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지나간 손가락 마디 마디
류마티스가 노인의 취침을
어렵게 하듯
오랫동안이나 쌓인 시간의 무게로
가눌 수 없던 너의 등줄기
꺾이고 굴곡지고 파여져
아픔이 딱지처럼 붙어 있다
가진 수명 다 살면 뭐하게
와루나무야!
모진 질고(疾苦)의 삶
여태 이어 오느냐?
스치는 해풍만이
너의 등
너의 거친 손마디
남몰래 어루만져 주는구나
<시작 노트>
얼마전 롬복의 셍기기 해변에 갔을 때의 일이다. 그 근처 해산물 전문 음식점에 들렀을 때, 그 뒤 편 해변으로 난 뒷마당에서, 나는 참 안쓰러운 나무를 발견하였다. 등은 굽어 있고 다른 나무들은 모두 테두리 안에서 위로 곧게 잘 자라고 있는데 유독 사진에서 보이는 이 나무만 등이 굽고 마디 마디가 터져 너무 힘들게 삶을 영위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이 나무에서 인생 살이의 어려움과 덧 없음을 또 한 번 느껴 보았다. 그리고 흡사 우리 어머니의 휜 등과 손 마디가 생각이 나 내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 년 열 두 달 매일 꽃을 피운다고 한다. 놀랍다. 꽃도 예쁘고 그 향도 아주 좋다. 이 나무의 이름을 종업원에게 물어 보니 와루 나무라고 한다. 이 나무를 보면서 한 사람의 거친 인생에 대한 영감이 생기고 이를 시로 옮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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