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엔 뼈아픈 원자재 쇼크… 인도네시아는 웃는다

지난 주말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올해 아시아 주요국 증시의 변동률 그래프가 화제였다. 외국인 엑소더스(대탈출)가 진행 중인 한국과 중국은 예상대로 최하위권이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수많은 악재들에도 불구하고 가장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연초 이후 증시 성과가 마이너스인 한국과 달리, 인도네시아 IDX지수는 올해 5.2% 오르면서 선방했다(11일 종가 6922.6). 러우 전쟁 악재에 지난 달 증시가 일시적인 충격을 받긴 했지만 금세 회복했다. 코스피가 전날 대비 0.6% 하락해 거래되는 14일 오전(현지시각)에도 인도네시아 IDX지수는 0.5% 상승해 거래되고 있다.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외국인 자금이 자카르타 증권가를 떠받치고 있다. 14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1월에 이어 2월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은 인도네시아 증시에서 12억2000만달러 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우 전쟁으로 원자재 공급 차질 이슈가 불거지면서 아시아의 대표 원자재 수출국인 인도네시아 반사 이익 기대감에 외인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수출액의 41%를 원자재가 차지하는 대표적인 자원 수출국이다. 지난 해 인도네시아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수출(2300억달러)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로이터 통신은 “자원이 풍부한 인도네시아는 전세계적으로 석탄, 팜유, 주석, 철강 및 고무 등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수출 호황을 누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 증시에선 특히 석탄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연탄 수출기업인 아다로 에너지(Adaro Energy Indonesia)는 지난 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만 29% 올랐다. 우리나라 한국전력이 이 회사 지분을 1.5% 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이익을 낸 국영 석탄회사인 부킷 아삼(Bukit Asam)도 같은 기간 18% 상승했다.

올해 1~6월 시행되고 있는 조세 사면 제도(Indonesian Tax Amnesty, 2기)도 자카르타 자산 시장에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커진 재정 부담과 수도 이전을 위한 재원 확보 차원에서 조세 사면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조세 사면 제도란 납세자가 탈세를 목적으로 정부에 보고하지 않았던 소득을 일정 기간 내 신고하고 미납 세금을 납부하면 벌금 등 처벌을 면제해주는 제도다.

가령 2016~2020년에 취득하고 정부에 신고하지 않았던 해외 자산을 자진 신고하는 경우, 처벌은 없지만 세율은 최대 18%로 비싸다. 하지만 이 자산을 본국으로 가지고 오면 세율이 14%로 낮아지고, 국채(SBN), 다운스트림 천연자원(SDA), 신재생에너지(EBT) 등에 투자하면 세율이 12%까지 낮아진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말 기준으로 약 20조 루피아(약 1조7000억원) 규모의 자산이 신고됐다”면서 “증시로 직접 유입되는 자금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정부가 중장기적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원자재 제련, 채굴 등에 투자를 유도해 경제 체질 개선을 지속하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자재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내수 시장 안정을 목표로 수출 규제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석탄 수출 금지로 세계 시장에 충격을 준 데 이어 이달 들어서는 식용유용 팜유 수출 규제에 나섰다. 식용유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이유다.

한편, 한국에서 인도네시아 증시에 투자하려면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인도네시아 시장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있고, 국내 증시에도 MSCI 인도네시아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한 개 있다.

한투운용이 내놓은 ‘KINDEX 인도네시아MSCI’는 최근 한 달간 8% 올랐고, 1년 수익률은 17%대다. 지난 11일 52주 최고가(1만475원)를 기록했다. 최근 한 달 동안 한국 코스피에 연동되는 ETF는 3% 가까이 빠졌고, 1년 수익률은 -10% 선으로 부진하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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