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백 톤씩 버려지는 옷…’재활용 의무’ 타당성 검토

환경부, 의류·섬유에 ‘생산자책임재활용제’ 모색 연구용역
한국내 폐의류 분리배출된 것만 한해 8만2천t…유럽 ‘강력규제’ 예고

한국내에서 하루 버려지는 옷은 ‘최소 225t(톤)’이다. 환경부가 의류업체에 재활용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 가능한지 검토에 나섰다.

4일 한국 환경부(이하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환경부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를 재검토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환경부는 연구용역 제안서에서 “폐의류와 폐섬유 등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를 새로 도입하는 것이 타당한지 검토하고 정책방향을 제시해달라”라고 요청했다.

생산자책임재활용제는 제품 생산자에게 폐기물이나 포장재 일정량을 재활용하도록 의무를 주고 의무를 이행하지 못하면 부과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로 2003년 1월부터 시행됐다.

현재 이 제도 대상은 형광등·타이어 등 8개 제품군과 종이팩·금속 캔·유리병·합성수지포장재 등 4개 포장재군이다.

의류와 섬유에 생산자책임재활용제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가 필요한 이유로 환경부는 최근 유럽연합(EU)이 패스트패션을 강력히 규제하기로 한 점을 들었다.

EU는 2030년까지 ‘패스트패션’을 사실상 폐기하는 수준의 규제를 준비 중이다.

EU 집행위원회가 3월 30일 발표한 ‘지속가능하고 순환적인 섬유 전략’에는 2030년까지 EU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섬유제품은 ‘내구성 있고 수선과 재활용이 가능해야 하며 상당 부분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져야 한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전략에는 ‘패스트패션은 유행이 지났다’라는 표현도 들어갔다.

환경부 측은 이번 연구용역에 대해 시행 10년 차를 맞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 전반을 재검토하는 차원에서 발주한 것으로 의류 등으로의 확대 적용에 대해서는 타당성이 있는지 기초조사만 하는 정도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산자책임재활용제를 의류 등에도 적용하려는 명확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버려지는 옷의 양을 고려하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를 도입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을 보면 재작년 폐의류 발생량은 약 8만2천422t으로 하루 225t꼴이었다. 폐섬유 발생량은 2만7천83t이다.

다만 이는 다른 쓰레기와 분리배출돼 당국이 파악한 양으로, 다른 쓰레기와 섞여 버려진 양까지 따지면 폐의류·폐섬유 양은 훨씬 많으리라 추정된다.

실제 재작년 생활(가정)폐기물 가운데 종량제봉투 등에 담겨 혼합배출된 폐섬유는 37만664t으로 추정됐다. 이 중 재활용된 양은 2만1천433t으로 5.8%에 불과했다.

사업장에서 버려진 섬유는 6만6천99t이었다.

의류산업은 알게 모르게 환경에 큰 피해를 주는 산업 중 하나다.

유엔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2018년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산업은 세계에서 발생하는 폐수의 20%를 배출하는 물 사용이 많은 산업이다. 면 셔츠를 한 장 만드는 데 한 사람이 2.5년간 마시는 물에 맞먹는 2천700L가 들어간다.

의류산업과 면화 생산에서 나오는 탄소량은 세계 배출량 약 10%를 차지한다.

EU도 지속가능하고 순환적인 섬유 전략을 발표하면서 ‘섬유의 소비’가 식량, 주거, 이동에 이어 환경과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4번째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자연에 유출되는 미세플라스틱 35%가 섬유제품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최신 유행이 반영되고 저렴한 패스트패션이 인기를 끌면서 의류 생산량과 폐기량이 동시에 늘어나고 있다.

비영리단체 ‘글로벌패션아젠다'(GFA)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2019년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세계 옷과 신발 소비량은 2030년 1억200만t으로 2015년(6천200a만t)의 1.6배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관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7억9천100만t으로 2015년에 견줘 6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7억9천100만t은 한국이 작년 배출한 온실가스(6억7천960만t·잠정)의 4배가 넘는 양이다.

옷과 신발 소비량이 늘어남에 따라서 관련 폐기물은 2030년 1억4천800만t으로 2015년(9천200만t)보다 62%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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