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아세안 백신협력을”

글. 이선진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글. 이선진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델타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우리 주변 지역이 다시 긴장하고 있다. 8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심지어 일본마저 1일 신규 확진건수가 2만명을 넘었다. 코로나 청정지역이었던 베트남도 9000건을 넘었다.

백신접종 상황도 심각하다. 아세안 주요 국가들은 1차접종 비율이 20% 정도에 불과하다. 베트남은 특히 낮아 11%(2차접종 1%)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싱가포르만 유일하게 70% 이상이 2차접종까지 완료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나오는 만큼 인구 6억6000만명 아세안의 집단면역은 2023년 이후에야 가능할까 싶다.

이러한 동남아를 두고 여러 나라가 백신외교를 벌이지만 중국이 선두주자다. 작년 초 코로나가 창궐한 이후 중국과 아세안 사이 의료물품 및 인력지원이 지속되고 외교장관회의도 여러차례 열렸다. 중국이 백신개발 과정에서 자국 내 확진자 감소로 임상실험이 어렵게 되자 남미 중동 인도네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 실시했다. 현재 대부분 동남아 국가들의 최대 백신 공급원은 중국이며, 인도네시아의 경우 이제까지 접수한 백신의 87%가 중국산이다.

동남아와 백신 협력할 여지 많아
바이든정부 들어 미국 일본도 백신공급에 적극성을 보이기 시작하였으나 중국을 따라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중국 백신에 대해 말이 많지만 세계적 공급부족으로 인해 대다수 이 지역 국가들은 중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전세계가 코로나 사태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아세안에도 위기감이 높다. 방역실패로 사회적 불만이 높아지고 정권마저 위태로운 나라도 생겼다.

아세안 주요국 경제성장률은 금년 4.3%로 예측된다. 선진국 5.6%, 아시아 개도국 7.5%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IMF 7월 전망) 지역통합(regional integration)이 아세안의 특장임에도 불구하고 공동방역에 힘쓰기보다 국경폐쇄를 장기화하고 있다. 여기에 미얀마 사태를 두고 분열조짐마저 보인다. 자연 외국인 직접투자도 감소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지역정세를 고려할 때 한국은 아세안 코로나 상황을 가볍게 다루어서는 안된다. 코로나 이전 2019년 통계를 보면 아세안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이다. 아세안을 방문한 한국인 숫자가 중국 일본 방문자를 합한 것보다 많다.

우리나라에 65만명의 아세안 사람들이 살고 있으며, 외국 유학생의 1/3이 아세안 학생이다. 경제적으로 아세안은 한국의 제2위 무역 상대이자 우리 기업 투자가 가장 많은 지역의 하나다.(한·아세안 센터 통계)

8월 초 우리 정부가 글로벌 백신 허브(hub) 계획을 발표했다. 이보다 한달 앞서 한국 모 기업이 베트남 국가주석에게 백신공급 및 현지 백신생산. 기술협력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아세안에 백신 생산기지를 만들어 글로벌 백신 계획의 한축으로 하겠다는 발상이다.

시의적절한 생각이다. 왜냐하면 아세안에서 백신 생산은 아스트라제네카(AZ) 태국 공장뿐이고, 화이자가 2023년 생산을 목표로 싱가포르 공장설립을 추진 중이다. 중국 백신에 대한 신뢰감은 많이 떨어져 있다.

협력할 분야도 많다. 우리가 개발한 백신 및 치료제의 임상실험이 가능하다. 백신개발에는 임상실험이 관건적 요소인데 현재 아세안 10개국 코로나 발생건수는 750만건을 넘는다(한국 20만건). 아울러 한국 단독으로, 아니면 국제제약사와 공동으로 현지 생산공장을 갖거나 미래 변이 바이러스에 대비 공동연구 기술개발도 가능할 것이다.

전자, 배터리에 이어 바이오협력 추가
아세안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1만5000개(누적)다. 이중 삼성 LG 등 전자기업들이 전자산업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고, 현대차 LG가 전기차 배터리 공장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바이오 협력을 추가하면 핵심기술 산업들이 아세안에 대거 포진하게 된다. 경제·외교적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어려울 때 한국은 우리와 함께 했다.” 필자가 2005년 인도네시아 대사로 부임해 그 나라 외교장관과 대통령으로부터 자주 듣던 말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외국 기업들이 철수했지만 한국 기업 L사가 역으로 대규모 투자했다. L사는 아직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세안에 대해 우리 기업과 정부의 전략적 발상이 필요하다. <내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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