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인도네시아 AG그룹 합작사 계약 체결

동남아 상용 시장 공략 전초기지 구축 내년 하반기부터 생산돌입…年 2000대 목표 현대차, 상용車 내수 점유율↓… 印尼 수출 다변화로 활로 모색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관저에서 현대자동차-AG그룹 인도네시아 합작社 계약 체결식이 열리고 있다. 이에 따라 양사가 설립할 합작사는 현대차 상용차를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조립해 인도네시아 및 주변국에 공급할 계획이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이키 위보우(Iki Wibowo) AG그룹 사장, 이인철 현대자동차 상용수출사업부 전무.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 아르타 그라하그룹(AG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 인도네시아 상용차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한다.

현대자동차가 동남아시아 최대 상용차 시장인 인도네시아에 생산 거점을 확보하고 연 4만대 규모의 현지 버스·트럭 시장을 공략한다. 국내 중·대형 트럭 시장 점유율이 지난해보다 5%포인트 이상 떨어진 가운데 수출 다변화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서다.

현대차는 내년 하반기 마이티·엑시언트 등 현지 맞춤형 차량을 투입하는 한편 인도네시아를 인근 동남아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 상용車 내수 40% 점유율의 벽… 印尼 공략에 ‘숨통’ 트나
12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지 상용 판매 대리점의 모기업 알타그라하그룹(AG그룹)과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에 상용차 합작법인을 설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내년 5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설립되는 상용차 전문 합작법인을 통해 생산·판매·A/S 등을 총괄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은 반제품 조립생산(CKD)으로 엔진·주요 부품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공급해 현지 조립공장 가동률 향상에 따른 수출 물량 확대를 도모할 것”이라며 “공장 완공 후 생산 규모는 뉴 마이티·엑시언트 등 2000대로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이 같은 행보는 국내 중·대형 트럭 시장 점유율이 하락한 가운데 시장 다변화를 통해 줄어든 상용차 판매량을 일부 상쇄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 올해 1~10월 현대차의 국내 중·대형 트럭(소형 제외)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보다 5.6%포인트 낮은 36.8%를 기록했다. 특히 현대차는 대당 가격과 마진율이 높은 5톤 이상 대형 트럭 시장에서 2014년(44.1%) 이후 3년 만에 점유율 40%대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볼보·스카니아 등 수입차 업체의 공세로 판매량이 이전보다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는 마이티·엑시언트 등 주력 차종을 앞세워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인도네시아 중·대형 트럭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인도네시아 상용차 시장은 최근 대규모 매립지 건설사업과 광산 개발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상용차 수요가 올해 7만6000여대로 확대, 2020년에는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우선 중형 트럭 뉴 마이티와 대형 트럭 엑시언트를 투입하고 연간 2000대의 현지 맞춤형 차량을 생산한다. 또한 내년 아세안물품무역협정(ATIGA) 발효에 따라 무관세로 역내 수출이 가능한 이점을 활용, 동남아 상용차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낼 예정이다.

◇ ‘코린도 결함 사태’ 기억해야… 면밀한 시장 점검 요구
앞서 현대차는 2006년 코린도그룹과 CKD를 현지에서 조립·생산해 판매하며 인도네시아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신차의 고장 문제가 소송전으로 번지면서 2011년 6월 생산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현대차는 완성차 형태로 수출을 모색했지만, 관세 등 문제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서 올해 상반기 기준 판매량은 571대로 시장 규모에 비해 매우 저조하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의 상용차 시장 규모는 4만1295대로 국내 시장의 1.5배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시장은 도요타·다이하츠·혼다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90% 이상 장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의 상용차 판매량은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실제 2013년 10만5082대였던 글로벌 판매량은 2014~2015년 9만대 수준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10만대를 간신히 넘겼다.

국내·중국 판매량 감소가 주원인이었다. 다만 대형 트럭 판매가 최근 3년간 증가세를 유지하며 4만대를 돌파한 것은 고무적인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 고전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수요처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품질에 대한 선입견 등 높은 진입장벽을 뚫기 위해선 면밀한 시장 점검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