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율 통계, 세계은행과 인도네시아 통계청 집계차 ‘왜?’

2024년 현재 인도네시아의 빈곤율과 그 해석을 둘러싼 국제사회와 국내 통계 기관 간의 시각차가 주목받고 있다.

세계은행(World Bank)과 인도네시아 통계청(Badan Pusat Statistik, 이하 BPS)이 발표한 올해 빈곤율 수치가 큰 차이를 보여 이에 대한 관심과 다양한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 세계은행 “인도네시아 인구 60.3%, 글로벌 빈곤선 이하”

세계은행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전체 인구의 60.3%에 해당하는 약 1억 7,180만 명이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상위 소득국(UMIC) 기준 글로벌 빈곤선인 1인당 하루 6.85달러(구매력 평가, PPP 기준)를 적용했을 때, 이 선 이하로 생활하는 인구 비중이 이만큼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현지 시장환율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구매력 평가 환율을 적용해 산출되며, 2024년 기준 1달러 PPP는 인도네시아 화폐로 5,993.03루피아에 해당한다.

세계은행의 이번 집계 방식은 국제적으로 통일된 빈곤선 기준을 적용해, 국가별 소득수준과 물가 차이를 감안하여 국제 비교와 글로벌 빈곤퇴치의 진전 여부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둔다.

즉, 60.3%라는 수치는 인도네시아만의 특수한 경제적 현실을 반영하기보다는, 동급 37개국 UMIC의 중위소득선을 바탕으로 글로벌 맥락에서 인도네시아의 위치를 조망하기 위한 것이다.

– BPS “실제 빈곤율은 8.57%… 국민 기본욕구 충족 기준 집계”

반면 인도네시아 통계청(BPS)이 같은 해 9월 전국 76,31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사회경제조사(Susenas)’를 기반으로 산출한 빈곤율은 8.57%, 즉 약 2,406만 명이다. BPS는 ‘기본적 필요 비용(Cost of Basic Needs, CBN)’ 접근법을 도입해, 식량, 주거, 교육, 보건, 의류, 교통 등 삶에 필수적인 소비 항목을 최소한으로 충족할 경우의 소득 기준을 산정한다.

구체적으로 2024년 기준 1인당 월 빈곤선은 595,242루피아이며, 빈곤 가구의 평균 규모(4.71명)를 감안할 때 가구당 월 2,803,590루피아가 전국 단위의 빈곤선으로 설정된다.

BPS의 CBN 방식은 국민의 실제 소비 패턴, 특히 1일 최소 2,100킬로칼로리의 식품 섭취를 기준으로 하여 각 가구의 생계 실태를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하려 한다.

특기할 점은 지역별 차이의 반영이다. 수도 자카르타의 경우 가구당 빈곤선이 4,238,886루피아로 나타났으나, 동부 누사뜽가라티무르(NTT)는 3,102,215루피아, 남부 람풍은 2,821,375루피아로 집계되었다. 이는 지역별 물가 수준, 소비 행태, 생활 기준의 차이를 고려한 결과다.

– 서로 다른 ‘빈곤’의 정의와 수치

이처럼 두 기관은 “서로 다른 목적과 측정방식으로 상이한 수치가 산출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세계은행의 국제 빈곤선은 국가 간 비교와 글로벌 빈곤퇴치 정책의 기초를 위한 것이며, BPS의 빈곤선은 인도네시아 국민의 실질적 생활 실태와 기초적 욕구 충족 가능성을 반영해 정책 수립에 초점을 맞춘다.

BPS 측은 “빈곤선은 평균적인 생계 기준이므로, 개인별 연령이나 직업, 특수 조건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집계는 가구 단위로 실시되는데, 이는 소비와 지출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가구 내에서 서로 다른 연령대, 즉 아버지와 신생아의 소비 특성을 단순히 1인당 평균으로 환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BPS는 “빈곤선을 기준치 이상이라 하여 모두 ‘풍요로운 삶’을 누린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사회에는 ‘빈곤층’(8.57%)과는 별개로 ‘빈곤 취약층’(24.42%, 6,851만 명), ‘중산층 진입 단계’(49.29%, 1억 3,831만 명), 정규 ‘중산층’(17.25%), ‘상위 계층’(0.46%, 129만 명)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 데이터 해석, 신중함 요구

양 기관 모두 최근의 빈곤율 논란에 대해 “실질적 사회 현실의 괴리로 인한 수치 차이가 아니며, 분석 목적과 방법론의 차이에서 비롯된 현상”임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데이터 해석 시 각 통계의 배경과 적용 목적, 측정 방법 등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BPS는 “두 수치 모두 인도네시아 사회 사정을 반영한 주요 지표인 만큼,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용도와 의미에 맞게 해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번 통계 이슈를 통해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다수의 개발도상국에서 빈곤의 정의 자체가 현지 경제 구조, 물가, 소비 행태, 정책 목표 등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국가별 상황을 세밀하게 반영하면서도, 국제 비교가 가능한 일관된 통계적 해법 모색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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