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연 커다란 한 마리 나비
위태로움을 유혹하는데
한껏 동그랗게 손에 담아낸다.
까만 몸집에 빨갛고 노란 날갯짓
반짝이는 향기가 점멸한다.
나의 마음도 덩달아 단숨에
가시덤불을 뛰어넘는다.
나비는 얄궂은 어린아이가 되어
가여운 투정이 애틋한데
나는 딴청을 가장하다
안쓰러운 입김으로
슬픔을 조금 몰아낸다.
가슴에 돋는 선연한 흔적들
날아오른다, 나도 함께.
< 시작 노트 >
** 한국에 있는 딸아이를 그리며 쓴 시입니다.
가수 윤도현밴드의 “나는 나비” 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시작 동기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았습니다. 딸아이는 나비를 무척 좋아했고, 언젠가 딸아이에게 나비를 잡아주며 놀던 기억이 있습니다. 저도 나비를 좋아합니다. 나비는 연약하고 우아합니다. 초라하지만 화려합니다. 자유롭게 멀리 높게 날아서 어떤 꿈과 이상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저는 그런 나비에게서 절제와 한계를 봅니다. 어쩔 수 없이 나비를 동경하고 동정합니다. 이 시의 분위기는 밝고 희망적인 느낌은 아닙니다. 언제나 현실적인 삶은 도피를 조장합니다. 그런데 나비는 저에게 좀 더 여유로워질 것을 노련한 몸짓으로 부추깁니다.
자기처럼 상상의 날개를 펴고 날아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