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미 무역 흑자는 168억 4천만 달러…미국산 구매 확대
인도네시아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균형을 맞추고 잠재적인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산 에너지 자원의 수입을 대폭 확대할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에서 거론되었던 고율 관세 압박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CNN 인도네시아와 데틱 등 현지 유력 언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에너지광물자원부(ESDM)의 바릴 라하달리아 장관은 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가 미국산 에너지 자원 구매를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바릴 장관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으로부터 미국과의 무역 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일환으로 미국으로부터 추가 에너지 자원을 구매할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대통령 지시에 따라 실행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무역 불균형 해소와 관세 대응 목적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인도네시아와 미국 간 무역 수지의 불균형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최근 몇 년간 미국과의 무역에서 꾸준한 흑자를 기록하며 대미 수출 초과로 인한 경제적 이점을 누려왔다.
인도네시아 통계청(BPS)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인도네시아의 대미 무역 흑자는 168억 4천만 달러(한화 약 22조 6천억 원)에 이르렀으며, 2025년 올해 2월까지도 약 31억 3천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지속적인 무역 흑자는 트럼프 행정부에서 인도네시아 제품에 고율 관세(최대 32%)를 부과하려는 논의를 촉발시킨 주요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특히 인도네시아산 섬유류, 신발류, 전자 제품 등의 주요 수출 품목에 부담을 줌으로써 경제적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선제적으로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확대해 무역 불균형을 최소화하고, 동시에 관세 압박에 대한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자 본 계획을 추진하게 되었다.
LPG와 원유 수입 확대 선언
특히 이번 조치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미국산 액화석유가스(LPG) 및 원유의 수입 확대이다. 바릴 장관은 인도네시아가 이미 전체 LPG 수입의 54%를 미국으로부터 의존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이 비율을 더욱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 기존 공급처로부터의 수입을 즉각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수입 물량을 조정함으로써 미국산 비율을 늘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릴 장관은 미국산 LPG가 중동산 제품 대비 경쟁력 있는 가격대로 제공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운송 거리나 물류 비용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가격 면에서 충분한 이점이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는 인도네시아 내 LPG 수급 안정화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경제적 긴장 완화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현재 미국산 원유의 수입 점유율이 약 4%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를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도 발표되었다.
다만 액화천연가스(LNG)와 관련된 추가 수입 확대 여부는 경제조정부의 관할 사안으로 판단되고 있다고 바릴 장관은 언급하며 말을 아꼈다.
“선택적 수입 다변화”…국가 재정 부담 최소화
아일랑가 하르타르토 인도네시아 경제조정장관은 이번 에너지 수입 확대 조치에 대해 “단순히 전체 물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존 수입원을 다변화하고, 공급선 의존도를 분산시키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국가 예산(APBN)에 부담을 가중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기존 수입 물량 내에서 균형을 재조정하는 접근법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경제적 효율성과 외교적 압박 해소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한 정책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장기적 산업 전략과 관세 대책
바릴 장관은 미국의 관세 관련 동향을 세계 경제 흐름의 일부분으로 보면서, 이를 오히려 인도네시아 산업 발전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인도네시아가 단순한 자원 수출국에서 벗어나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제조업 중심의 경제로 변화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며, “에너지 산업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국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무역 외교 전략으로 본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인도네시아의 이번 발표는 단순히 에너지 자원 구매 확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외적 무역 외교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미국과의 불균형 무역 구조를 보완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인도네시아 경제 내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는 이번 조치는 향후 다른 국가와의 무역 협상에서도 중요한 선례를 남길 가능성이 크다.
인도네시아는 앞으로도 에너지 수입뿐만 아니라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미국산 제품의 구매를 확대할 여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정부 측은 미국과의 무역 관계를 관리하고 관세 위협 등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로 이번 결정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인도네시아의 국내 경제와 국제적 위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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