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적도 부근에 우주선 발사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나선 뒤 해당 부지로 꼽히는 섬 원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17일 인도네시아 국가연구혁신청(BRIN)에 따르면 파푸아의 비악섬과 북말루쿠의 모로타이섬이 우주선 발사기지 건설에 적합한 것으로 조사된 뒤 복수의 민간기업과 공동 개발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앞서 인도네시아 국립항공우주연구소(LAPAN)는 비악섬이 적도에 가깝고, 동쪽 해안이 태평양 쪽을 향해 로켓 발사에 가장 적합하다고 2019년 11월 발표한 바 있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작년 말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수장 일론 머스크와 통화하면서 인도네시아에 우주선 발사대 건설과 전기차 배터리 협력을 하자고 제안했다.
인도네시아 해양투자조정부 대변인은 당시 “스페이스X 우주선을 적도 부근 섬에서 발사하면 다시 적도로 궤도를 조정할 필요가 없어 비용을 줄일 수 있기에 최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인도네시아 정부는 야심 차게 우주선 발사기지 건설의 꿈을 꾸고 있지만, 비악섬 원주민들은 생활 터전을 빼앗기게 생겼다며 반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립항공우주연구소는 1980년대에 이미 비악섬 북부에 100헥타르(1㎢)의 땅을 마련해 두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해당 부지에 15대에 걸쳐 살아온 원주민들은 땅을 판 적이 없고, 서류에 서명한 사람들은 자신들 부족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비악섬 부족 지도자들은 우주선 발사기지 건설이 숲을 베고, 멸종위기에 처한 새들의 서식지를 교란하며 원주민들을 쫓아내겠다는 뜻이라며 인도네시아 정부의 계획을 거부했다.
아폴로스 스로이어라는 이름의 지도자는 “우린 위성을 먹고 사는 게 아니다. 우린 토란을 먹고,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이게 조상 대대로 이어져 온 우리의 삶의 방식”이라며 “일론 머스크에게 입장을 전해달라”고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비악섬에는 360개 부족이 있는데, 아브라우(Abrauw) 부족은 우주선 발사기지 예정지에 가장 가까이 산다.
해당 부족민은 90명 정도다. 이들은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와 토란, 카사바, 고구마를 주로 먹고 산다.
아브라우 부족장 마르텐은 “파푸아인들에게 땅은 정체성”이라며 “우리가 이 땅에서 쫓겨나면 정체성을 잃을 것이고, 다른 어떤 부족도 우리를 자신들의 땅에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도네시아 국가연구혁신청은 우주선 발사기지 건설에 필요한 땅이 1천 헥타르라며 비악섬으로 확정한 것이 아니고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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