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3연임 쇼크… 中 부자들, 홍콩 통장 깨고 싱가포르로 탈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이후 글로벌 금융 시장과 대만 등 중화권 증시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 24일(현지 시각)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는 10~20%씩 폭락했고, 위안화 가치는 1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추락했다.

‘시진핑 3기’의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모두 ‘시자쥔(習家軍·시진핑 측근 그룹)’으로 채워진 것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 주석이 내세우는 ‘공동부유(共同富裕·모두가 잘사는 사회)’ 추구 등 사회주의 색채가 강한 경제 정책들이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흔들리는 중화권 증시

24일 뉴욕 증시는 기술 기업들의 실적 발표 기대감 속에 상승 마감했지만, 중국 기업들의 주가는 폭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 금융정보업체 팩트세트를 인용해 미국에 상장된 5대 중국 기업들의 시가 총액이 하루 만에 521억7000만달러(약 75조원) 증발했다고 보도했다.

전날 6.36% 급락했던 홍콩 항셍지수는 25일 혼조세를 보이다 0.1% 하락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약보합세를 보였다. 전날 0.29% 상승했던 대만 가권지수가 흔들렸다. 1.48% 하락 마감했다.

대만 증시가 흔들린 것은 시가총액의 30%를 차지하는 반도체기업 TSMC의 주가가 4.13%나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TSMC는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기준에 맞추기 위해 중국 스타트업용 첨단 반도체 생산을 중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증시는 미·중 관계 긴장에 따른 혼란과 불안감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주 열린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당헌에 대만 독립 반대 등을 명문화했다.

중국 위안화는 25일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7.3084위안에 거래돼 2007년 12월 이후 위안화 가치가 최저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홍콩 역외 시장에서는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져 달러당 7.3621위안을 기록했다.

◇중국 떠나는 중국 부자들 행렬

중화권 증시 급락으로 중국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일순간에 350억달러(약 50조2000억원) 이상 감소했다. 2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3대 부호로 꼽혔던 플랫폼업체 핀둬둬 창업자 황정의 재산이 약 51억달러(약 7조3100억원) 쪼그라들었고 마화텅 텐센트 창업자, 중국 최고 부자인 생수 업체 농푸산취안 창업자 중산산 등이 약 20억달러를 잃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진핑 3기 등장 이후 중국 부유층의 탈(脫)중국 움직임이 가속되고 있다고 25일 보도했다.

중국에 직원 6000명을 두고 있는 싱가포르 법무법인 덴턴스 로딕의 기아 멍 로는 FT와 인터뷰에서 “내 고객들은 일찍부터 3연임을 기정사실로 봤다”며 “패밀리 오피스(family offices·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사적 투자 전문 회사)를 설치하기 위한 문의가 수개월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사업 장소만 옮기는 것이 아니라 보유 재산 전체를 중국 밖으로 이전하기를 원하고 있다.
중국의 부자들은 시 주석의 ‘공동부유’ 정책에 따른 부유세뿐 아니라 신변 안전까지 우려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 테니스 스타 펑수아 등이 상당 기간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부자들은 그동안 가장 선호하던 이주 지역인 홍콩이 더 이상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어서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를 물색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중국 금융시장 불안 이어질 듯

시장에서는 단기간 내 중국 금융 시장이 안정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 주석의 경제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크고, 성장률 하락 등 경기 둔화가 이어지면서 상당 기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JP모건의 수석 전략가 마르코 콜라노빅은 25일 CNBC 인터뷰에서 “이번 하락은 중국 기업들의 펀더멘털과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판테온 거시경제연구소의 중국 담당 수석이코노미스트 덩컨 리글리는 “중국 정부의 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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