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저널 랜싯, WHO·각국 정부 부실대응 비판 보고서
-“협력 실종돼 빈국 타격…WHO, 공기전파 등 긴급사안에 굼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의 종식이 다가온다는 진단 속에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사후평가가 본격화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의학저널 랜싯의 코로나19 위원회는 평가 보고서를 통해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국제기구와 몇몇 정부의 대응이 “신뢰할 수도 없고 효과도 없다”고 판정했다.
이들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자국민 수십만 명이 사망하는 가운데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무시했다고 질타했다.
이 위원회의 좌장인 제프리 삭스 미국 컬럼비아대학 경제학 교수는 랜싯이 주최한 기자 설명회에서 “국가들 사이의 전략적 협력이 아니라 각국이 제각각 따로따로 움직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국의 운명을 결정해야 할 각국 지도자들이 내놓은 전략은 그야말로 제멋대로였다”고 덧붙였다.
그로 인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세계 각지로 각자 매우 다른 속도로 번져나가 빈국과 취약 계층에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고 위원회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어린이들은 교육 시스템 붕괴로 제대로 공부를 할 수 없었고 저소득국 주민들은 백신이 공급되기를 손꼽아 기다려야 했으며, 코로나19 환자들은 고통의 나날을 보내야 했다고 위원회는 지적했다.
랜싯 위원회는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코로나19의 공기전파(에어로졸 전파) 위험을 두고 WHO를 직격했다.
위원회는 코로나19가 공기 중 미세한 입자를 통해 전염된다는 것은 매우 긴급한 사안이었다며 “WHO가 너무 조심하면서 굼떴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회는 WHO에 더 많은 기금과 권한을 부여해 기능을 강화하고, WHO가 적시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줄 지구적 차원의 새로운 자문위원회를 둘 것을 촉구했다.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은 성명에서 랜싯 위원회의 권고를 환영하면서 세계 보건 활동을 위한 추가 재원 마련 요구에 동의했다.
그러나 해리스 대변인은 랜싯 전문가 위원회가 WHO의 신속한 의사 결정과 그 역할을 심하게 왜곡했다면서 보고서가 “몇 가지 핵심을 간과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랜싯 위원회 보고서는 2년여에 걸쳐 170여 명의 전문가들이 작성한 것으로 코로나19 대응의 교훈을 얻고 앞으로 닥칠 전염병 사태에 더 잘 대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워싱턴포스트는 평가했다.
미국 여야도 초당적으로 코로나19 대응 전반을 검토하려 했지만 의회의 벽을 넘지 못했고, 다른 몇몇 시도 역시 재원 문제 등으로 애를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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