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김건희 구속…尹과 헌정 첫 前대통령 부부 동시구속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김건희 여사

법원 “증거 인멸할 염려”…특검, 42일만에 신병 확보로 수사 최대 고비 넘겨
도이치 주가조작·공천개입·건진법사 청탁 의혹…향후 의혹 수사 확대 전망

특검법상 16개 의혹 두루 살필듯…김 여사 개입 단서 확보에 사활
‘경제공동체’ 尹과 공모관계 입증도 관건…뇌물수수 등 적용 가능

김건희 여사에 대해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발부했다.

김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헌정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같은 시기에 구속되는 처지가 됐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늦게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청구된 김 여사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라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이날 앞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서울남부구치소로 이동해 구인 피의자 거실에서 대기 중이던 김 여사는 수용실이 정해지는 대로 수용동으로 옮겨 구치소 생활에 들어간다.

[그래픽] 김건희 여사 수감 서울남부구치소 독방 내부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내란특검에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용돼 있다.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 서울중앙지법 나서는 김건희 여사

    서울중앙지법 나서는 김건희 여사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2025.8.12 [사진공동취재단] 

김 여사는 2009∼2012년 발생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돈을 대는 ‘전주'(錢主)로 가담한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받는다.

이 사건으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9명의 유죄 판결이 확정됐고, 법원은 김 여사 계좌 3개와 모친 최은순씨의 계좌 1개가 시세조종에 동원됐다고 판단했다.

2022년 재·보궐선거와 작년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2022년 4∼8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교단 현안을 부정하게 청탁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도 있다.

지난달 2일 수사를 개시한 지 42일 만에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한 특검팀은 주요 혐의 수사의 최대 고비를 넘게 됐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2일 모든 의혹의 정점에 있는 김 여사 신병을 확보하면서 앞으로 수사에 속도를 높일 추진력을 얻게 됐다.

특검법상 16개 의혹 두루 살필듯…김 여사 개입 단서 확보에 사활
‘경제공동체’ 尹과 공모관계 입증도 관건…뇌물수수 등 적용 가능

150일의 기간이 주어진 특검이 수사 개시 42일 만에 서둘러 김 여사의 신병 확보에 나선 데에는 장거리 마라톤에 비유되는 수사 전략의 일환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번 구속영장에 적시된 것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명태균 공천개입, 건진법사 청탁 의혹 사건 등 3개다. 김건희특검법상 16개 수사 대상 가운데서도 물적 증거와 진술이 상당 부분 축적돼 상대적으로 혐의 입증이 쉬운 사건으로 꼽힌다.

김 여사는 지난 6일 관련 대면조사에서 혐의 일체를 부인하면서 특검팀이 구속 필요성을 주장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단순한 부인을 넘어 거짓 진술로 일관한 만큼 증거 인멸의 우려가 높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인 셈이다.

특검팀은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앞으로 다른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의혹, 양평공흥지구 특혜 의혹, ‘집사게이트’ 등이 다음 수사 타깃으로 꼽힌다. 김 여사의 구속을 계기로 그동안 의혹의 사실관계를 부인해온 조력자들이 진술을 바꿀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의 최우선 과제는 여러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가 직접 개입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단서를 찾는 것이다.

차량 향하는 김건희 여사
차량 향하는 김건희 여사

  •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민중기 특별검사팀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 2025.8.6 

특검팀의 1호 수사 대상이었던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에선 아직 김 여사가 관여했다는 점을 입증할 결정적 단서는 나오지 않았다.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키맨’으로 여겨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강조해 형량 로비를 해주겠다는 혐의(변호사법 위반)로만 구속됐다.

건진법사 청탁 의혹 사건과 관련해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꼽히는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의 실물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통일교 청탁이 의심되는 현안도 광범위해 밝혀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았다. 수사 과정에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새로 불거졌다.

그 밖에 코바나컨텐츠 관련 전시회에 기업들이 협찬을 제공했다는 의혹,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도 아직 수사가 본격화하지 않았다.

집사게이트 의혹도 특검팀이 규명해야 할 주요 과제다.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출국한 뒤 특검팀의 수사를 피해 온 김예성씨가 12일 전격 입국해 체포됨에 따라 수사가 급물살을 탈지 주목된다.

집사로 불릴 정도로 김 여사 일가의 자금 흐름과 재산 축적 과정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특검팀에서 내놓을 진술에 이목이 쏠린다.

이른바 ‘경제공동체’로 묶이는 윤 전 대통령과의 공범 관계를 규명하는 것도 풀어야 할 숙제다.

김 여사는 민간인이지만 수사 상황에 따라 국가수반의 자리에 있던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권력형 범죄의 공범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김 여사 자체가 뇌물죄의 주체는 될 수 없다. 뇌물죄는 일정 신분이 있는 사람만이 정범이 될 수 있는 ‘신분범’ 범죄다. 따라서 현재 김 여사의 경우 공무원의 직무에 관해 일반인이 알선하고 금품을 받은 경우 처벌되는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된 상태다.

아울러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윤 전 대통령이 특검팀 조사를 완강히 거부하며 두문불출하는 것은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 특검팀으로서는 그만큼 혐의 입증을 위한 물증·진술 확보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배경에서 최장 20일간의 김 여사 구속기간이 특검팀 수사에 중대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6일 첫 대면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 김 여사가 구속 후 다른 진술을 내놓을지도 관심이다.

특검팀은 조만간 구속된 김 여사를 불러 여러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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