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식 병무청장은 그룹 방탄소년단(BTS) 병역특례 문제를 계기로 보충역 제도를 전반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히 정치권에서 강하게 제기하는 ‘BTS 병역특례 부여’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고, 출산율 감소로 비상이 걸린 병역자원 확보를 위해 현행 현역 판정 기준을 더 낮추는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청장은 19일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에서 “BTS 병역 문제를 계기로 찬반 논란이 확대돼서 (특례를) 줄일 것이 무엇인지, 보충역 제도를 전반적으로 빨리 손을 봐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병역 특례인 보충역을 현재 축소해나가고 있는데 여기에 자꾸 다른 것을 추가해 확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현역 자원 감소로 보충역을 줄여나가는 상황에서 보충역인 병역특례 분야를 추가하는 것은 현역 자원 부족 등 현 실정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 청장은 “대중예술도 보충역 제도에 포함한다면 현역 복무하는 청년들에게 차별, 괴리감, 좌절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병역자원이 모자란 데 보충역을 계속 둘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BTS의 성과는 분명히 대단한 것이나 그 보상이 병역의무 이행과 연계되는 것은 공정성 측면에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 청장은 순수예술분야 보충역과의 형평성을 들어 대중예술분야를 보충역 제도에 추가하고 BTS에 병역 특례를 부여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면서 오히려 보충역 제도 감축 기조 유지에 무게를 실었다.
그는 “순수예술은 권위 있는 심사위원들이 순위를 결정하는데 비해 (대중예술 순위인) ‘빌보드 차트 1위’, ‘음반 판매량’, ‘팬투표 결과’ 등은 일종의 인기투표여서 그런 순위를 병역 보충역 기준으로 수용하면 굉장히 조심스러운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순수예술분야 안에서도 국내·국제대회 간 형평성 등을 거론하면서 “현재 클래식, 국악, 발레 등 보충역에 편입하는 문화예술 대회가 42개가 있는데 그것이 적합한지 검토해보자는 의견이 많이 나온다”고 말해 축소 검토 가능성을 거듭 시사했다.
국제대회는 수상자가 없을 수도 있는데 국내대회는 매년 보충역으로 편입되는 수상자가 발생해 공평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다.
병무청의 보충역 인원 감축 기조는 병역자원 확보가 병무청의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인구추계에 따르면 20세 남성 인구는 2020년 33만3천명에서 2025년 22만6천명으로 약 11만명 감소하고, 2035년 22만8천명에서 2040년 14만3천명으로 급감한다. 연간 입영 인원은 2010년 26만9천명에서 2020년 23만6천명으로 줄었다.
이 청장은 “현재는 연간 병력자원이 25만명 정도인데 점차 줄어 22만명이 되고 2030년대 중반 이후로는 20만 아래로 떨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병역 자원 확보를 위해 보충역 인원 감축과 함께 이르면 내년 말부터 현역 입영 대상이 되는 병역판정검사 기준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청장은 “병역 자원이 풍부했던 2010년대에 만들어진 현역 기준을 더 낮추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으며 각 군의 의견을 수렴해 새 기준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정신·심리검사 기준에 관해선 “군의 지휘관이나 민간의 사회복무요원 관리자들이 큰 부담을 지지 않도록 기준을 강화해 과감하게 전시근로역으로 빼는 쪽으로 검토한다”고 덧붙였다.
또 병역 면탈을 근절하기 위해 “병역 면탈자는 반드시 잡힌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며 “병역판정검사에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 판정 이후에도 검사 결과와 상충하는 행적이 발견되는지 추적 감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병무청은 특별사법경찰 도입 후 10년간 약 560명을 검거해 수사기관에 넘겼다고 한다.
한편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병역의무를 회피한 유승준에게 계속 입국을 불허하는 것은 대중예술·체육분야에 숱한 유사 사례에 비춰 가혹하다는 견해에 대해 “모종화 전 병무청장이 ‘스티브 유’로 부르며 아주 강하게 얘기하지 않았나”며 “저도 똑같은 생각이며 특별히 더할 말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밖에 이 청장은 ‘양심의 자유’에 따른 병역 거부자에게 허용되는 대체복무 제도는 개편을 논의하기는 이르다는 견해를 보였다. 현재 대체복무 제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헌법소원 청구가 약 60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회 각계 인사가 모여 지난해 대체복무 관련 법률이 만들어져 시행됐다”며 “조금 더 시행해본 후 제도를 평가·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학사·경력 관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입영일자 본인선택 제도에는 이르면 내년 중 변화가 예상된다.
이 청장은 “입영자의 희망 시기를 수용하고 군의 전투력도 유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연구를 하고 있고 이른 시기에 검토해 시행하려 한다”며 “선호 특기를 가급적이면 비선호 시기에 많이 배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청년들이 입영 전에 병역설계 지원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복무가 경력 관리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병역설계지원센터에서 일대일 상담을 거쳐 본인의 적성·전공과 관련 있는 특기를 파악해 지원하면 이후 취업과 진로 설계에 도움이 된다”고 안내했다.
이 청장은 지난달 말 실시한 정부연습인 ‘을지연습’을 통해 전시동원체계를 점검한 결과 다양한 미비 사항을 파악했으며 관련 부처와 협의해 이를 고쳐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의 을지연습이 ‘실전적’으로 진행되지 않아 전시동원계획에 현장이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동원령 선포 후 중간집결지나 병력 이동 중 적의 공격에 대비한 대피 공간이 충분히 확보하지 않는 등 전시 상황에 맞지 않는 부분을 식별해냈다”며 “을지연습에 참가한 각 부처와도 협의해 계획을 함께 수정하는 등 이번 연습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청장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병무청에 대한 질의는 여야 구분이 없다”며 “병무청이 변함없이 추구해온 공정하고 정의로운 병역문화 이행과 국민 편의 증진을 계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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