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해외진출 의료기관이 2009년 49개 기관에서 2013년 111개 기관으로 급성장했다. 중국,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19개국, 111개 의료기관이 다양한 진출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해외진출을 신 성장동력으로 꼽고 있으며, 아시아권 전체로 봐도 일본, 태국, 싱가포르 등 의료서비스 주도권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국가 차원의 통합적인 해외진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제시됐다.
아직 중소형 병원 중심 직접투자
우리나라 해외진출은 아직 중소형 병원 중심으로 한 직접투자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의료시스템 해외진출 심층분석 브리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료기관 해외진출은 중소형 병원 중심으로 자본투자가 수반되는 직접투자 형태가 많고, 오히려 대형 병원은 연락사무소 형태의 소극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주목할만한 부분은 기존 진출 기관의 70%에 해당하는 78개 의료기관이 추가적인 해외진출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 포화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진출이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이렇다 할 성공모델이 없다. 가장 유망하다고 꼽힌 중국 시장은 진출 의료기관 28개 중 18개 기관이 성형외과, 피부과, 한의원으로 한정돼 한국 의료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는 성공 모델이 되기는 어렵다. 상급종합병원의 연락사무소 역시 의미 있는 해외진출의 사례로 보기 힘들다. 또한 진출이 늘어난 만큼 철수도 많다. 실제로 111개 의료기관 진출 중 23개 의료기관 철수(약 21%)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급•종합병원 20개 진출 의료기관 중 5개 의료기관 철수(약 25%)했고, 병•의원급도 91개 진출 중 18개 의료기관 철수(약 20%)했다. 투자대비 수익이 마땅치 않다는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진출 형태로 보면 합작으로 진출한 12개의 의료기관 중 5개 철수(42%)로 가장 높았고, 프랜차이징 25개 진출에 5개 의료기관 철수(20%) 등이었다. 현지 파트너와 협력이 필요한 진출형태에서 철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권과 주도권을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며, 경영이 잘되지 않을 때의 책임공방도 분분하기 때문이다.
흩어진 정부 지원 기댈 곳은 어디에
결국 국내 병원들은 맨 땅에 헤딩하다시피 해외진출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어려운 점은 정부 지원에 기대기가 힘들다. 해외진출에 관심을 두고 민간을 지원하겠다는 정부기관은 늘어났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병원, 업체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보건복지부 계열 해외진출 정부·민간기관 보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 코리아메디컬홀딩스(KMH), 한국의료수출협회(KOMEA), 대한병원협회(KHA) 등이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및 기획재정부 계열에서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한국디지털병원수출사업협동조합(KOHEA) 등이 나서서 해외진출 지원제도 구축, 시장조사 및 마케팅, 의료기관 지원 사업, 해외진출 인프라 구축사업, G2G 프로젝트 사업 등을 수주 중이다. 이에 정부기관인 보건산업진흥원조차 의료시스템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 범 부처 종합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출 병원 관계자도 “KOTRA의 해외 시장 정보와 보건산업진흥원의 정보, 소통 창구가 일원화되지 않고 중구난방이다. 같은 지역에서 유사한 행사를 하거나 MOU를 맺는 일이 일쑤”라고 비판했다. 의료관광이 처음 떠올랐을 때 한국관광공사와 보건산업진흥원이 개별 플레이로 병원들에 혼란을 초래한 것과 유사한 상황이라는 주장이다.
정부 하나로 합쳐 똘똘 뭉친 일본
반면, 일본 정부는 흩어진 정부를 하나로 합치고 각 주체의 역할을 명확히 설정한다는 시사점을 안겨줬다. 일본은 외무성, 경제산업성, 후생노동성, 문부과학성 등 관계부처 합동 의료산업 통합체제를 구축하고, 의료기관 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민관합동기관 Medical Excellence Japan(MEJ)을 설치해 해외진출 교두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시장조사 및 지원(경제산업성), 의료법(노동후생성), 민간지원(MEJ)등 각 주체의 역할이 명확히 했다. 일본도 의료법상으로는 영리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사회의료법인(특수의료법인)이 개설하는 병원, 진료소 또는 노인보호시설의 경영에 충당할 목적이 있는 경우 후생노동성이 정하는 수익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한국은 이제서야 의료기관 해외진출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 및 예산, 금융, 세제, 인력 양성 등 국제의료사업의 각종 분야별 육성책을 담은 ‘특별법’제정·검토를 통해 해외진출의 법·제도적 진입장벽 완화를 추진 중이다. 또한 해외진출 의료기관에 민관합동 자금을 조성하는 ‘의료기관 해외 진출 전문펀드’를 계획했지만, 아직 민간과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후발주자이던 일본, 2020년 거점 10개소 목표
의료관광에서도 2011년에서야 나설 정도로 후발주자였던 일본은 아예 한 발 더 나갈 조짐이다. 대형 의료법인들의 활발한 해외진출이 이어지고 있으며, 의료시스템과 의료기기, 의약품 등 의료제품을 패키지화하는 전략으로 신흥국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것. 외국 의료진 연수시스템 확충, ODA 자금 활용, 국제협력은행 (JBIC) 자금 지원 등으로 의료시스템 패키지 수출을 함께 촉진하고 있다.
현재 아베정권의 신성장분야로 선정된 의료산업 분야는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일본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사례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의료기관 진출현황에 대한 정확한 자료의 집계는 어려운 상황이나, 일본 정부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2020년까지 대표적 진출 사례 일본형 의료거점 10개소를 목표로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봐도 2010년 2개국(중국, 러시아), 2011년 5개국(캄보디아, 베트남, 터키), 2012년 10개국(태국, 미얀마,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2013년 15개국(UAE, 방글라데시, 싱가포르, 한국, 인도네시아, 인도, 카자흐스탄) 등으로 조사단계에서 실행단계로 확대 중이다.
국가적으로 진출 정보를 모으고 수집해 국가 대 국가 간 협력을 주도하고, 민간에 진출을 장려한다는 점에서 우리와는 전략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이에 진흥원은 “한•일 양국 모두 현재 의료기관 해외진출 장려를 위해 해외 의료투자 행위를 영리추구 행위로 보지 않거나, 부대사업 범위에 포함시키는 방향의 법 제도 개선을 추진 중에 있다”며 “한국은 일본이나 선진국과의 경합이 예상되는 신흥국과 자원부국에서 경쟁력 선점을 위한 발 빠른 대책마련이 시급하며, 다양한 지원체계를 마련해 한국형 특화된 병원수출 모델의 조기 안착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진출 병원들도 “의료서비스, 의료기기, 의약품, 건축, IT가 연계되는 종합적 글로벌 수출 전략과 함께 범부처 총력지원 체계의 확보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설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민간을 지원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대로 가다간 추가적인 진출 가능성과 성공모델이 열리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Medical Observer, mo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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