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 이야기- 3) ‘마중물의 힘’

“코치라니, 무얼 코칭 하신다는 건가요?”

처음 만나는 분에게 명함을 드리 밀면 어김 없이 받게 되는 질문이다. 변호사 명함을 받고 무얼 변호하느냐고 묻는 사람은 별로 없을 터이니, 그만큼 이 직업이 생소하다는 반증이다.

그래서, 코칭이라는 것이 무엇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제 문제, 경영에서의 성과와 리더십 제고, 젊은이들의 커리어 등을 주요 주제로 다루는 ‘소통에 의한 고객 개발 프로세스’라고 설명하여도 역시 석연치 않다. 친절한 분인 경우 “아, 그러면 상담 같은 거네요.” 머리를 끄덕여 주지만, 때로는 그러면 상담이라고 말하면 될 것을 왜 ‘코칭’이니 어쩌니 생소한 외래어까지 사용하여 혼동을 일으키느냐는 힐난의 기미까지 느껴지게 된다.

앞 회에서 예로 들은 경주차 레이싱 챔피언 존 휘트모아 경(卿)이 테니스 코칭, 경영자 코칭의 챔피언이 된 이야기를 기억하시는가? 같은 맥락에서 자주 인용된 이야기이지만, 골프를 가르치지 않는 골프 코칭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일본의 어느 경영자가 미국 방문 중에 여유 시간이 있어 캘리포니아 어느 곳인가에서 실시하는 골프 워크숍에 참가하여 겪은 일이다. 일주일 간의 워크숍 기간 중 필드에 나간 것은 불과 2일 뿐, 이제까지 듣지도 보지도 못한 레슨을 받았다. 필드에 나가서도 스코어 카드에 스코어를 기록하지 않고 매 타 샷을 날릴 때마다 옆에 다가온 코치에게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목표에 대한 집중력을 평가한다면 지금 샷은 10점 만점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
“자신의 몸과 움직임에 대한 지각은 몇 점입니까?
“치는 순간에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습니까?”
“어느 순간까지 볼을 보고 있었습니까?”

코치는 그가 말한 대답을 적고는 다른 데로 가버리고, 무언가 가르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매번 샷을 할 때마다 코치가 와서 “몇 점?” 하고 묻거나, “자신의 이미지와 지금 한 샷의 차이는 어느 정도?”라고 묻는 것 만으로 조금씩 다른 시각과 감각을 익히게 되어, 골프라는 운동의 전혀 다른 측면을 체험하였다는 것이다.

이 일본인 경영자가 받은 골프 레슨이 바로 ‘코칭’의 기법을 원용(援用)한 것이다. 코칭이란 친절한 관심과 공감적 경청, 그리고 강력한 질문을 통해 행위자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돕는 프로세스이다. 자기 스스로가 답을 찾았으므로 그 해결 방안은 오래 지속되고, 실행력, 변화하는 여건에 대한 적응력도 외부로부터 주어진 해답에 비해 월등히 높다.

절정기의 골퍼가 ‘이젠 더 배울 것이 없으니 필요 없다’ 코치를 해고 하였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면서도 비싼 돈을 지불하여 코치를 두고 주기적으로 조언을 듣는다면, 어떤 도움이 필요해서 일까? 코치가, 아마도 기술적으로는 거울되기 [Mirroring] 역할, 멘탈 부분에서는 공감과 지지(支持), 그리고 스스로 깨우침을 얻게 하는 적절한 질문들을 제공함으로써, 골퍼가 지불한 대가와 비교하여 가성비 높은 큰 수확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러분은 아마도 ‘마중물’이라는 단어를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생소한 단어인 듯 부차장급 초급 경영자 워크숍에서 물어보면 거의 절반은 멀뚱한 표정을 짓는다.

한 사회봉사단체가 주최하는 ‘미얀마에 우물 파 주기’ 프로젝트가 있었다. 좋은 생각이라 찬동하여, 손자들 각각 이름으로 두 건을 신청했더니, 한동안 지난 뒤 기증자의 이름패가 붙은 멋진 공동 우물과 펌프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나 어렸을 때 기억으로 전후(戰後) 서울에서도 상수도가 복구되기 전 한동안은 마당에 우물을 파거나, 펌프를 묻고 지하수를 퍼 올려 쓰는 집이 많았다. 쓰다 놓아두면 공기가 새어 들어가 헛 노는 펌프를 작동시켜, 맑은 지하수를 시원하게 퍼 올리려면 꼭 필요한 것이 한 바가지의 ‘마중물’이었다.

땅 밑을 흐르는 양질의 지하수가 아무리 풍부하다 해도 한 바가지 물이 없으면 퍼 올릴 수 없음에 비유하여, 내 첫 저서의 제목을 ‘마중물의 힘’이라 하였다. 코칭을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잠재력을 퍼 올리기 위한 한 바가지 ‘마중물’로 표현한 것이다.

코칭의 비조(鼻祖)를 전술한 영국의 휘트모어 경으로 지칭하기도 하지만, 다른 선진 기법과 마찬가지로 코칭 역시 미국이 종주국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코치들도 통상 한국코치협회가 인증하는 코치 자격에 추가하여, 미국이 주체가 되어 있는 국제코칭연맹[ICF]의 인증코치 과정을 밟아야 경영자 코치로 활동하기에 편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자도 ACC 단계를 밟아, PCC 인증 획득]
미국의 코칭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는 조사해 보지 않았지만, 현재 미국에서 활동 중인 많은 코치가 명상센터와 관련된 경력을 갖고 있는 것은 매우 흥미롭다. 미국 사회가 겉으로는 풍요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다수의 깨어진 가정과 가족 가치 위에 서 있다는 삭막한 현실을 바라보면 어쩌면 그것은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내면의 상처[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과거 여행을 하는 심리학적 치료[Psyco-therapy] 대신에 많은 정상적 미국인들이 코칭을 선택하고 있는 것은, 코칭이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통해 밝은 미래를 추구하고 이를 확장함으로써 과거의 트라우마를 사소한 것으로 만들고 오히려 자산[資産-Resourcefulness]으로 바꾸어 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세스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하는 친절하고 끈기 있는 경청과 현명하고 열린 질문을 통해, 고객 스스로 자신을 바로 보는 것을 돕는 것, 그리하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끌어내어 행동하도록 촉구하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부어 주는 것, 이것이 코칭이라고 하면 별로 틀리지 않는다.

코칭은 상대방의 존재[Being]에 다가가 이에 접촉하는 행위이며, 그러기에 경청, 질문, 지지 등의 기법(技法)에 앞서 상대방을 연민으로 바라보는 간절한 마음[Loving Kindness]이 그 기본이 된다고 하는 것이다.

“나와 우리 조직 구성원의 내면에 잠재하는 능력은 어떤 것들일까? 어떻게 하면 이를 끌어 내어 성과에 연결할 수 있을까?” 독자 여러분은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하여 코치를 초빙,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부어 볼 의향이 있으신지?

㈜ ‘코칭의 정의’ 부분이므로 졸저 ‘잠자는 사자를 깨우라’에서 많이 인용하였음
참조 사진 ‘마중물의 힘’A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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