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여왕 서거] 안동 하회마을서 ‘생일상’ 한국과 인연

1999년 방한 당시 안동 하회마을에서 생일상 받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인사동·이화여대 등 방문…방한 당시 환대 여러차례 언급

8일(현지시간) 서거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한국인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1999년 4월 한국을 방문했을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이 한국 유교 문화의 정수인 안동 하회마을을 찾아 73세 생일상을 받은 것은 이후로도 두고두고 회자하며 한영 관계사에도 자양분과 같은 인연이 됐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1999년 4월 19일부터 22일까지 김대중 당시 대통령 내외의 초청으로 3박 4일간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1883년 두 나라가 한·영 우호통상항해조약을 맺고 수교한 이래 영국 국가원수로서는 첫 방한이었기 때문에 한영관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건 중 하나로 꼽혔다. 국민들도 ‘116년 만의 귀빈’에 큰 관심을 보이며 환영했다.

안동 봉정사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안동 봉정사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사진은 1999년 방한 당시 안동 봉정사를 방문해 스님들과 대화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습. 2022.9.9 [연합뉴스 자료사진] [email protected]

 

특히 73세 생일인 4월 21일 하회마을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담연재에서 안동소주 명인인 조옥화(2020년 별세) 여사가 마련한 성대한 생일상을 대접받고 축배를 드는 등 한국의 전통 환대를 경험했다.

과일, 국수, 편육, 찜, 탕 등 47가지 전통 궁중음식이 차려졌고, 특히 생일상의 백미로 나뭇가지에 각종 꽃과 열매를 장식한 높이 60㎝의 떡꽃 화분이 올랐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당시 안동에서 봉정사도 방문하고, 하회별신굿탈놀이를 관람하고 고추장과 김치 담그는 모습을 지켜보는 등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

풍산 류씨 문중의 고택 충효당을 방문했을 때는 여왕이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가는 등 한국의 예법을 존중하는 모습이 보도되면서 깊은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안동 하회마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안동 하회마을 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울=연합뉴스) 영국인의 정신적 지주이자 영연방의 수장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96세로 서거했다.영국 왕실은 8일(현지시간) 여왕이 이날 오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떴다고 밝혔다. 사진은 1999년 방한 당시 안동 하회마을에서 어린이들과 인사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습. 2022.9.9 [연합뉴스 자료사진] [email protected]

 

여왕이 충효당 앞마당에 구상나무를 기념식수하는 모습. 안동시 제공여왕이 충효당 앞마당에 구상나무를 기념식수하는 모습. 안동시 제공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2세, 장상 이화여대 총장, 정의숙 이화여대 이사장 등 이화여대 관계자들, 수행원들.1999.4.20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2세, 장상 이화여대 총장, 정의숙 이화여대 이사장 등 이화여대 관계자들, 수행원들.1999.4.20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2세, 장상 이화여대 총장, 정의숙 이화여대 이사장 등 이화여대 관계자들, 수행원들.1999.4.20.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2세, 장상 이화여대 총장, 정의숙 이화여대 이사장 등 이화여대 관계자들, 수행원들.1999.4.20.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지난 99년 4월 한국을 공식방문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맞이하는 김대중 대통령>

 

방한 당시 엘리자베스 여왕은 하회마을뿐 아니라 서울 인사동 거리를 방문하고 이화여대를 찾는 등 한국 국민들을 직접 만나는 일정을 여럿 가졌다.

그는 김대중 대통령 내외가 청와대 영빈관에서 마련한 국빈만찬 답사에서 “오늘 보는 한국은 제가 왕위에 오른 1952년 당시 영국민이 알고 있던 한국과 많이 다르다”며 한국 국민들이 산산조각이 난 나라를 다시 세우고 세계 주요 산업국가 중 하나를 만들어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새천년 시대를 바로 앞둔 이 시점에 이뤄진 저의 방한은 양국관계의 힘을 상징하는 그런 방문”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도 엘리자베스 여왕은 한국 측 인사들에게 방한 당시 환대를 기억한다며 깊은 인상을 받았음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십수 년이 지난 뒤에도 신임장을 제정하기 위해 버킹엄궁에 온 신임 주영 한국대사들에게 하회마을의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등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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