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원대 부패 스캔들로 구속된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전 총리에 이어 그의 부인도 유죄 판결을 받았다.
1일 더스타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쿠알라룸푸르 고등법원은 나집 전 총리의 부인 로스마 만소르(70)의 3개 부패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10년과 벌금 9억7천만 링깃(2천929억원)을 선고했다.
로스마는 남편 나집 전 총리가 말레이시아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45억 달러(약 6조907억원)가 넘는 공적 자금을 유용하는 데 관여하는 등 각종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이날은 2016~2017년 보르네오섬 사라왁주 학교 369곳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약 12억5천만 링깃(약 3천761억원) 규모의 사업 관련 뇌물 혐의에 대한 선고가 이뤄졌다.
로스마가 특정 업체의 수주를 도와주고 1억8천750만 링깃(약 566억원)의 뇌물을 요구한 혐의, 두 차례에 걸쳐 650만링깃(약 20억원)을 받은 혐의 등 3개다.
재판을 앞두고 지난달 26일 로스마에 대한 혐의와 유죄 판결 내용이 담긴 문서가 온라인에 유출돼 파장이 일었다. 로스마의 변호인단은 재판부에 대한 기피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로스마는 눈물을 흘리며 “누구도 내가 돈을 가져가거나 돈을 세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남편이 누명을 뒤집어썼고, 나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법정 구속은 면해 그는 불구속 상태에서 항소할 수 있게 됐다.
2009년 총리가 된 나집은 2018년 5월 총선에서 패해 물러난 뒤 ‘1MDB 스캔들’로 수사받았다. 1MDB는 나집이 총리 재직 당시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2009년 설립한 국영투자기업이다.
나집 전 총리는 총 42개 혐의와 관련해 5건의 재판을 받아왔고, 이 중 1MDB의 자회사 SRC 인터내셔널과 관련된 7개 혐의에 대해 징역 12년형과 벌금 2억1천만 링깃(628억원)이 지난달 23일 확정됐다. 로스마도 17개 혐의에 대한 별도 재판이 남아있다.
로스마는 다이아몬드 수집을 취미로 삼는 등 사치 행각으로 비난을 받았다. ‘사치의 여왕’으로 불렸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필리핀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에 빗대 ‘말레이시아판 이멜다’로 불리기도 했다.
경찰은 2018년 나집 전 총리 부부의 집과 아파트 등을 수색해 2억7천500만달러(3천726억원) 상당의 보석류와 명품 핸드백, 시계 등 사치품을 압수했다. <(c) 연합뉴스-한인포스트 협약 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