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경색 지속되면 연내 증권사 디폴트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부동산 경기 침체에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사태까지 터지면서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한 유동성 위기가 중소 건설사, 증권사부터 덮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금 경색이 계속되면 연내 중소형 건설사 부도에 이어 중소 증권사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 건설사 자금조달 비상…소형사들 긴장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멈추면서 자금 조달에 문제를 겪는 건설사가 많아졌다.
롯데건설은 20일 롯데케미칼로부터 3개월간 5천억원을 차입한다고 밝혔다.
18일 운영자금 목적으로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2천억원을 조달한다고 밝힌 지 이틀만이다. 만기가 다 된 PF 상환을 위한 자금 조달로 추정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이 계열사인 롯데건설 지원을 위해 자금을 지출하면서 신용도가 내려갈 가능성이 커졌다고 21일 지적했다. 롯데건설의 경우 원활하게 유동성을 확보할 경우 올해 내 만기가 도래하는 PF ABCP 3조1천억원에 대한 대응은 대부분 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장 먼저 부실화가 우려되는 곳이 지방 PF”라며 “지방 PF 포지션이 많은 소규모 건설사들의 부도 가능성은 이미 현실화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 증권사도 자금줄 막혀…연말 위기 우려 고조
증권사의 유동성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만기 PF채권을 담보로 ABCP나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를 발행해왔는데, 투자심리 악화로 차환이 되지 않는 사례가 최근 속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9일 만기된 완주 PF ABCP를 전액 매입했다. 완주군이 지급보증을 섰지만, 투자자들이 차환을 거부하면서 주관사가 자체자금으로 사들인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지면서 증권사마다 차환이 안 된 물건이 하나씩은 있다고 보면 된다”며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앞으로 고금리에도 차환 발행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연말부터 자체 유동성으로 차환 발행을 감당하기 어려운 증권사들이출현할 것으로 본다. PF 만기가 돌아왔을 때 차환이 안 되면 신용 보강한 증권사가 자금을 보충해야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막을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증권사 신용보강을 받은 단기 PF 유동화증권의 만기도래분 차환발행 예정 규모는 이달 말까지 6조2천억원, 11월은 10조7천억원이다.
건설사와 마찬가지로 지방 PF를 취급한 중소형 증권사부터 벼랑끝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 전문가들 “최악 땐 디폴트 가능성”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차환 위험에 건설, 증권 관련 투자심리는 이미 악화할 대로 악화했다.
특히 최근 일부 회사들이 부도 위기에 몰렸다는 정보지가 유포되면서 이 정보지에 언급된 증권사와 건설사뿐만 아니라 업종 전체가 주가 급락 등 피해를 봤다.
금융감독원은 20일 한국거래소와 등과 합동 단속반을 꾸리고 악성 루머 유포 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추가 조치가 나오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는 중소형 건설, 증권사 등이 도미노식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연말이 되면 자체 유동성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곳들이 나올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연내 PF를 많이 하는 중소형 건설사, 증권사들 중심으로 디폴트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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