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계엄의 밤’ 6시간 재구성…공포탄·테이저건 사용 건의도

국회 사무처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의 폐쇄회로TV(CCTV)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해당 영상 캡처. 2024.12.4 [국회사무처 제공]

김용현, 병력 출동·포고령 발표 등 계엄 집행 과정 주도
특전사령관 공포탄·테이저건 사용 건의 육군총장이 막아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가결 뒤 尹대통령 합참 지통실 방문

5일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 질의에 출석한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과 김선호 국방부 차관의 증언으로 지난 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계엄 해제까지 긴박했던 6시간의 상황이 베일을 벗었다.

계엄군의 국회 출동부터 철수, 계엄사령관 임명, 포고령 선포 등 비상계엄 실행 관련 모든 과정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국회에 병력이 투입된 상황에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이 공포탄과 테이저건 사용을 계엄사령관이었던 박 총장에게 건의한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 김용현의 ‘빗나간 충성심’…국회에 병력 투입 지시

지난 3일 밤 10시 23분께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7분 뒤인 10시 30분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에선 김용현 당시 국방장관이 주재한 전군 주요 지휘관 회의가 열렸다.

박안수 총장은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에 비상계엄을 건의한 김용현 전 장관에 의해 계엄사령관으로 지명됐다.

박 총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에 출석, 윤 대통령의 담화 발표를 보고 계엄이 선포된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계엄사령관에 임명된 것은 누가 연락했느냐’는 질의엔 “합참 지휘통제실에서 국방장관이 (주재한) 지휘관 회의 후 계엄사령관은 육군총장 박안수라고 해서 그때 정확히 알았다”고 답했다.

국회에 특전사와 수방사 병력 투입을 지시한 인물도 박 총장이 아니라 김 전 장관이었다. 당시 지휘통제실에 함께 있던 김 차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국회 병력 투입은 김 전 장관이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 위헌 논란 계엄 포고령 발표도 김용현이 주도

첫 조항부터 위헌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도 김 전 장관이 박 총장에게 전달했다.

김용현 전 장관이 직접 작성했는지는 불투명하지만, 그가 포고령을 전해줘 시행 시간만 손봐서 그대로 발표했다는 것이 박 총장의 설명이다.

박 총장이 포고령에 위법 요소가 없는지 법률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지만, 김 전 장관은 “이미 법률적으로 검토를 완료한 사안”이라며 발표를 재촉했다고 한다.

그렇게 발표된 포고령은 첫 번째 항목에서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고 규정했다. 이를 두고 ‘계엄 해제’를 요구할 수 있는 국회의 활동을 금지하는 것은 헌법과 계엄법을 넘어선 위헌적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누가 포고령을 썼는지를 두고 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인지, 김 전 장관인지를 따져 물었지만, 박 총장은 “잘 모르겠다”고만 답했다.

김 차관도 “작성 주체는 제가 확인할 수 없고, 제가 지금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국방부에서 작성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총장은 김용현 전 장관의 지시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계엄 포고령 관련 내용을 전화로 전파했다.

조 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출석해 3일 밤 11시 30분께 당시 계엄사령관이 전화를 걸어 “국회 전체를 통제해줬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고 증언했다.

무장 군 병력에 소화기로 맞서는 국회 직원들
무장 군 병력에 소화기로 맞서는 국회 직원들

  • (서울=연합뉴스) 4일 새벽 국회 본청에 진입한 군 병력이 국민의힘 당대표실쪽에서 본회의장 으로 진입하려 하자, 국회 직원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진입을 막고 있다. 2024.12.4 

◇ ‘국회 투입’ 특전사, 공포탄·테이저건 건의…계엄사령관 “불허”

계엄군은 3일 자정 무렵부터 국회 진입을 시도했다. 당시 투입된 계엄군은 특전사 1공수여단과 707특수임무단, 수도방위사령부 소속으로, 총 280여명 규모였다.

주둔지에서 헬기로 이동한 계엄군 230여명을 국회 경내에 진입했고, 이와 별도로 계엄군 50여명이 추가로 국회 담장을 넘어 경내에 들어온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군보다 먼저 국회에 도착한 시민들과 야당 인사들이 국회 담벼락과 국회의사장 출입문을 봉쇄하며 계엄군을 몸으로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계엄군과 시민 간의 물리적 충돌도 발생했다.

시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한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은 당시 계엄사령관이던 박 총장에게 테이저건과 공포탄 사용을 건의했다.

박 총장은 합참 계엄과장과 자신을 수행한 인원을 포함해 총 4명이 이 문제를 논의했고, 결국 테이저건과 공포탄을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했다고 이날 국회 국방위에서 밝혔다.

그는 4명이 논의한 뒤 곽 사령관에게 전화해 테이저건과 공포탄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지시했고, 곽 사령관도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 尹, 국회 해제 결의 후 지휘통제실 방문…김용현 “중과부적”

4일 오전 1시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오전 1시 넘어서 김 전 장관과 함께 ‘계엄사령부 상황실’이 설치된 합참 지휘통제실을 방문했다.

당시 지휘통제실에 있었던 김 차관은 “대통령이 지휘통제실의 별도 룸(방)으로 가셨다”고 말했다. 자신은 그 방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박 총장은 방에 김 전 장관과 같이 들어갔다면서도 대통령이나 장관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4시 27분께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했다. 계엄 선포 6시간 만이었다.

통제실을 지키던 김 전 장관은 상황이 종료되자 지휘관들에게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 수고했고 안전하게 복귀하라”고 발언했다고 박 총장은 전했다.

중과부적은 무리가 적으면 대적할 수 없다는 뜻이다. 계엄군의 국회 진입 작전이 시민들과 야당 반발에 막혀 실패한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장관은 이날 윤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고, 윤 대통령은 5일 오전 김 전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했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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