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라웨시섬 동굴에 ‘돼지를 둘러싼 인간 3명’ 스토리텔링
2021년도 4만5천500년 전 벽화 발견보다 6천년이나 더 오래 돼
선사 인류가 인도네시아 섬 지역에 거주했다는 점을 입증해주는 증거
술라웨시섬에서 발견된 인간과 돼지가 등장하는 동굴 벽화가 5만1천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인간과 돼지의 상호 작용 장면을 그린 것으로 보이는 이 벽화는 인류가 그 먼 옛날에도 ‘스토리텔링’을 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연구자들은 전했다.
7월 4일 자카르타의 B.J. 하비비에 빌딩에서 열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내러티브 바위그림의 새로운 관점’이라는 주제의 고고학적 발견 기자회견에서 BRIN 연구팀장은 호”주 그리피스 대학과 서던크로스 대학, 인도네시아 국가연구혁신청 공동연구팀은 술라웨시섬의 레앙 카람푸앙 동굴에서 적어도 5만1천200년 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벽화를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이 벽화는 지난 2021년 1월 연구진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라고 보고했던 술라웨시섬 레앙 테동게 동굴 내 벽화(4만5천500년 전 추정)보다 6천년이나 더 오래된 것이다.
인간으로 보이는 인물 3명이 큰 돼지 한마리를 둘러싸고 있는 형상을 묘사한 것으로 보이는 이 벽화는 인간이 상상력이 엿보이는 가장 오래된 ‘장면’으로 평가됐다.
공동 연구를 이끈 애덤 브럼 그리피스대 인간진화연구센터 교수는 이 벽화는 인간이 먼 옛날에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었다는 증거가 된다면서 “스토리텔링은 인간 진화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며, 어쩌면 종(種)으로서의 우리의 성공을 설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미술, 특히 초기 동굴 미술에서 이에 대한 증거를 찾는 것을 매우 드문 일”이라고 이 벽화의 역사적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벽화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해석하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인간과 비슷한 세 인물과 돼지 사이의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일종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브럼 교수는 5만년 전 술라웨시섬 주민들은 동굴 벽화에 돼지를 반복적으로 그려 넣는 등 돼지 그림에 “푹 빠져 있었다”다고 전했다.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이 지역 선사 인류는 ‘셀레베스 워티’ 돼지로 알려진 종을 사냥했다.
그는 돼지가 지배 계층에게 경제적으로 중요했을 것이고, 상징적으로나 영적으로도 중요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벽화가 발견된 동굴이 일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아니기 때문에 특별히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 또는 다른 특별한 행위의 일부로 그림을 그리려고 동굴에 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술라웨시 동굴 유적지에서는 300개 이상의 동굴 미술이 발견됐다.
이들 벽화는 4만년에서 4만4천년 사이에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유적의 상당 부분은 아직 면밀한 연구가 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벽화 위에 쌓인 탄산칼슘층에서 표본을 채취해 우라늄 동위원소 연대측정을 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동굴 유적의 연대를 측정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측정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다.
앞서 4만4천년 전 작품으로 판정됐던 레앙 블루 시퐁4 동굴 벽화는 최근 4만8천년 전 것으로 연대가 수정됐다
WP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는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의 사촌 격인 네안데르탈인이 그린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인의 동굴 벽에 남아있는 손자국과 선, 모양은 현생 인류가 유럽 대륙에 도착하기 최소 2만년 전인 약 6만5천년에 네안데르탈인이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 1월에도 술라웨시섬에서 4만5천500년 전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 발견
- 1천600년 앞당겨진 세계 최고(最古) 벽화 [GRIFFITH UNIVERSITY제공]
지난 2021년 1월에도 술라웨시섬에서 적어도 4만5천500년 전에 그려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가 발견된 것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이는 같은 연구팀이 발견한 최고(最古) 동굴벽화 시기를 1천600년가량 더 앞당기는 것이다.
멧돼지를 실물 크기로 그린 이 벽화는 호주 그리피스대학의 동굴벽화 전문 고고학자 맥심 오버트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이 지난 2017년 술라웨시섬의 레앙 테동게 동굴에서 발견해 분석을 해왔으며, 1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결과를 발표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 동굴은 도로에서 한 시간가량 걸어 들어가야 하는 석회암 절벽으로 둘러싸인 오지의 계곡에 있으며, 우기에는 주변이 물에 잠겨있어 건기에만 접근이 가능하다.
멧돼지 벽화는 가로 136, 세로 54㎝로, 암적색 오커(안료)를 이용해 그렸다. 멧돼지 얼굴 부위에는 성체 수컷의 특징인 한 쌍의 뿔처럼 생긴 무사마귀(wart)가 선명하게 묘사돼 있다.
이 멧돼지는 부분적으로만 남은 두 마리의 다른 멧돼지를 마주하고 있어 무언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엉덩이 위쪽에는 손을 대고 안료를 뿌려 만든 두 개의 손바닥 자국도 있다.
논문 공동저자 애덤 브럼 교수는 “이 멧돼지가 다른 두 마리가 서로 싸우거나 상호작용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구팀은 벽화 위에 쌓인 탄산칼슘으로 된 광물질인 방해석을 찾아내 우라늄 동위원소 연대측정을 한 결과, 4만5천500년이 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벽화가 적어도 그 이전에 그려진 것이라는 의미를 갖고있다.
연구팀은 술라웨시 섬에서 포유류를 사냥하는 반인반수(半人半獸)를 묘사한 벽화를 찾아내 4만3천900년 전에 그려진 가장 오래된 벽화로 발표한 바 있는데, 멧돼지 벽화는 이보다 1천600년가량 더 거슬러올라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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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최고 벽화로 발표된 반인반수 벽화 [A.브럼 제공]
연구팀은 이 동굴벽화들이 선사 인류가 ‘월리시아'(Wallacea)로 알려진 지금의 인도네시아 섬 지역에 거주했다는 점을 입증해주는 증거로 해석하고 있다.
선사 인류는 바다로 멀리 떨어져 있는 호주에 약 6만5천년 전에 도착했는데, 그러려면 월리시아를 거쳤을 것으로 추정돼 왔다.
연구팀은 동굴 벽화를 멸종한 화석 인류인 데니소바인이 아니라 현생 인류의 조상이 그렸을 것을 믿고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는 것으로 전했다.
연구팀은 손바닥 자국을 만들 때 손을 대고 그 위로 안료를 입으로 뿜는데 이때 섞여나온 침에서 유전자를 추출할 수 있다면 벽화를 그린 주인공을 가려낼 수 있을 것으로 밝혔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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