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일 암

김준규/시인 한국문인협회 인니지부 회원

스님의 흔적을 찾아
산속을 헤매다가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

도토리를 쥐고 놀던 다람쥐가
두 손 합장하고 숲 속을 가리킨다

적막이 감도는 숲 속엔
절도 아닌 절이 있다
처마 얄궂게 치솟은 대웅전도
온화한 탱화의 향기도 없이

뜰 앞엔 바람에 서걱대는
억새 풀이 무성하고
고승이 떠난 선 방에는
햇빛이 가득하다

법정이 놓고 간 빈 의자에
한 마리 다람 쥐가 놀고있다

스님은 어데 갔노?
다람 쥐가 두 손 합장하고
숲 속을 가리킨다
길도 아닌 길
바람이 손짓하는 숲 속
스님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이승에 남기는 발 자국도
부질없는 오욕 (汚辱) 이라
형체 없는 바람으로 가시었나

스님 멀리 떠나간 숲 속에
꽃 향기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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