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주년 독립기념일 앞두고 ‘日 해적 깃발’ 열풍… “국가 상징 존중해야”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등장하는 '밀짚모자 해적단' 깃발과 적백기 Bendera One Piece Jelang HUT ke-80 RI

제80주년 인도네시아 독립기념일(8월 17일)을 앞두고 전국적으로 이색적인 깃발 게양 열풍이 일면서 정부와 사회 각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등장하는 ‘밀짚모자 해적단’의 깃발이 인도네시아 국기인 ‘메라 푸티(Merah Putih)’와 함께 내걸리는 현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SNS에는 집 기둥이나 개인 차량 등에 밀짚모자를 쓴 해골 모양의 ‘원피스’ 깃발을 게양한 인증 사진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인도네시아 국기 아래 해당 깃발을 나란히 걸어두기도 한다.

이 현상을 두고 온라인에서는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현재 인도네시아의 사회·정치 상황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로 해석한다.

작품 속 해적단이 불의에 맞서는 상징으로 그려지는 만큼,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한 저항의 표현이라는 시각이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독립기념일을 앞둔 시민들의 창의적 표현이자 유희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처럼 이례적인 현상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자 정부 부처와 정치권에서도 다양한 반응을 내놓으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 정부, “국기 존엄 훼손 우려…법적 조치 가능” 강경 입장

부디 구나완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은 이번 현상을 국가 상징인 ‘메라 푸티’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로 규정하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지난 1일, “위대한 국가는 역사를 존중해야 한다. 국가의 투쟁과 무관한 상징을 이용한 도발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디 장관은 “시민의 창의적 표현은 존중하지만, 국가 상징을 모독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국기 아래 다른 상징물을 게양하는 것은 ‘2009년 국기·언어·국가상징에 관한 법률 제24호’를 위반하는 행위이며, 위반 시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나탈리우스 피가이 인권부 장관 역시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메라 푸티’와 ‘원피스’ 깃발을 나란히 게양하는 행위가 국가 통합을 저해할 경우 반역죄로 간주될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피가이 장관은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지만 국가 안보와 통합이라는 더 큰 가치 앞에서는 제한될 수 있다”며, “이는 국제인권법에 부합하는 합법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 정치권, “과도한 해석 경계…국론 분열 노림수” 신중론

반면, 정치권에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수프미 다스코 아흐맛 국회 부의장은 ‘원피스’ 깃발 게양을 반정부 행위로 몰아가는 과도한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만화는 수십 년간 젊은 세대와 함께해 온 문화 콘텐츠”라며 “이를 분리주의나 반역의 상징으로 낙인찍는 것은 오해를 낳고 사회를 분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스코 부의장은 “국내외에서 의도적으로 국론 분열을 조장하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감지된다”며 “인도네시아의 발전을 원치 않는 세력이 문화적 현상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흐맛 무자니 국민평의회(MPR) 의장은 이번 현상을 “젊은 세대의 창의성이 발현된 것”이라며 “표현 방식은 다를지라도 그들의 마음속에는 ‘메라 푸티’ 정신이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한편, 비마 아리아 수기아르토 내무부 차관은 “헌법에 위배되거나 금지된 단체의 상징이 아닌 한, 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그는 “독립기념일의 주인공은 오직 ‘메라 푸티’뿐이며, 우리를 하나로 묶는 상징 역시 국기”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독립기념일 기간 동안 ‘메라 푸티’를 의무적으로 게양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며, 시민들의 창의적 표현이 국가 상징의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존중과 균형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가상의 상징을 둘러싼 이번 논란이 독립의 의미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지, 혹은 세대 간 갈등의 불씨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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