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교적 수사일 뿐, 학생 부담 가중 및 현실성 부족” 강하게 비판
교육계, “교원 수급, 예산 등 준비 안 된 정책… 영어·중국어 교육 내실화가 우선”
[자카르타=한인포스트]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최근 브라질과의 정상회담에서 제안한 ‘포르투갈어 공교육 도입’ 구상을 두고 인도네시아 정치권과 교육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인도네시아 국회(DPR, Dewan Perwakilan Rakyat)는 해당 정책이 실효성이 부족하고 학생들의 학업 부담만 가중시킬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3일(목) 자카르타의 대통령궁, 메르데카궁(Istana Merdeka)에서 열린 프라보워 대통령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Luiz Inácio Lula da Silva) 브라질 대통령 간의 회담이었다.
이 자리에서 프라보워 대통령은 양국 간 협력 관계 강화를 상징하는 조치로, 향후 인도네시아의 각급 학교에 포르투갈어(Bahasa Portugis)를 주요 선택 외국어로 포함시키겠다는 정책적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마자, 인도네시아 국회 교육위원회를 중심으로 즉각적인 반론이 제기되었다.
국회 제10위원회(Komisi X DPR RI, 교육·스포츠·관광 담당) 소속인 보니 트리아나(Boni Triyana) 의원은 지난 25일(토) 발표한 공식 성명을 통해 “프라보워 대통령의 발언은 룰라 대통령에 대한 외교적 예우 차원에서 나온 수사(retorika diplomatik)일 가능성이 높으며, 심도 있는 검토 없이 성급하게 추진될 경우 교육 현장에 큰 혼란만 야기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보니 의원은 포르투갈어가 가진 국제적 위상과 실용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외국어 학습 기회를 확대하는 방향성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포르투갈어는 영어와 같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용어(lingua franca)가 아니며, 학술 및 비즈니스 분야에서의 활용도 또한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순히 특정 국가 정상과의 친분을 과시하기 위해 국가의 백년대계인 교육 정책을 즉흥적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투쟁민주당(PDI-P, Partai Demokrasi Indonesia Perjuangan) 소속인 보니 의원은 포르투갈어 교육이 정규 교과 과정에 편입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현재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이미 과도한 학업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며, “여기에 새로운 필수 외국어 과목이 추가된다면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가중시키고, 기존 교과 과정의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만약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정규 수업이 아닌 방과 후 활동(kegiatan ekstrakurikuler)과 같은 비필수 선택 과목 형태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정책 실행에 필수적인 인적·물적 인프라 부족 문제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보니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가르칠 것인가(siapa yang akan mengajar?)’라는 문제”라며, “전국적으로 수만 명에 달할 포르투가어 교원을 단기간에 어떻게 양성하고 확보할 것인지, 교재 개발과 교원 연수를 위한 막대한 예산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전무하다”고 정부의 준비 부족을 질타했다.
교육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자카르타의 한 교육 전문가는 “현실적으로 인도네시아 학생들의 미래 경쟁력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언어 교육에 집중해야 한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인 영어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아세안을 비롯한 국제 사회에서 경제적·정치적 영향력이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어(Bahasa Mandarin)를 제2외국어로 강화하는 것이 훨씬 전략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은 프라보워 신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우려로 번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외교 무대에서의 즉흥적인 발언이 충분한 내부 검토나 사회적 합의 없이 정책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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