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원의 신한 위클리 포커스
1. 이슬람 금융, Syariah 란?
‘이슬람금융’ 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으면 ‘중동 산유국의 돈줄’ 정도의 느낌을 갖고 계신 분들이 많은 듯 합니다. 그만큼 우리에게 아직 익숙지 않은 단어 입니다. 그러나, ‘이슬람금융’을 취급하는 이슬람은행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슬람 금융이란 이슬람 율법인 Syariah(샤리아)를 준수하는 금융 거래를 종합해서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일반적인 ‘금융’이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용, 리스 등의 금융산업을 포괄하는 개념이듯 ‘이슬람금융’도 모든 일반적인 금융 영역을 포함하지만 운영 방식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 기준에 따라야 합니다. 그래서, 이슬람 금융은 일반적인 금융을 이슬람 율법에 맞춰 복제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이슬람 금융은 증권이나 보험보다는 은행부문에서 먼저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작은 중동 이슬람 산유국들이 석유 수출을 통해 부를 축적하기 시작한 1960~1970년대부터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먼저 이슬람금융이 일반 금융과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이슬람의 성문법인 샤리아에 의해 아랍어로 ‘리바’라고 불리는 이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코란에서 이자수취는 금기사항에 해당되며 이는 심지어 간통보다 36배나 나쁜 것으로 간주 됩니다. 이슬람 금융의 핵심은 이자를 금지하는 샤리아 율법의 준수와 이자개념을 상품에 녹이는 두 가지 입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이슬람 금융은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만 투자활동이 가능하며 이슬람 율법학자들로 구성된 ‘샤리아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아야만 해당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서 뉴스를 통해 들어보신 적이 있는 Sukuk(수크크)는 이러한 절차를 거쳐 이슬람국가 들이 발행하는 국채로, 이슬람 율법을 따른 샤리아 금융 상품의 좋은 예입니다.
2. Syariah 율법의 세가지 핵심사항
조금 자세히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슬람 금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슬람 율법에서 인식하는 ①돈의 속성과 ②실물 경제와의 관계 그리고, ③금융 거래 윤리라는 세 가지 개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돈의 속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슬람율법에서 돈은 교환의 매개일 뿐, 거래될 수 있는 상품이 아닙니다. 일반적인 금융시스템에서는 ‘이자’의 개념을 기회비용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이슬람금융에서는 ‘이자’는 ‘자본을 통한 노동착취’라고 생각하며, 죄악시 합니다. 일반금융시스템에서 돈은 매매가 자유로운 상품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금융기관은 돈의 매매 형태를 다양하게 하여, 무형 자산인 파생상품을 만들고 거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샤리아에서 돈은 단지, 가치의 교환과 측정을 위한 매개체로의 역할만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돈 그 자체에 대한 이자를 받거나, 돈을 상품화 하여 유통하는 것은 금지됩니다.
둘째, 실물 경제와의 관계를 살펴보겠습니다. 이슬람금융에서 모든 금융거래는 실물 경제와 연관되어야 합니다. 즉, 모든 이슬람금융상품은, ‘빌딩임대수익’, ‘자동차대여료’, ‘고속도로 통행료수입’ 등 실물 유형자산에 기반한 수익이 뒷받침되어야만 합니다. 이러한 실물자산으로부터의 수익이 이슬람금융 예금자들이 받게되는 수익 원천이 됩니다. 이로 인해, 이슬람 금융은, ‘투자시 실물을 구입하고’ ‘투자금 회수시 실물을 매도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이라면, 이러한 실물자산의 매입매도시 취득세와 양도세라는 세금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러한 실물거래에 대한 세금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슬람금융 수익률은 일반적인 금융상품 보다 낮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세계금융위기 이후, 한국에서는 외화자금 조달창구를 다변화하고, 중동 석유자본 유치를 목적으로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 발행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양도세 취등록세 면제에 대해 국회차원에서 논의가 있었으나, 형평성 등 여러 이슈로 인해 끝내 법안 상정이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셋째, 금융거래 윤리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슬람금융에서 모든 금융거래는 사회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율법이 있습니다. 따라서, 이슬람 금융은 도박, 술, 마약, 무기 등과 관련된 산업에 투자될 수 없습니다. 이에 더해 상대적으로 약자인 사회 구성원들을 위한 일정 기여를 해야만 샤리아 금융 위원회로부터 상품승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이슬람 금융은 친환경, 사회적 기여, 투명한 지배구조 분야에서 기업성과와 더불어 사회책임투자를 주장하는 선진국의 최근 기업윤리와도 비슷해 보이는 듯 합니다.
사실, 글로벌 경제에서 이슬람 금융이 주목 받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부터 입니다.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전세계로 퍼져나갔고 그 영향에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당시 문제는 실질적 자산 없이, 여러 차례 복제된 투기적 성향의 파생상품 때문이었죠. 이후 세계금융위기로 타격을 받았던 국가들은 이를 계기로 안정적인 금융기법 추구 및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점검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으며 이때 부각된 것이 이슬람금융이었습니다. 실체 없는 금전의 증식을 인정하지 않은 채 수익성보다는 도덕적·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이슬람금융의 근본 원리와 함께 전세계 18억에 이르는 무슬림들에 의한 잠재적 성장 가능성에 때문에 이슬람금융은 본격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사우디와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주요 9개국의 이슬람 은행 자산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연평균 16%의 성장을 보이며 2014년 기준 9천억달러에 육박하게 됩니다. 이는 같은 기간 전통적 은행 성장률의 세 배가 넘는 성장률이었으며, 2020년까지 연평균 자산증가율은 14%가 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블룸버그에 따르면 전체 이슬람 금융산업 규모는 현재 약 2조 달러인데, 이슬람금융이 아닌, 일반 금융시장에 존재하는 이슬람교도의 자산 규모가 10조 달러에 달하는 점을 감안 할 때 그 성장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분석하였습니다.
3. 인도네시아의 이슬람 금융 현황
인구 2억6천만명 중 87%가 이슬람 신자임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는, 말레이시아보다 10여년이 늦은 1991년에야 비로서 은행법 개정을 통해 이슬람은행인 BMI(Bank Muamalat Indonesia)를 처음 설립하였습니다. 시작이 늦은 만큼, 이슬람금융 주도권을 말레이시아에게 내주고 맙니다.
이후 이슬람금융을 발전시키기 위한 지원책을 꾸준히 제시한 인도네시아 정부는 2008년에 들어서는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이슬람 금융의 마켓메이커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슬람은행 발전을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슬람금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제시해 왔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퇴직연금까지 샤리아 금융을 허용할 뜻을 내비치게 됩니다.
BI자료에 따르면 2015년 상반기 기준, 인도네시아에는 BMI와 같은 이슬람금융 전용 은행 12개, 만디리샤리아와 같은 일반은행 이슬람금융 사업부 22개, 그리고 100여개 ‘이슬람 지방은행’이 존재합니다.
영업점 기준으로는 모두 합쳐 2,800여개이며, 관련 종업원수는 4만 7천명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도네시아 샤리아 뱅크들의 전체 자산 규모는 272조 루피아에 그쳐 말레이시아의 10분에 1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말레이시아는 수쿠크 채권을 2002년도에 처음으로 발행한 후 10여년만에 세계 최대 규모의 발행국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말레이시아는 이슬람금융 발전 정도 및 그 상품의 이용도에 있어서 가장 앞서 있습니다. 반면 인도네시아의 경우 금융발전 정도가 아직 본격 궤도에 오르지 못한데다 국민들의 일반적 금융이용 수준도 낮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10%를 조금 웃도는 이슬람금융상품 시장점유율을 2020년까지 20% 정도까지 확대시킬 계획이며 대규모 프로젝트성 금융 외에도 일반 소매금융소비자들에게까지 이슬람 금융 적용 확대를 위해 노력 중입니다.
4. 한국과 이슬람 금융
한국내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이슬람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이슬람채권 발행에 필요한 세법 개정을 추진하였으나 2011년 추진 과정 중 이슬람금융은 물론 이슬람문화에 익숙치 않은 국민정서를 이유로 국회에서 추진이 무산된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도 이슬람에 대한 반감이 있어서 가까운 시일 내에 이슬람 채권이 발행되거나, 이슬람금융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이 등장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5. 이슬람 금융에 대한 향후 전망
최근 이슬람 금융상품은 수쿠크로 대표되는 자본시장 상품 범주를 벗어나 무역금융, 자산투자업, 단기금융시장, 리츠 등 모든 금융분야로 확산되고 있으며 무슬림뿐 아니라 비무슬림들도 참여하는 등 저변이 빠른 속도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향후 국제금융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이슬람금융의 장점이 더욱 부각될 수 있고 이슬람금융기법에 대한 관심과 이를 도입하는 국가 및 지역이 확대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슬람의 가치는 종교로서의 이슬람과 삶으로서의 이슬람이 분리되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슬람금융은 이슬람의 가치를 종교적 뿐만아니라 삶의 모든 분야에 적용하자는 이슬람 경제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슬람금융은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경제체제와는 구별되는 제 3지대 대안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많은 이슬람금융 관련 학자들은 이런 점에서 이슬람금융이 서구 자본주의 금융의 병폐를 해결할 수 있는 치유책이라고 보며 큰 자부심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이슬람금융이 더 정의롭고 윤리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인 것입니다. 만일 이슬람금융이 자본주의 경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이슬람사회에 큰 의미가 될 것이며 세계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에는 장애물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슬람금융이 결국 자본주의 논리에 함몰돼 기존금융상품과 똑같이 동조화되고 있다는 비판과 우려가 있습니다.
이슬람가치를 구현하겠다는 당초의 목표는 사라지고 샤리아에 위배되는 요소를 피해 만들기 쉬운 금융상품을 만들어가는 것이 현재 이슬람금융의 현실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이슬람금융이 세계적인 관심을 끌게 되고, 비 무슬림들과 다국적 금융회사들이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이슬람금융 관행이 점점 비이슬람적으로 변질되어 가는 것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지요. 결국 이슬람금융이 세계경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지의 여부는 얼마나 일반금융 체계와는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환율 소식>
루피아화 환율은 12월 1일, 미 달러당 13,540루피아로 전주 대비 15 루피아 하락 마감하였습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화 강세 흐름이 약화 되는 등, 대외 위험요인은 상당히 완화되었으나, 인도네시아 경제 펀더맨털에 대한 의구심 및 대규모 이슬람 시위 예상 등, 대내 불안요인으로 인해 루피아 환율은 금주 등락을 거듭하였습니다.
또한 OPEC 감산합의에 대한 기대감과 불안감 역시, 루피아환율 급등락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루피아 환율은 달러화 안정 등 대외변수가 안정되더라도, 당분간 국내 정치·경제적 요인에 따라, 불안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원화 환율은 전주 대비 13원 하락한 달러당 1,168원으로 마감하였습니다.
이번 주 원화환율은 달러-엔 환율 및 달러-위안화 환율의 안정 등, 국제외환시장의 달러강세 완화 흐름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금주 서울 외환시장은 1180원 이상 구간에서는 차익실현을 위한 달러매도 물량이 지속적으로 출회되어 환율의 추가적인 상승을 억제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월말을 앞두고 수출네고자금의 꾸준한 유입으로 원화환율은 하락 안정화 되었습니다.
다만, 11월말일 월말 수입결제자금 수요로 인해 일시적으로 환율이 상승 반전되었으나, 차익실현을 위해 대기중이던 자금이 외환시장에 다시 유입되며 원달러 환율은 다시 하락 안정되었습니다. 100 루피아 당 원화는 12월 1일 8.62원으로 전주 대비 0.09원 하락하며, 루피아 대비 원화의 상대적 강세를 반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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