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처럼 손을 내밀다”

임수산나 / Raffles School 11

어려서부터 생명, 화학 과목 분야를 좋아한 저는 고등학교에 들어와 의대를 지원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어렵다는 의대에 진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나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고 저는 인도네시아 의료 분야에서의 작은 경험을 쌓아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팬데믹이 기승을 부리는 중에도 여름방학이 다가오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저는 여러 작은 병원과 클리닉에 봉사활동 제안서를 보냈습니다.

4일째가 되자 집 근처 어느 한 병원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저의 의료봉사 제안서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는 병원 대표님의 답장을 받았습니다. 특히 3개 국어를 유창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과 코로나로 인해 병원 오기를 꺼리는 시국에 병원 봉사활동을 지원한 저의 용기와 열정이 놀랍다며 대표님께서는 저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하루 4시간씩 보조 근무를 하며 병원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약국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이틀이 지나서는 컴퓨터 시스템에 환자 정보를 등록하였고, 소소한 심부름에서 시작해 나중에는 의사 선생님과 함께 환자 의료 컨설팅 세션까지 참여할 기회가 종종 생겼습니다.

다양한 환자들을 만나면서 저는 의료분야의 지식도 현장에서 조금씩 익히면서 병을 치료하는 의학 공부에 대한 열정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방식을 관찰하면서도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상담 세션에서 처음 만난 환자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다리 관절이 부어서 오신 연세 많으신 어르신인데 왼쪽 다리 관절이 붓고 시뻘겋게 열이 나는 증상을 보였습니다.

지난 방문 때 했던 활막액 검사와 혈액 검사의 결과를 보려고 다시 방문하셨는데 검사 결과 요산 수치가 정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요산 혈증은 학교 수업에서 배웠던 단어라 더욱 관심을 갖고 진료 과정을 주의 깊게 관찰했습니다.

일종의 관절염인, 통풍으로 의사 선생님께서 결과를 내리셨고 그때 환자분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면서 걱정이 가득 차 보였습니다. 하지만 의사 선생님은 환자의 상태에 대해 차분하면서도 명확하게 설명한 후 치료 방법을 기록해서 주셨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 해동하나 하나가 너무나 따뜻했습니다. 이 전에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 지식과 의학기술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러한 경험을 통해 환자를 치료할 때 의사의 “공감 능력” (empathy)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습니다.

사람들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치료하는 일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지게 된 경험이었습니다.

또한, 이 의료봉사 활동을 하면서 시국이 시국인지라 방문자의 50% 정도가 코로나 테스트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일손이 너무 부족할 때는 제가 직접 방역복을 입고 테스트를 하는 간호사분들을 도와드렸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의사, 간호사분들이 자신들의 일에 얼마나 헌신하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방역복을 입고 k95 방역 마스크에 얼굴 쉴드까지 쓴 채 열심히 일하면서 조금이나마 의료진을 도울 수 있어서 저 자신이 기특했던 경험이었습니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인도네시아의 의료 수준이 그다지 높게 평가되고 있지는 않지만 저는 이 경험을 통해서 인도네시아 병원의 시스템이나 의료진의 수준과 정성이 의료 선진국 못지않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계속될 이 봉사활동은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저에게는 아주 의미 있는 실전 경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