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산 원유의 서방 수출이 중단되고 국제 유가가 급등한 가운데 미국산 원유의 한국 등 아시아 수출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3일(현지시간) 미 폭스비즈니스 방송에 따르면 물류 조사업체 케이플러는 이번 달 미국산 원유의 아시아 수출량이 역대 최대인 하루 180만 배럴(bpd)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한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역대 최대이자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61만9천bpd에 이를 것으로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는 전망했다.
중국의 수입량은 2020년 12월 이후 가장 많은 45만bpd에 이르고 인도의 수입량도 지난 3월 이후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폭스비즈니스는 지난달 유조선 운임이 40% 급등했음에도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산 원유 수입량을 늘린 것은 주목할만하다고 지적했다.
한동안 값이 싸진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했던 중국과 인도를 비롯해 한국 정유업체들이 할인 폭이 커진 미국산 원유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브렌트유보다 배럴당 9달러 정도 싸게 거래되고 있어 가격 차이가 6달러였던 지난 9월에 비해 할인 폭이 커진 상태이다.
이에 따라 지난주 미국의 원유 수출량은 역대 최대치인 510만bpd에 달했다.
또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에너지난에 처한 유럽이 연료 사재기에 나서면서 원유 수요가 는 것도 미국산 원유 수출 증가에 한몫했다.
케이플러 애널리스트인 맷 스미스는 전 세계 정유사들이 늘어난 수요에 맞춰 경유(디젤) 생산을 늘리고 있고 미국 셰일업계도 증산에 나서면서 미국산 원유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국 석유제품의 수출 쿼터 확대와 석유수출국기구(OPEC) 핵심 산유국의 감산 움직임도 미국산 원유 수요를 키우고 있다고 부연했다.
美 원유 생산량, 코로나 이전 수준 회복…가스 생산도 역대최대
세계 석유 수요가 증가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코로나19 대확산(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8월 미국 원유 생산량은 2020년 3월 이후 최대인 일간 1천198만 배럴(bpd)이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 1천300만 bpd를 기록한 이후 그간 이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 12월물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37달러 하락한 배럴당 86.53달러에 마감했다.
8월 미국 천연가스 생산량도 일간 31억3천200만㎥로 7월에 이어 역대 최대 생산량을 다시 경신했다.
하지만 미국 내 관련 업계는 이 같은 원유 생산량 증가세도 당초 예상치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고 있다.
미즈호의 에너지 선물 담당 밥 야거는 “(원유) 생산량은 늘겠지만, 1천310만 bpd 이상으로 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전 세계 석유 수요가 앞으로 10년 동안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OPEC은 연간 세계 원유 전망보고서를 통해 2035년에는 세계 석유 수요가 13% 증가해 1억950만 bpd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2045년에는 전 세계 에너지 사용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율이 현재 31%에서 29% 정도로 소폭 하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이탐 알가이스 OPEC 사무총장은 지난해 기후 관련 회담에서 탄화수소 에너지(석유·천연가스)를 완전히 끊으면 모든 에너지원 부족이 계속돼 전 세계에 위험한 일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OPEC의 이번 전망은 기후 위기에 따라 세계 각국이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꾀하면서 석유 수요가 2020년대 말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업계의 예상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27일 ‘연간 세계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통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위기가 촉발됨에 따라 화석 연료 수요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결국 좀 더 지속 가능하고 안전한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서두르게 하는 장기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OPEC과 비OPEC 산유국으로 이뤄진 OPEC 플러스(OPEC+)는 이번 달부터 원유 200만 bpd 감산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치솟는 물가를 억제해야 하는 미국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c)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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