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투자유치 난항…신행정수도 건설 ‘불투명’?

인도네시아가 신행정수도 건설에 필요한 자금 340억 달러 조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신행정수도는 이 나라의 운명을 건 대승부이며, 성장의 핵심 동력 프로젝트이다. 이 사업의 추진 난항은 발전 전략의 포기 내지는 전면적 수정을 초래할 수도 있다.

이 사업은 빈 살만이 추진하는 사우디의 네옴시티 프로젝트와 비교해 관심이나 주목을 끌지 못할 사업이 아니지만, 네옴시티가 보이는 파괴력에 비하면 글로벌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조코위는 큰 기대 속에 출범한 대통령으로서 정치계의 이단아였다. 명실상부한 아세안의 최고·최대 국가로 만들기 위한 장정에 나섰지만 임기가 18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쉬움이 크다.

조코위는 인도네시아 경제를 부양하고 빠르게 침몰하는 수도 자카르타에서 수백만 명을 이주시켜 재정착시키기 위해 이 프로젝트를 수립했다.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다.
올해 자카르타에서 개최한 G20 정상회담은 조코위에게 이 야심 찬 프로젝트를 발표할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누산타라가 처음 발표된 지 3년이 넘도록 프로젝트 자금 조달을 위한 구속력 있는 계약 체결에 실패했다.

일부 잠재적 투자자들이 의향서에 서명했지만 실제 투자할 확고한 약속은 체결되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미래 청사진, 신행정수도

인도네시아는 경제 성장을 획기적으로 이끌 방법이 필요하다. 이는 수도를 이전하는 사업이며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의 가장 강력한 국가이지만 잠재력에 비해 발전 속도가 느리다. 2030년 글로벌 위상은 GDP에서 보수적인 가정을 토대로 산정할 때 연평균 성장률이 5~6%이다.

스태티스타(Statista) 통계에 따르면 2050년 인도네시아 GDP는 10조 달러로 세계 4위를 기록한다.
이를 달성하는 데 수도 이전은 큰 동력이다. 조코위가 매달리는 이유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받지 못하면 대통령의 비전은 무너질 수 있다.

문제는 코로나였다. 해외 투자자들은 프로젝트에 대해 매우 신중하다. 이미 무산된 바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수년간의 지연으로 새로운 도시가 완성되기 훨씬 전에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것도 부담이다.

초기 개발 사업은 대부분이 신행정수도에 대한 도로 및 교량 같은 예비 프로젝트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투자자들은 기본 인프라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보인다.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되어도 투자 보상은 오래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경기 침체에 직면해 있고 이미 경기 침체에 빠져 있다. 향후 몇 년 동안 부유한 국가들조차 국내 의제를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석탄, 금속, 야자유, 고무 공급에도 지난 10년 동안 평균 4.3% 성장률에 불과했다. 이는 베트남과 필리핀 같은 이웃 국가보다 뒤진 것이다. 문제는 부패, 정실주의 및 관료주의 탓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거의 30년이 지연된 국가의 MRA(Mass Rapid Transit) 프로젝트다. 또한, 8년 전에 시작된 보르네오 정글의 대규모 수력발전용 프로젝트 역시 아직 단 하나의 댐도 건설하지 못하고 있다.

조코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내세웠지만 미흡하다는 평가이다. 이에 조코위는 내각에 2024년까지 기존 인프라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누산타라에 대한 허가를 우선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 토지 취득과 자금 조달에 박차를 가하라는 것이다.

조코위가 새로운 수도를 건설해야 하는 긴급한 이유가 있다. 자바섬의 북서쪽 해안에 퍼져 있는 자카르타시(올해 3분기 현재 인구 1060만 명 이상, 인도네시아 GDP의 16.5%)는 과밀하고 오염되었으며 아주 빨리 가라앉고 있다.

2050년까지 도시의 상당 지역이 물에 잠길 수 있다. 당초 네덜란드의 식민지로 적은 인구가 살기 위해 개발된 도시였으나 너무 많은 인구가 몰려 살고 있다. 열악한 도시계획과 수십 년간 도시 아래에서 지하수를 퍼올려 사용한 결과 지반이 내려앉고 홍수에 취약해졌다.

따라서 행정 중심지를 북동쪽으로 약 800마일 더 떨어진 보르네오섬으로 이전하는 것은 위기에 대한 대응이다.

2045년까지 최대 190만 명을 누산타라로 이주시키고 모든 것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이르면 2024년에 일부 공무원들이 먼저 이주할 수 있다.

정부에 따르면 자카르타 인구를 줄이는 것은 자원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고 자카르타가 국가의 비즈니스 허브로 계속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론상으로는 2억75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에게 국가의 부를 더 고르게 분배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극심한 빈곤율을 기록하는 국가 중 하나이며 대부분의 부는 자바에 집중되어 있다.

누산타라는 2019년 8월 신도시 부지로 선정되었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경제 실현을 상징하는 모델이었다. 독립선언 100주년이 되는 2045년까지 구 네덜란드 식민지가 고소득 국가가 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때까지 정부는 누산타라가 기술, 석유화학, 재생에너지 같은 분야에서 48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유치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사실 수도 이전은 초대 대통령 수카르노 이후 오래된 생각이었다. 하지만 계속 미뤄졌다. 인도네시아의 경제가 탄력을 받지 못한 것처럼 신행정수도 건설도 속도를 내지 못했다.

◇누산타라의 가능성

보르네오 정글 동쪽 깊숙한 곳에 ‘누산타라’ 표지판이 있다. 접근 도로가 만들어지고 일부 토지가 개간되었다. 조코위 대통령이 2024년 8월 17일에 인도네시아 독립 79주년을 기념할 예정인 대통령궁 건설을 위해 본계약을 체결했다.

궁전과 다른 정부 청사 건설 작업이 12월에 시작될 예정이다.
댐도 1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하지만 작업을 감당할 자금이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사업은 2020년 1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관심을 보였고 아부다비 왕세자 모하메드 빈, 전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도 누산타라 운영위원회에 합류했다.

그러나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모든 종류의 프로젝트가 대부분 중단되었다.
누산타라의 시련은 소프트뱅크가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올해 3월 발표하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상황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10월에는 교통 및 도시 개발을 위한 일본 해외 인프라 투자 공사도 철수했다.

일본 투자자들이 물러나자 조코위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방문했다.
중동 부자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는 누산타라에 구속력 있는 계약은 체결하지 않았지만 기존 100억 달러 약속에 더해 새로운 투자 의사를 밝혔다.

조코위는 지난 7월 일본과 한국을 방문해 119억 달러의 투자 약속을 받아냈지만 실제로 이행될지는 미지수이다. 중국 정부와 직접적인 논의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한국, 말레이시아, UAE 등의 기업들이 투자의향서에 서명을 했지만 구속력이 없으며 여전히 철회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월 정부 소재지를 보르네오로 이전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누산타라 신행정수도 건설에 투입될 340억 달러 예산은 신도시 기준으로는 적은 편이다. 예를 들어, 사우디의 네옴시티에는 5000억 달러가 소요될 예정이다.

최소한의 일자리, 학교 및 의료시설이 필요한 사람들을 재배치하는 것은 특별한 도전이며 수십 년이 걸리는 사업이다.

이 계획은 기업들에 30년간의 세금 감면과 이전에 대한 기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누산타라에 이주한 주민들은 소득세를 더 적게 낼 수도 있지만, 최종 결정권과 대부분의 이주 작업은 조코위의 후임자가 맡게 된다.

<글러벌 이코노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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