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선에서 패배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인도네시아운동당(그린드라당) 총재가 개표 결과에 불복해 헌법재판소(MK)에 제소하기로 했다.
21일 CNN 인도네시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야권 대선 캠프의 법무 담당자인 수프미 다스코 아흐맛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회의를 통해 기호 2번 후보(프라보워)가 헌법재판소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야권 대선 캠프 측 개표참관인은 이날 새벽 예상보다 하루 일찍 선거관리위원회(KPU)가 대선 개표 결과를 공식 발표하자 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서명 및 승인을 거부했다.
프라보워 후보와 야권 지지자들은 이번 선거에서 조코 위도도(일명 조코위) 현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개표조작을 비롯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부정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선거감독위원회(Bawaslu)는 야권 대선 캠프가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전날 관련 주장을 기각했다.
관련법상 선거 결과에 이의가 있는 후보는 오는 24일 자정 이전에 헌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
당초, 프라보워 후보 측은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대규모 시위를 벌여 재투표 등 요구를 관철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야권의 내부분열로 세력 동원이 여의치 않았던데다 국민 여론도 악화하자 한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프라보워 후보의 지지자들은 이날부터 KPU 인근에서 이틀 일정으로 대선 불복 집회를 벌일 예정이다. 프라보워 후보는 KPU의 대선 결과 발표 직후 공개한 영상물을 통해 “이번 선거에서 막대한 부정이 저질러졌다.
이기고 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인민의 주권과 권리가 훼손된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면서 집회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면서 “우리는 KPU가 21일 새벽 발표한 대선 집계 결과를 거부한다”면서 선거 불복 의사를 명확히 했다.
현재 KPU 앞에선 대선 결과에 승복할 것을 주장하는 여권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만큼 야권 지지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 충돌이 초래될 가능성도 있다. 그런 가운데 현지 정치권에선 2014년 대선 전후와 판박이처럼 유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년 전 프라보워 후보는 2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던 지지율 격차를 한 자릿수로 줄이며 막판 맹추격을 벌였지만, 친서민 정책과 소통 리더십으로 돌풍을 일으킨 조코위 당시 투쟁민주당(PDI-P) 후보를 따라잡지 못하고 6.2%포인트 차로 패했다.
당시에도 프라보워 후보는 자신이 약 5%포인트 차로 뒤진다는 표본개표 결과를 인정하지 않은 채 자신이 의뢰한 일부 조사기관의 분석결과를 토대로 승리를 선언했고,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헌법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한편, 조코위 대통령은 부통령 후보인 마룹 아민 울레마협의회(MUI) 의장과 함께 21일 낮 자카르타 시민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들이 보여준 신뢰에 감사드린다”면서 “오는 10월 취임 이후 우리는 인도네시아 전 국민의 대통령과 부통령으로서 국민 100%를 위한 사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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