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소매업계 줄폐업 현실, 정부는 성장 모멘텀 마련에 고심

최근 인도네시아 내 현대식 소매업체들이 잇따라 문을 닫는 가운데, 부디 산토소 무역부 장관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을 명확히 진단하며 변화하는 시장 패러다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밝혔다.

지난 6월 4일 무역부 브리핑 현장에서 부디 장관은 인도네시아 쇼핑센터 관리자 협회(APPBI)와의 심도 있는 논의 결과를 토대로 △소비자 경험과 유통 여정의 변화 △구매 패턴의 급격한 전환 △엔터테인먼트 요인 부족 등 세 가지 주요 원인을 공식적으로 제시했다.

1. 단순 판매에서 ‘경험 중심’ 소비로…소매업 트렌드의 급변

부디 장관은 특히 현대식 소매업체들이 제품·서비스의 기본 제공에만 치중해 차별화된 고객 경험이나 매장 내 특별한 소비 여정을 창출하지 못한 점을 심각한 문제로 지적했다. APPBI와의 논의를 인용하며 “현대식 소매업체가 중소기업(UMKM, Usaha Mikro, Kecil, Menengah)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밀리는 첫 번째 이유가 바로 이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과거에는 대형 매장에 방문해 한꺼번에 다량의 생필품을 장만하던 소비자가 이제는 소매점 방문의 목적이 단순 쇼핑을 넘어 오락, 소셜라이징 등 다양한 경험까지 아우르는 방식으로 변했다”고 분석하며, “제품 지향적 공간에서 체험 지향적 공간으로 소비 트렌드가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 대량구매에서 일상 소량구매로…‘와룽’ 등에 수요 집중

소비자 구매 패턴 역시 큰 변화를 맞고 있다. 부디 장관은 “이제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은 매일 필요한 만큼, 가까운 거리의 소매점에서 필요한 물품만을 사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한 달 치를 미리 대량 구매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은 동네 구멍가게(와룽, warung) 이용 빈도도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과거에는 쇼핑몰 대형 마트에서 일괄 구매했다면, 이제는 집 근처 소규모 소매점에서 하루 이틀치만 소량 구매하는 형태로 소비패턴이 이동했다. 이는 결국 현대식 대형 소매업체들의 매출 하락과 폐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3. 쇼핑몰·백화점, 오락성(엔터테인먼트) 부재 시 도태 불가피

세 번째 원인으로는 쇼핑몰이나 백화점이 충분한 엔터테인먼트와 휴식 공간을 갖추지 못할 경우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점이 지적됐다.

부디 장관은 “(소비자가) 단순히 물건만 사는 공간이 아니라, 식사, 휴식, 만남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의 접점을 제공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 요구되고 있는데, 이를 간과한 곳들은 필연적으로 방문객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편리하게 쉴 수 있는 공간(농끄롱, nongkrong)이나 다양한 만남의 장이 부족하다면, 자연스레 쇼핑센터와 백화점 방문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소매업계가 끊임없이 소비자 니즈를 세밀하게 읽고 신속히 대응해야 할 때”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부 대책 및 업계 전망: 규제 개선, 디지털 전환 지원 본격화

무역부, 산업계, 그리고 소매업계가 모두 엄중한 도전에 직면했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긍정적 성장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셉토 수프리야트노 무역부 무역 사업 개발 국장은 “건전한 산업 생태계와 정부-기업 간 긴밀한 소통, 그리고 신속한 규제 정비가 이뤄질 경우 소매산업의 완만한 플러스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무역부는 기존 오프라인 유통체계와 함께 전자상거래 시스템(PSME, Perdagangan Melalui Sistem Elektronik) 관련 규제 전반을 재검토하고, 불합리하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조항은 적극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또한 소매 사업자가 디지털 전환과 온·오프라인 융복합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책도 지속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소매업계, 구조조정과 전환 ‘몸살’…대형 업체들도 예외 없어

최근 몇 년 사이 인도네시아 내 오프라인 대형 소매업체들의 연쇄 폐점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알파마트를 운영하는 알파리아 트리자야(AMRT) 역시 2024년 한 해 동안 400개 이상의 매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기업은 구조조정과 동시에 신규 매장 출점에도 속도를 내는 등 지역과 시장 규모에 따라 과감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최근 한국계 GS슈퍼마켓, 룰루 하이퍼마켓 등도 대규모 폐점을 단행했다. GS슈퍼마켓의 경우, 전략적 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일부 매장이 다른 소매업체에 인수될 예정이며, 해당 지점들은 향후 새로운 브랜드로 계속 운영될 전망이다.

변화하는 소비문화를 읽는 ‘혁신’만이 생존의 열쇠

업계 전문가는 “인도네시아 소매업이 부활의 기회를 잡으려면 단순 판매를 넘어 차별화된 경험, 문화, 디지털 혁신 등 종합적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함께 시행착오와 혁신을 거듭하는 지금이 향후 시장 판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인도네시아 소매업계의 생존과 성장은 소비자 경험 혁신, 구매 패턴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 그리고 엔터테인먼트 요소 강화를 통한 복합적 경쟁력 구축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정부의 규제 및 정책 개선과 업계의 자발적 변화 노력이 어떤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기사가 정보에 도움이 되셨는지요? 기사는 독자 원고료로 만듭니다. 24시간 취재하는 10여 기자에게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 인도네시아 BCA 0657099868 CHONG SUN * 한국 계좌번호 문의 카톡 아이디 haninpost

*기사이용 저작권 계약 문의 : 카톡 아이디 hanin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