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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인도네시아산 제품에 32%의 상호 수입관세를 부과함에 따라 인도네시아 수출 산업 전반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인도네시아가 미국산 에탄올 등 제품에 3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해온 데 대한 보복으로, 백악관은 인도네시아의 복잡한 수입 허가 절차와 현지 부품 조달 요건(TKDN) 정책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의 대미 무역 흑자는 크게 증가해 2024년 193억 달러로 전년(140억 1천만 달러) 대비 확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는 미국의 무역적자 대상국 15위에 머물러 있어, 미국의 무역정책 변화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여러 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네시아 수출산업 ‘직격탄’을 맞고 있는 6대 업종 분석해 본다.
■ 의류 및 섬유 업종(HS 코드 61-62)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은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의류 및 섬유 산업이 글로벌 경기 위축과 고임금에 이어서 트럼프 환율은 가장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도네시아 섬유 봉제산업을 세계 5위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었다. 4차 산업혁명에 적응하는 로드맵에서 섬유,봉제 산업을 최우선 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는 빛을 잃고 있다.
2024년 현재 인도네시아 의류 수출의 61.4%, 신발 수출의 33.8%가 미국 시장을 향하고 있다.
봉제기업인협회(IPKB) 난디 헤르디아만 회장은 “회원사 대분이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며, “32%의 고율 관세가 더해진다면 생산비 부담이 더욱 가중돼, 중소기업의 경우 수출이 감소하거나 중단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중앙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인도네시아의 미국 의류 수출은 43억 달러, 2024년에는 45억 달러로 증가했다. 그러나 이번 관세 인상으로 수출 물량은 큰 폭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미 인도네시아 섬유·의류 산업은 저가 중국산 제품의 공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난디 회장은 “관세 인상으로 미국 수출이 줄면 국내 시장에만 의존하게 되어 산업 기반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중국 등 타국의 수출품이 인도네시아로 유입될 경우 자국 업계 경쟁력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인도네시아 국내 의류 기업의 파산과 해고 사례가 늘고 있어, 정부의 긴급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은 의류·섬유 등 전통적인 수출 주력 산업뿐 아니라, 대미 수출에 의존하는 모든 산업군에 심각한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 장벽이 장기화될 경우 인도네시아 제조업과 고용시장, 그리고 사회 전반에 미치는 부정적 파장이 클 것이므로, 정부가 선제적 보호정책을 마련해 산업과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신발 산업(HS 64), 미국 시장 의존도 높아

인도네시아 신발 산업(HS 64)은 전통적으로 미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여 왔다. 인도네시아 신발협회(Aprisindo)에 따르면, 미국은 인도네시아 신발 수출의 최대 시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대미 수출액은 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2020년 미국으로의 신발 수출액은 13억 달러였으나, 2021년에는 21억 달러로 61.5% 성장했고, 2022년에는 26억 달러로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전년 대비 26% 감소한 19억 달러로 급락하며, 미국 시장 내 수요 부진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관세 정책 변화 등이 실적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하락세는 2024년에 다시 반등해 약 24% 증가한 23억 달러를 기록하며 신속한 회복세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미국 시장에 지나치게 치우친 산업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글로벌 밸류체인 재편과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는 인도네시아 신발 업계에 불확실성을 안겨주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이외의 대체 시장 개척 필요성이 점점 강조되고 있다.
에디 위드자나르코 Aprisindo 회장은 “베트남과 방글라데시 등 경쟁국들은 이미 유럽연합과 자유무역 또는 경제동반자협정(FTA/CEPA)을 체결해 미국 이외 시장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우리 역시 인도네시아-유럽연합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IEU-CEPA)을 조만간 체결해, 트럼프 행정부 이후 잇따른 관세정책 강화에 대응하고, 유럽시장 진출 확대와 관세 인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고무 산업(HS 40), 관세정책 변동에 취약

한편, 인도네시아의 또 다른 주요 산업인 고무 산업(HS 40) 역시 미국 시장이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수출 측면에서 전략적 위기를 내포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 고무기업협회(Gapkindo)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으로의 천연고무 등 고무제품 수출액은 16억 3천만 달러에 달했다. 2024년에는 전년 대비 약 3% 성장한 16억 8천만 달러로 추산된다.
특히 미국은 일본에 이어 북수마트라 지역 고무 수출의 두 번째로 큰 단일 국가 시장이다. 2024년 기준 미국향 수출 점유율은 20.11%에 달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단일 국가로서는 매우 높은 수치다.
에디 이르완샤 Gapkindo 북수마트라 사무국장은 “미국으로의 수출 점유율이 20.11%에 달하는 만큼,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는 수출량 감소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며 “특히 최근 미국의 균형무역 및 인플레이션 대응 정책 등으로 인해 인도네시아 고무 산업은 중대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기계 및 전기 장비 산업 (HS 85)

인도네시아 전기 설비 생산자 협회(APPI)는 미국이 인도네시아 전기 제품에 32%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함에 따라, 자국 전기 장비 산업의 수출 경쟁력과 국내 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요하네스 P. 위자야 APPI 회장은 지난 4월 5일(토) 서면 성명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전기 설비 제품은 품질 면에서 이미 국제 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다”며,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치상으로 보면, 2024년 HS 85 품목(기계 및 전기 장비) 수출액은 41억 8천만 달러로, 전년도 34억 5천만 달러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전력 변압기, 배전 변압기, 중전압 및 저전압 전기 패널, 전력 계량기(kWh 미터) 등 주요 제품들이 미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가로 수출 기회를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미국의 수입 관세 인상 정책(BMI)은 인도네시아산 완제품의 수출을 제한하는 동시에, 역으로 완제품 수입품의 국내 시장 유입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
요하네스 회장은 “인도네시아 국내 시장은 이차 시장으로서 규모가 크고 소비력이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BMI 정책이 시행될 경우,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과 협회는 미국 BMI 정책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국내 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수입 제품에 대한 통제 강화와 국내 생산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기 장비 및 기계류 산업이 전략적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세제 지원, 인프라 개선, 기술 혁신 촉진 등 다양한 대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가구 산업 (HS 94)

최근 인도네시아 가구 및 공예품 협회(Asmindo)는 미국의 수입관세 정책 변화가 인도네시아 가구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Asmindo 회장 데디 로치맛(Dedy Rochimat)은 “미국은 인도네시아 가구의 최대 수출시장 중 하나로, 전체 가구 수출액 22억 달러 중 60%가 미국으로 수출된다”며 시장 변동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데디 회장은 만약 미국이 보호무역적 수입관세를 강화할 경우, 인도네시아 가구산업의 생산 가동률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노동집약적 산업인 가구 제조업에서 인력 조정이나 감원이 불가피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인도네시아 통계청(BPS)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인도네시아의 대미 가구 수출액은 회복세를 보였으나, 최근 글로벌 수요 감소와 대외 무역정책 변화로 다시 하락세로 전환됐다.
2021년 12억 8천만 달러였던 대미 수출액은 2022년 17억 3천만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에는 13억 달러로 줄었다. 2024년에는 소폭 회복해 14억 3천만 달러가 예상된다.
이 같은 변동성 속에서 데디 회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수입관세 정책은 인도네시아 가구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가구업체의 경쟁력 강화, 시장 다변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어려운 대외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가구업계가 생산 효율화, 품질 향상, 신시장 개척 등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정부 차원의 외교적 대응과 무역 정책 조정 역시 산업의 지속적 성장에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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