5월부터 분양가가 크게 올라 서울에서는 9억원 이하 소형 아파트만 특공 물량으로 배정돼 다자녀, 노부모 부양 등 부양가족이 많은 경우 거주하기에 적합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국토부는 2월 중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분양가 제한을 없앤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서울에서 전용면적 85㎡ 중형도 특공 물량으로 분양받을 수 있게 된다.

일명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는 유주택자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앞서 2021년 5월부터 당첨 포기나 계약취소 등으로 발생하는 미계약 물량에 대해 무주택자만 신청할 수 있도록 제한하면서 청약 마감이 지연되고 미분양 해소가 어려운 애로가 있었다.

국토부는 2월 중으로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해 무순위 청약에 유주택자도 청약을 허용할 방침이다.

다음주부터 분양가 12억원 이하 아파트도 중도금 대출 허용
다음주부터 분양가 12억원 이하 아파트도 중도금 대출 허용

청약 당첨된 1주택자에게 부과되는 기존주택 처분 의무도 폐기한다.

현재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과 수도권·광역시 분양 아파트의 경우 추첨제 1순위 물량의 25%는 1주택자도 당첨이 가능하나 기존주택을 처분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국토부는 당초 6개월내 팔아야 하는 것을 최근 2년으로 완화했으나 이 또한 아예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다음달 중으로 주택공급규칙 개정을 완료하고 청약시스템 정비를 거쳐 상반기 시행한다. 개정안 시행 이전에 청약 당첨된 경우에도 소급 적용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중도금 대출 금액 상한이나 무순위 청약자격 제한, 특공 물량 분양가 제한, 기존주택 처분 조건 등의 규제들은 모두 과거에 없다가 이전 정부에서 청약 과열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들”이라며 “최근 주택경기 침체로 청약 미달 사태와 미분양이 확산하고 있어 과도한 규제는 없애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건설사가 최근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공급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15조원의 보증을 공급한다.

이달 2일부터 착공 전 브릿지론 단계에서 본 PF 대출로 원활하게 넘어갈 수 있도록 PF 보증 공급 규모를 10조원으로 확대하고 보증 심사방식과 금리요건도 개선한다.

또 착공 후에는 최근 단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주택업계의 PF-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 차환 발행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만기가 긴 대출로 대환할 수 있는 보증상품(기실행 PF 대출금 상환을 위한 PF 보증)을 신설했다.

준공 전 미분양 사업장을 지원하기 위해 5조원 규모의 미분양 대출보증도 신설했다.

미분양 대출보증은 주택사업자가 미분양 해소를 위한 자구노력을 수행하는 조건으로 사업비를 조달하는 경우 HUG가 원리금 상환을 책임지는 것으로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보증금 반환에 애타는 '빌라왕' 피해 임차인들 (세종=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주택 1천139채를 보유하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일명 '빌라왕' 김모씨 사건 피해 임차인들이 27일 오전 세종시에 있는 한 공유오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상황 및 요청사항 등을 발표하고 있다. 2022.12.27 kjhpress@yna.co.kr(끝)

보증금 반환에 애타는 ‘빌라왕’ 피해 임차인들 (세종=연합뉴스)  주택 1천139채를 보유하다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일명 ‘빌라왕’ 김모씨 사건 피해 임차인들이 27일 오전 세종시에 있는 한 공유오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 상황 및 요청사항 등을 발표하고 있다. 2022.12.27

◇ 시중은행 확정일자 조회 권한 부여…디딤돌 대출 한도 확대

최근 속칭 ‘빌라왕’ 사건 이후 심각성이 커지고 있는 전세사기 대응에 적극 나선다.

정부는 현재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체결 전에 임대인의 선순위 권리관계와 납세증명서를 확인할 수 있는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주택임대보호법 개정을 추진중이다.

여기에다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을 심사할 때 임대차 계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확정일자 조회 권한을 부여해 이달중 시범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전입신고 효력 발생(다음날) 전에 임대인이 담보대출을 받아 은행의 근저당권이 임차인의 대항력보다 우선하게 되는 피해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또 이달 중 HUG가 만드는 안심전세 앱을 출시해 세입자들이 전세계약시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와 연립·다세대 적정 시세 정보 등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단계적으로 50가구 미만 아파트와 100가구 미만 연립주택의 시세 정보부터 공개해나갈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서울 서부관리센터에서 열린 전세사기 대책 간담회에 참석해 “소규모 신축 빌라는 가격 정보가 없기 때문에 전세 사기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며 “최대한 국가가 책임지고 가격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2월에는 범정부 전세사기 특별단속 결과를 발표하고, 경찰청과 함께 전세사기 단속·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을 발족해 전세사기·집값 담합 단속 등 거래 전단계에 대해 소비자의 보호를 강화하고, 외국인 투기방지를 위한 기획조사도 비주택 거래로 확대할 계획이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 이달중 취약차주 원금상환 유예 대상을 종전 실직·휴직·폐업 등에서 소득이 20% 이상 감소한 경우와 질병·상해, 재난피해자 등으로 확대하고, 2월에는 시중 전세대출 이용자의 버팀목 전세 대출 대환도 허용한다.

또 생애최초·신혼 디딤돌 구입자금대출 한도는 각각 2억5천만원에서 3억원으로, 2억7천만원에서 4억원으로 확대한다.

전용면적 85㎡ 아파트의 민간 등록임대 허용 등 등록임대 정상화 방안은 서둘러 민간임대특별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그래픽] 부동산 시장 정상화 방안 주요 내용
[그래픽] 부동산 시장 정상화 방안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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