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수마트라 줄무늬 토끼’, 카메라에 포착

'수마트라 줄무늬 토끼(Nesolagus netscheri)'

파당 주립대(UNP) 연구팀, 서수마트라 보호림서 희귀종 존재 첫 공식 확인
서식지 파괴·밀렵 위협 속, 체계적 보존 전략 수립에 청신호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동물 중 하나로, 사실상 멸종된 것으로 여겨졌던 ‘수마트라 줄무늬 토끼(Nesolagus netscheri)’가 서수마트라의 깊은 산림에서 살아있는 모습으로 포착됐다.

이번 발견은 해당 종의 자연 서식지에서 촬영된 최초의 공식 영상 기록으로, 인도네시아 고유종 보존 노력에 역사적인 이정표로 평가된다.

파당 주립대학교(UNP) 연구팀은 10일 언론 발표를 통해, 서수마트라주 탄디캇산(Mount Tandikat) 보호 지역에 설치한 무인 카메라 트랩으로 수마트라 줄무늬 토끼의 존재를 공식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UNP 수마트라 생물다양성 연구 그룹이 2024년 7월부터 진행해 온 장기 연구 프로젝트의 결실이다.

연구팀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보호 지역 내에 다수의 카메라를 설치했으며, 마침내 올해 중반 희귀 토끼의 모습을 영상에 담는 데 성공했다.

연구를 이끈 산디 프란시스코 프라타마 팀장은 “수마트라 줄무늬 토끼는 야행성이면서 극도로 예민해 관찰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며 “이번 기록은 해당 종이 여전히 야생에 존재한다는 명백하고 중요한 증거”라고 발견의 의의를 설명했다.

수마트라 줄무늬 토끼는 개체 수와 생태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 1996년부터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정보 부족(Data Deficient)’ 등급으로 분류되어 왔다.

주로 해발 600~1,600미터의 고산 지대 숲에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될 뿐, 정확한 개체 수 파악은 전무한 실정이었다.

전문가들은 농경지 개간과 주거지 확장에 따른 서식지 파괴, 무분별한 사냥 등이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지적해왔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을 계기로 본격적인 보존 활동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먼저 지역 사회의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산디 팀장은 “대중의 무관심이 보존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지역 주민들이 희귀종 보호의 최전선에 설 수 있도록 이들의 역할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UNP는 서수마트라 천연자원보호국(BKSDA)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지방 정부와 환경단체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기록은 시작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촬영된 개체의 성별이나 정확한 개체 수를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앞으로 이들의 생물학적 특성, 행동 양식, 분포 범위 등을 규명하기 위한 심층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체계적인 보존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산디 팀장은 “충분한 정보 없이는 효과적인 보호 대책을 세울 수 없다”면서 “이번 발견을 발판 삼아 이 귀중한 생명 자원을 지키기 위한 연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우리 주변의 작은 환경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나가는 것이 곧 수마트라 전체의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길”이라며 사회 전체의 동참을 호소했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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