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에 걸친 도시 침몰, 가짜 뉴스 아닌 ‘과학적 현실’로 판명
무분별한 지하수 채취가 주원인… 홍수 위험 40% 이상 급증
전문가들 “상수도 공급 100% 달성 없인 인프라 구축도 무용지물”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가 1974년 이래 무려 4.5미터나 가라앉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우려나 가짜 뉴스가 아닌, 정밀한 관측 결과에 기반한 명백한 현실이다. 자카르타 서부 타만사리(Tamansari) 코타투아(Kota Tua) 지역의 칼리 브사르 다리 옆에는 이 비극적인 지질학적 변화를 영구히 기록한 ‘지반 침하 기념비’가 세워져, 시민들에게 묵직한 생태학적 경고를 보내고 있다.
◇ 예술품 아닌 경고장, ‘지반 침하 기념비’의 증언
DKI 자카르타 주정부가 인도네시아 공공사업주택부(PUPR) 및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와 협력하여 건립한 이 기념비는 얼핏 보기에 현대 미술 설치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지난 50년간 자카르타가 겪어온 지반 침하의 공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념비에 새겨진 데이터는 1974년부터 2014년까지 인도네시아 산업에너지청이 수행한 모니터링 결과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위성을 이용한 합성개구레이더 간섭기법(InSAR) 기술을 통해 수집된 정밀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기념비 몸체에는 하늘색 표지판들이 부착되어 있는데, 이는 자카르타의 서부, 동부, 북부 지역의 ‘1974년 당시 지표면 높이’를 표시하고 있다. 방문객들을 가장 놀라게 하는 것은 북부 자카르타의 1974년 지표면을 표시한 지점이다. 이 표지판은 기념비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성인의 평균 키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는 현재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이 50년 전보다 얼마나 깊이 꺼졌는지를 시각적으로 극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기념비는 자카르타가 느리지만 확실하게 침몰하고 있음을 소리 없이 외치고 있다.
◇ 무분별한 개발의 대가… 연간 28cm 침하하는 곳도 발생
기념비의 기록에 따르면, 1974년부터 2020년까지 자카르타의 여러 지점에서 지반이 최대 4.5미터까지 침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각한 지역은 쳉카렝(Cengkareng), 차쿵(Cakung), 무아라 바루(Muara Baru) 등으로, 이들 지역은 산업 활동이 활발하고 그에 따른 지하수 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판타이 무티아라(Pantai Mutiara)와 서부 쳉카렝의 경우, 지반 침하 속도가 연간 28cm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도시 지반이 1년마다 성인 발 크기만큼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로,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급격한 변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주원인으로 ‘통제되지 않는 지하수 채취’를 지목한다. 수천 개에 달하는 불법 및 합법 시추공을 통해 지하수가 과도하게 빠져나가면서 지층이 지지력을 상실했고, 그 결과 도시 전체가 서서히 가라앉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국가연구혁신처(BRIN) 육수학 및 수자원 연구센터의 유스 부디요노(Yus Budiyono) 박사는 현지 언론 콤파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지하수 보존 센터(BKAT)의 측정 결과에 따르면, 지반 침하의 핵심 원인은 지표수가 아닌 심층 지하수의 과도한 채취”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형 펌프를 이용해 지하 100미터 이상의 깊은 곳에서 물을 뽑아 올리는 행위가 지반 침하를 가속화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유스 박사에 따르면 자카르타 북부 전역의 평균 침하 속도는 연간 3.5cm에 달한다. 이는 과거 도쿄나 방콕 등 급속한 산업화를 겪은 아시아 대도시들이 경험했던 선형적 침하 패턴과 유사하지만, 그 속도와 규모 면에서 자카르타의 상황은 매우 위급하다.
◇ 침몰하는 도시, 급증하는 홍수 위협
문제는 지반 침하가 단순히 땅이 꺼지는 현상에 그치지 않고, 도시 전체의 홍수 방어 능력을 무력화시킨다는 데 있다. 지반이 낮아지면 해수면 상승에 취약해질 뿐만 아니라, 강 범람이나 국지성 호우 시 배수가 불가능해진다.
유스 박사는 “지반 침하가 홍수 발생 가능성을 40% 이상 높이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연안 침수(Rob), 강 범람, 그리고 기후 변화로 인한 극한 강우 피해를 모두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 “상수도 보급이 유일한 해법”… 인프라 대책의 한계
자카르타 주정부는 이러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수도권 통합 해안 개발(NCICD)’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해안 제방을 강화하고 66개의 폴더(Polder) 시스템을 구축하여, 저류지와 펌프를 통해 홍수 물을 바다로 강제 배출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원인 해결 없이는 이러한 토목 공사도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유스 박사는 “지반 침하를 멈추지 않는다면 아무리 높은 제방을 쌓아도 소용이 없다”며 “지반이 계속 가라앉으면 제방과 건물의 구조적 안전성이 위협받고, 집이 기울거나 균열이 생기는 등 인프라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해결책은 지하수 채취를 중단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시민과 산업 시설에 깨끗한 상수도를 100%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유스 박사는 “대체 수원 공급이 완료되어야만 심층 지하수 펌핑을 멈출 수 있으며, 이것만이 홍수와 지반 침하를 동시에 해결하는 최우선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식생 복원도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각 가정이 최소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 도시 전체에 약 300만 그루의 녹지를 확보한다면, 지표면 온도를 낮추고 미기후를 개선하여 극한 기상 현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자카르타의 지반 침하 기념비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도시가 사라질 수 있다는, 미래로부터 온 엄중한 경고장이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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