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사상 초유 5연속 금리인상… 0.5p 인상으로 10년만에 기준금리 3% 시대

기준금리 2.50→3.00%, 0.50%p↑… 물가·환율 방어

작년 8월 이후 1년 2개월 새 기준금리 2.50%p 뛰어

한미 금리차 0.25%p로 줄었지만 11월초 다시 1.00%p로 커질 듯

한국은행이 뛰는 물가와 환율을 잡기 위해 결국 7월 이후 석 달 만에 다시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12일 오전 9시부터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2.50%인 기준금리를 3.00%로 0.50%포인트 인상했다.

3%대 기준금리는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고, 4·5·7·8월에 이은 다섯 차례 연속 인상도 한은 역사상 역대 최초 기록이다.

이창용 총재,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 주재

이창용 총재,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 주재 (서울=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2.10.12 [사진공동취재단] 

앞서 2020년 3월 1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고, 같은 해 5월 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나 금리를 빠르게 내렸다.

이후 무려 아홉 번의 동결을 거쳐 지난해 8월 26일 마침내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리면서 이른바 ‘통화정책 정상화’ 시작을 알렸다.

기준금리는 이후 같은 해 11월, 올해 1·4·5·7·8월과 이날까지 약 1년 2개월 사이 0.25%포인트씩 여섯 차례, 0.50%포인트 두 차례, 모두 2.50%포인트 높아졌다.

[그래픽] 소비자물가 추이

[그래픽] 소비자물가 추이 /(서울=연합뉴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8.93(2020=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6% 상승했다.

 

금통위가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포워드가이던스(사전예고 지침)까지 깨고 이날 역대 두 번째 빅 스텝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아직 물가 오름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108.93)는 작년 같은 달보다 5.6% 올랐다. 상승률은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낮아졌지만, 5%대 중반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 1년의 물가 상승률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일반인)도 9월 4.2%로 2개월째 내림세지만, 7월 역대 최고 기록(4.7%) 이후 석 달 연속 4%대를 유지하고 있다.

금통위 회의에서 앞서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대보다 적게 하락해 빅 스텝의 확률이 더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한은 등은 물가 상승률이 가을 즈음 정점을 지나더라도 그 이후에도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실제로 그런 흐름이고,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매우 높은 수준인 만큼 빅 스텝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역전기

[그래픽] 한미 기준금리 역전기 (서울=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또 0.75%포인트 인상했다.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인플레이션 현상이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자 이례적으로 3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것)에 나선 것이다.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 확대와 이에 따른 환율·물가의 추가 상승 위험도 빅 스텝 결정의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빅 스텝 직전까지 한국(2.50%)과 미국(3.00∼3.25%)의 기준금리(정책금리) 격차는 최대 0.75%포인트였다.

만약 이날 금통위가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만 밟았다면, 11월 초 연준이 예상대로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에 나설 경우 두 나라의 금리 차이가 1.25%포인트(미국 3.75∼4.00%·한국 2.75%)까지 커질 수 있었다.

1.25%포인트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1996년 6월∼2001년 3월 역전 당시 1.50%포인트)에 근접한 수준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이 사상 그 어느 때보다 커진다는 뜻이다.

한미 금리 격차가 벌어지면서 환율이 더 뛰면 어렵게 정점을 통과 중인 인플레이션도 다시 들썩일 수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빅 스텝을 예상하면서 “연준이 9월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했고, 11월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한은도 한미 금리 격차가 계속 커지는 것을 놔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환율을 지키려면 금리를 0.50%포인트 정도 충분히 올려야 할 때”라며 “한미 금리 격차가 커졌기 때문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야 환율을 방어할 수 있고 물가 안정에도 용이하다”고 진단했다.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면서, 미국과의 격차는 일단 0.00∼0.25%포인트로 좁혀졌다.

하지만 다음 달 초 연준이 4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차이는 0.75∼1.00%포인트로 곧 다시 벌어질 전망이다. <(c) 연합뉴스-한인포스트 협약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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