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흡연국 오명 벗나…내년에도 담뱃세 10% 인상

인도네시아 정부가 내년에도 담배 소비세를 평균 10% 올리기로 했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인 인도네시아의 담배 소비량을 낮추기 위해서다.

4일 안타라 통신 등에 따르면 스리 물랴니 인도네시아 재무부 장관은 전날 조코 위도도 대통령 주재로 열린 담배 소비 정책회의 후 성명을 통해 내년도 담배 소비세를 평균 10%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전자담배는 15%, 다른 담배 제품도 6% 소비세를 인상하기로 했다.

물랴니 장관은 “2024년에도 담배는 10%, 전자담배는 15%씩 소비세를 올릴 계획”이라며 “담배 소비와 생산을 억제하기 위해 계속해서 담배 소비세를 올려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담뱃세 인상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인도네시아 전체 성인 남성의 63%가 흡연을 할 만큼 흡연율이 높다. 특히 만 10∼18세 청소년의 흡연율은 10%에 육박한다.

이처럼 흡연율이 높은 것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낮은 담배 가격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20개들이 담배 한 갑의 평균 가격은 2천 원 내외이고, 1천 원 이하의 싼 담배도 많다. 이는 국민소득이 중하위권인 국가 중에서도 가격이 낮은 편에 속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4년부터 거의 매년 담배 소비세를 인상하고, TV 담배 광고 시간제한, 온라인 담배 광고 삭제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WHO도 낮은 담배 가격이 담배 접근성을 높이는 원인이라며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담배 가격으로 올리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흡연율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금연 운동가들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흡연율을 낮추기보단 재정 확보를 위해 담배 소비세를 천천히 올리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가격탄력성이 낮은 담배의 소비율을 낮추려면 가격을 한 번에 크게 올려야 하는데 지금처럼 매년 10% 정도씩 세금을 올리면 흡연율을 낮추는 데는 큰 도움이 안 되고 담배 관련 세수만 늘어나게 된다.

특히 지출에서 담배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이 커지는 전형적인 역진세 효과가 난다고 지적한다. 인도네시아 도시 빈곤층의 경우 가계 지출에서 담배가 차지하는 비율은 12.21%로 쌀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세금을 갑자기 올리면 불법 담배 유통이 늘어나는 부작용이 있다며 “담배 농가나 산업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했다”라고 설명했다. <c.연합뉴스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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