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이야기-2) 카 레이서 존 휘트모아 경(卿)

2007년 여름, 나는 타이어를 두 번째 갈아 끼워, 한국 리더십 센터의 김경섭 회장으로부터 전문코치 수업을 받고 있던 중이었다.

“오늘은 귀한 손님을 한 분 만나 보시지요.”
회사를 다닐 때는 그룹 최고 경영진의 말석을 더럽혔다고는 하지만, 지금이야 코칭 입문 중의 피교육생이라 그럴 군번이 아직 아닌데, 김경섭 회장이 나를 될성부른 코치 자원으로 보았나 보다. 저녁 식사 자리에 끼워 넣어 주었다. 방한(訪韓)한 ‘존 휘트모아 경’을 만나는 자리였다. 리더십 센터 부근의 조촐한 한식당(韓食堂), 메뉴는 불고기였던가 아마 그랬을 것이다.

긴 다리를 주체 못해 앉은뱅이 식탁 밑에 꾸겨 넣으면서 유쾌하게 웃던 모습 기억난다. 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남작(男爵)의 작위를 가졌다고 했다. 영국 말[Queen’s English] 하는, 영락없는 소탈한 영국인이었다.

카 레이싱과 코칭의 공통점은 과연 무엇일까? 어려운 질문인데, 정답(?)은 간단하다. 휘트모어 경이 그 두 분야에서 모두 챔피언이었다는 것.

레이싱, 때로 절체절명 몰입의 찰나에 경주차와 한 몸이 되어 반응하던 ‘나’라는 존재는 과연 무엇을 인식[Awareness]하며, 어떤 책무[Responsibility]를 수행하고 있었던 것인가? 자신을 챔피언으로 만든 그 심리적 기제가 궁금해졌던 것은 아닐까?

전 영국, 전 유럽 카 레이싱 대회에서 우승한 뒤 은퇴한 그는 자아초월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을 깊숙이 연구하게 되고, 여기에서 발견한 ‘Inner Game’ 이론을 윔블던 출전 테니스 선수들에게 적용하여 스포츠 코칭의 선구자가 되었으며, 더 나아가 이를 기업경영에 접목시켰다. 대박이었다.A77

‘성과향상코칭[Coaching for Performance]’은 이렇게 태어났다.
코칭 리더십의 효시가 되었다.
챔피언은 분명한 챔피언이지만 테니스 선수가 아니라, 카 레이서였던 그가 어떻게 윔블던 출장하여 8강, 4강까지 오르는 정상급의 테니스 플레이어를 코칭하여 성공시킬 수 있었을까? 그런 때라면 어떤 대화가 오고 갔을까? 뇌피셜이지만 상상해 본다.

“다시 게임 필름을 돌려 보겠다구요? 그건 됐어요. 거기서 스톱.”

“코치님, 이 장면, 저는 100번도 더 보았거든요. 러브 – 훠티 에서 브레이크 했어야 했는데, 연속 범실로 듀스가 되었어요. 정말 한심한 플레이였어요.”

“아, 바보 같은 플레이였다고 자책하고 있군요. 어떤 점에서 한심했다고 생각하나요?”

“30-40 간 건 그렇다 하구요. 거기서 상대방의 세컨 서비스를 다운 더 라인으로 강하게 공략했어야 했어요. 백핸드 드라이브가 시합 내내 잘 듣고 있었거든요. 그러면 상대방 범실 내지 적어도 브렉 포인트를 결정하는 네트 플레이 챤스는 만들 수 있었어요.”

“잠깐. 이런 생각은 그 순간의 생각이었나요 아니면 나중 분석하며 내린 판단인가요?”“글쎄요. (잠시 침묵) 반반 아닐까요?”“그 순간의 느낌을 기억해 낼 수 있나요?”
“네에? 느낌이요?”
“그래요. 기억을 되살려 보아요.”
“내가 강하게 스트로크 했을 때 코너에서 되받아 치는 상대방 스트로크가 가끔 날카롭게 크로스로 오곤 했었다는 생각? 어? 이건 느낌이 아니라 생각이네요”
“좋아요. 또?”
“두려움요!”
“두려움?”
“네, 분명히 두려움이었어요. 가슴이 두방망이질 쳤어요.”
자! 코칭 대화가 여기까지 왔다면 이 테니스 선수는 자신의 적이 네트 건너편에 있었던 상대 선수가 아니라 내 안에 일어났던 두려움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두려움 그 정체를 규명하는 대화와 앞으로는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자신감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대화가 뒤이을 것이다.

또 독자 여러분도 어떻게 카 레이서 챔피언이 테니스 챔피언을 코칭할 수 있었는지 조금은 수긍이 가기 시작할 것이다.

존 휘트모어는 코칭에 대한 정의를 ‘Inner Game’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 말한다. 스포츠 경기에서는 선수의 심리적 상태를 가리키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즉 코치가 성과를 내는 데 방해가 되는 선수의 심리적 요소들을 제거하거나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선수는 자신 내부에 잠재해 있는 경기 수행능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실전으로 증명했다.

코칭은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개인의 잠재능력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가르치기보다는 스스로 깨닫도록 이른 바 ‘강력한 질문[Powerful Question]’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깨달음이 생기면, 자발성과 지속성, 책임 의식이 크게 고양된다.

임원 코칭에서는 ‘부하에게 절대로 답을 주지 말라’고 말하면서 고객에게 가끔 이런 요청[Request]를 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 부하에게 지시하려던 사항을 질문으로 바꾸어서 하면 어떻게 될까요?”

꼭 휘트모어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음미해 보시라.
‘좋은 질문을 만들어 내는 리더가 좋은 리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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