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영식품사 대표 6개월 만에 전격 사임 “관료주의가 발목 잡아”

▲Balaikota DKI Jakarta 주청사. 사진 Wikimedia

프라보워 대통령에게 사과… 다난타라의 경직된 행정 절차 비판
다난타라 측 “개인의 결정 존중, 회사 운영 차질 없을 것”

인도네시아 국영 식량기업 PT 아그리나스 빵안 누산타라(PT Agrinas Pangan Nusantara)의 조앙 안젤로 드 소우사 모타 사장이 취임 6개월 만에 전격 사임했다.

민간 부문 출신인 조앙 사장은 상위 기관의 과도한 관료주의가 국가 식량 프로그램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사임의 이유를 밝혔다.

조앙 사장은 11일(월) 자카르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가 식량 산업과 농민 복지 향상에 기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리를 지키기보다는 물러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라고 판단했다”며 공식적으로 사임 의사를 표명했다.

그는 사임의 주된 이유로 다야 아나가타 누산타라 투자관리청(Danantara, 이하 다난타라)의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관료주의 시스템을 지목했다.

조앙 사장은 “식량 주권을 실현하려는 대통령의 진정성이 관련 기관과 보좌진으로부터 온전히 지지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회사가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는 데 필요한 예산과 행정적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그는 “사임하는 오늘까지 아그리나스 빵안에 배정된 예산은 단 1원도 없다”고 밝히며, 다난타라가 이미 여러 차례 제출한 사업 타당성 조사를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등 비상식적인 행정 절차를 고수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다난타라의 업무 방식은 지나치게 관료적이고 사업 지향적이지 않다”면서 “장애물을 제거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와는 정반대로, 전략 프로젝트의 촉매제가 되어야 할 기관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민간 기업가 출신인 그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생명인 자신과 경직된 관료주의 시스템이 맞지 않음을 인정하며, “6개월간 회사를 이끌면서 어떠한 성과도 내지 못해 부끄럽다”고 말했다. 조앙 사장은 발언 도중 허리를 숙여 사과했으며, 자신을 신임해준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에게도 송구한 마음을 전했다.

이에 대해 다난타라의 로산 로에슬라니 최고경영자(CEO)는 즉각 공식 성명을 내고 “조앙 사장의 개인적인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는 전문적인 조치로 평가하며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산 CEO는 “이번 사임이 아그리나스의 운영에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며 “리더십 이양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모든 전략 프로그램과 파트너 및 이해관계자에 대한 서비스는 평상시와 같이 이행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한편, PT 아그리나스 빵안 누산타라는 기존의 건설 국영기업을 전환하여 설립된 회사로, 프라보워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가 식량 자급자족 프로그램과 42만 5천 헥타르 규모의 ‘푸드 에스테이트(Food Estate)’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핵심 기관이다.

국가 식량 안보의 선봉장 역할을 맡은 국영기업 사장이 관료주의의 벽을 넘지 못하고 반년 만에 자진 사퇴한 이번 사건은, 프라보워 정부의 핵심 국정 과제 추진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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