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끝나면 모아놓은 마일리지로 세계 여행 한번 가고 싶었는데 내년부터 없어진다니 아쉽네요.”
대한항공이 마일리지만으로 세계여행을 떠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내년 4월 종료한다. 이용객들이 항공동맹 ‘스카이팀’의 다른 항공사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환불 거부 등 많은 제약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부 대한항공 마일리지 회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세계여행을 떠나지 못한 점을 고려해 프로그램 종료 기한 유예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세계 일주 보너스 항공권’은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등 총 전 세계 19개 스카이팀 항공사가 운항하는 구간을 이용해 전 세계를 여행할 수 있는 마일리지 상품이다. 2000년 7월 하나의 항공권으로 스카이팀 창립 항공사를 이용, 전 세계를 여행하는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코노미석은 14만 마일, 비즈니스석은 22만 마일이 필요하다.
세계 일주 항공권을 구매하면 태평양과 대서양을 횡단해 동쪽 또는 서쪽으로 여행하면서 지구를 한 바퀴 돌 수 있다. 규정은 까다로운 편이다. 총 6회까지만 원하는 도시에 체류가 가능하며, 대륙별 체류 횟수도 최대 4회로 제한된다. 이를테면 인천에서 출발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그리스 아테네, 레바논 베이루트,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을 여행한 뒤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여정이 가능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보통의 이용객들은 좌석 등급을 높이거나 일부 구간의 보너스 항공권을 구매하는 데 마일리지를 사용한다”며 “세계 일주를 위해 마일리지를 14만 마일 이상 모으는 회원은 극히 드물다. 정말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0년 동안 전체 마일리지 회원 중 0.01%만 세계 일주 항공권을 구매했다고 한다.
여행 마니아들 사이에서 세계 일주 항공권의 인기가 높은 이유는 바로 가성비 때문이다. 일반 항공권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마일리지를 고려했을 때, 세계 일주 항공권은 비교적 저렴한 편에 속한다. 가령 성수기에 한국에서 동남아 국가를 다녀오는 데 필요한 마일리지는 이코노미석 기준 6만 마일이다.
동남아 국가를 두 번 다녀오는 데 필요한 마일리지 정도면 세계 일주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뿐만 아니라 항공기 탑승과 신용카드로 오랫동안 틈틈이 쌓아 놓은 마일리지를 평소 꿈꿔왔던 세계 일주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여행 마니아들에게 매력적인 부분이다.
대한항공은 세계 일주 항공권을 없앨 계획이다. 이용객들이 스카이팀 내 다른 항공사로부터 많은 제약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현재 스카이팀 내에서 세계 일주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항공사는 19개 회원사 중 대한항공과 아에로멕시코 2곳뿐이다.
문제는 대한항공이 운항하지 않는 노선의 경우 스카이팀 내 다른 항공사들의 항공편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 일주 프로그램을 운용하지 않는 다른 항공사 입장에선 같은 스카이팀 회원사의 승객이라는 이유만으로 매번 받아주기가 어렵다. 이에 마일리지를 과도하게 공제하거나 환불을 안 해주는 등의 제약이 뒤따랐고, 이용객들의 불편이 이어지자 결국 프로그램을 없애게 됐다는 게 대한항공의 설명이다.
하지만 온라인 여행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세계 일주 항공권 종료 기한을 유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때문에 올해 내내 해외여행이 불가능했는데, 당장 내년 4월부터 세계 일주 항공권을 없애는 게 부당하다는 것이다. 아직 내년 4월까지 시간이 남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식될지는 미지수다.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마일리지 유효기간은 1년 연장하기로 했지만, 세계 일주 항공권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4월 1일부로 종료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 프로그램 종료 일정이 바뀔 일은 없다”며 “유사한 방식의 서비스 유지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선비즈>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